"남같이 해선 남 이상 될수 없다"

건대 캠퍼스 배달의 기수 '양은냄비'를 아시나요?

등록 2001.07.12 11:37수정 2001.07.1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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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누구야?"

빨간 티셔츠에 회색 조끼. 머리부터 발끝(?)까지 냄비로 무장한 이들이 캠퍼스를 달구고 있다.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교내를 누비는 이들은 다름아닌 '양은냄비 기동타격대'. 이들의 본부는 서울 화양동 건대부중 맞은 편에 자리잡은 작은 한식당이다.

올 3월부터 독특한 마케팅으로 학생들을 사로잡고 있다.

요리와 배달의 결합 <양은냄비>

"기왕 하는 김에 '냄비 좀 쓰고 다니자' 생각했습니다. 처음엔 창피했지만, 요샌 한 번 더 쳐다봐주는 게 좋을 때가 많습니다."

식당 주인 강명식(27) 씨. 친구와 동업으로 한식당 <양은냄비>의 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 7~8년간 잠실의 <삼미정>에서부터 <○○○의 고향냉면>, 과천의 <서라벌> 등 10여 군데의 한식당을 돌며 주방일을 익혔다. 그러던 올 3월, 고등학교 때부터 배달원 생활을 익힌 동갑내기 친구 신성우(27) 씨와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한식당을 차렸다.


"친구는 자장면 배달에서부터 신문 배달까지 안 해본 일이 없습니다. 한마디로 배달의 달인이죠. 저는 어려서부터 음식 만들기를 좋아했고요. 결국 '요리와 배달의 결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머리에 냄비를 쓰는 것은 물론이요, 등에도 냄비뚜껑을 붙이고 다닐 정도로 요란한 홍보를 하는 그들에게 이렇듯 젊은 날의 '경험과 자신감'이 배어있었다.


"대학 갈 생각이 없었습니다. 음식 만들기를 좋아해서 다른 사람들이 공부할 때 사회생활을 먼저 시작했고, 지금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니 20대를 헛살았다고 볼 순 없죠."

강 씨는 <양은냄비>를 열기 위해 하루 12~13시간의 고된 주방일을 견뎌야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쉴 때 같이 쉬지 못하고 손에 물을 묻히며 지냈지만, 젊은 날이기에 '고생'으로 보지 않았다"며 "체인점을 만들어 사업을 키우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그에게서 젊은이다운 패기를 엿볼 수 있었다.

"남과 같이 해서는 남 이상 될 수 없다"

사실 <양은냄비>에는 독특한 홍보말고도 또 다른 차별전략이 있다. 바로 '밥값 차등화'. 대학 주변에 자리잡은 한 가격경쟁에서 밀리면 살아남기 힘들다. 이를 위해 그들은 일반인 대상 배달과 대학생 대상의 배달 가격을 달리 정했다.

예를 들어, 일반인 대상 비빔밥 가격은 4천원. 그러나 대학생 대상 가격은 3천원이다. 제육덮밥이나 낙지덮밥의 경우도 대학생의 경우 일반인보다 낮은 3500원을 받는다. 게다가 학생들에게 식사 3인분 당 공기밥 한 공기를 추가로 서비스하는 특혜를 베풀기도 한다.

이 때문에 방학 전에는 매출의 80% 가량을 대학배달을 통해 올릴 정도. 현재는 학생들이 방학중이라 대학 의존도가 약 60~70% 정도로 줄어든 상태지만, 일일 매출액 50~60만원을 유지할 정도로 수입의 꾸준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양은냄비>에는 다소 전투적(?) 내용의 족자가 걸려 있다. 바로 "남과 같이 해서는 남 이상 될 수 없다"는 것. 친구가 개업선물로 가져왔다는 족자엔 경쟁의 살벌함이랄까(?) 어떤 결연한 의지마저 느껴진다.

그러나, 강 씨는 "반찬 가짓수를 다양화한다든지 지역입맛에 맞추기 위해 애쓰는 노력, 손님에게 한마디라도 기분좋게 하자는 의미"라며 고객만족의 의지임을 나타냈다.

배달의 생명은 시간(?)

"웬만한 곳은 1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데, 12시부터 1시 사이엔 그렇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배달의 생명은 역시 시간! <양은냄비>도 점심시간 때면 쩔쩔맨다. 6명의 일손과 5대의 오토바이로도 감당하기 힘들다. 이를 위해 대학 개강과 동시에 인원을 10명으로 확충하고, 오토바이 한 대를 더 늘릴 생각이라고 한다.

다만 대학 내 20km/h의 제한 속도는 그래도 문제. 안전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교내 오토바이 사고 대부분이 배달 중 일어난 사고임을 비춰볼 때, <양은냄비>도 이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고대의 '번개 철가방' 조태훈(32) 씨와 관련된 신화적 격언(?) '번개에게 자장면을 시키고 담뱃불을 붙이지 말라'는 말이 그래서 부럽다.

한 달 순수익을 묻는 질문에 수줍게 웃으며 "아직까지 인건비 비중이 커 마이너스 상태"라고 답하는 강명석 씨. 일단 동갑내기 친구 신성우 씨와의 합작품 <양은냄비>는 성공적이라는 게 주위의 평이다. 적지 않은 건국대 학생들이 '냄비'하면 이 두 젊은이의 <양은냄비>를 떠올린다.

"장사가 잘 되면 홀 손님도 받을 수 있는 건국대 구정문 쪽으로 옮기고 싶습니다. 식당에 찾아온 손님이 배달 때문에 어수선한 분위기를 보고 그냥 나가는 경우도 많거든요. 체인점도 내고, <양은냄비> 상표등록도 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돈을 벌면 좋은 일에도 쓰고 싶고요."

<양은냄비>의 작지만 커다란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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