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국민의 힘 (제9회)

제 2 부 - 재벌 2세

등록 2001.07.23 11:56수정 2001.07.23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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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장 - 이국 땅의 미인>

[1]


LA한인타운 근처의 한 호텔.
한얼과 김아라는 LA공항에 내려 곧바로 호텔로 왔다. 처음에는 숙소를 작은 모텔로 정할까 했는데 이명세에 대한 정보를 손쉽게 얻기 위해서 이곳으로 정했다. 이곳은 한국인들을 비롯한 동양인들이 주로 머무는 곳이라 아무래도 이명세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수월할 것이다.

1층 로비에 위치한 커피숍.
두 사람은 여장을 푼 다음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서 이곳에 내려와 커피를 마시는 중이었다.
"야! 정말로 계속 그렇게 있을 거야? 도대체 하루종일 뭘 그렇게 생각해? 설마 그 계집을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얼이 말없이 앉아 있자 아라가 눈을 흘겼다. 그녀가 말하는 계집이란 오미란이었다. 사실 그녀는 나영이란 여자에 대해서 묻고 싶었지만 그렇게는 못하고 대타를 내세운 것이다.

"미안해. 뭘 좀 알아냈어?"
그는 멋쩍게 웃더니 화제를 돌렸다. 아라는 방금 몇 군데 전화를 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이곳에는 보름 전에 도착했고, 지금은 바깥출입은 거의 하지 않고 있대."
"의외로군. 이곳에서는 말리는 사람도 없을 텐데 말이야."
"집안에 틀어박혀 있다고 모두 점잖게 있는 건 아냐. 놈이 머물고 있는 비버리 힐스의 호화주택에는 매일같이 최고급 스포츠카들이 들락거리는 모양이야. 바깥에는 눈이 많으니까 친구 놈들을 집안으로 끌어들여서 환락의 밤을 보내려는 걸 거야."

최근 LA한인타운의 분위기도 예전 같지 않다. 본국의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유학생이나 이명세와 같은 재벌 2세들의 호화생활에 대한 말들이 많아졌다. 게다가 얼마 전 한인타운 내에서 유학생들 간의 총격사건까지 벌어져 그들에 대한 시각들이 더 나빠지고 있다.

"예상대로 대학은 발전기금을 내고 들어갔고, 용케도 졸업은 했다더군. 하지만 그 놈이 대학을 다닐 때 한인타운은 완전히 난장판이었대. 놈은 일명 '코리아유학생 마피아단'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대장 노릇을 한 모양이야. 그들의 방탕한 생활은 그렇지 않아도 불편한 관계였던 유학생들간의 계층의 차이와 대립을 더 심화시켰대. 뿐만 아니라 놈은 실제로 한인타운의 폭력조직과 연계되어 온갖 나쁜 짓을 다 저질렀다고 해. 특히 자기가 마음에 드는 여학생이 있으면 절대 다른 남학생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막고, 그래도 말을 듣지 않으면 폭력을 행사하기가 일쑤였대.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문란한 성생활은 물론이고, 마약을 한다는 소문도 있어."


아라는 짧은 시간에 꽤 많은 것을 알아냈다.
"대단한데?"
"놀리지마. 이래도 한 때는 한국 제일의 사회부 여기자였어. 참, 오늘 저녁에도 모인다고 하던데 식사하고 그 놈 집에나 한 번 가보자."
"그래, 오늘은 LA에 온 기념으로 내가 맛있는 저녁을 살게."
"정말이야? 호호호!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군. 이곳 레스토랑이 몇 층이더라. 맞아 18층이었어. 가! 어서!"

아라는 곧바로 일어섰다. 얼이 저녁을 산다는 말에 나영과 오미란 때문에 쌓였던 감정들이 봄눈 녹듯이 사라져버렸다. 그녀는 커피 값을 자신이 계산하고는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헌데 그녀에게 계속 행운이 따른 것만은 아니었다.
"안녕하세요? 또 만났군요."
그녀가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르는 순간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그녀의 얼굴은 크게 일그러졌다.
"예. 그렇게 됐군요."
오미란이었다. 그녀는 다른 곳을 들렀는지 뒤늦게 도착했다.


"제가 조금 늦었죠? 친구를 만나고 오느라고요. 두 분의 방은 몇 층입니까?"
"809호와 810호입니다. 미란 씨는 몇 층입니까?"
얼이 막 화장실에 갔다가 뒤따라왔다.
"잘 됐군요. 저는 805호예요."
"그래요? 헌데 미란 씨는 선글라스를 하루종일 끼고 다니나 보죠?"
아라는 얼이 미란과 얘기를 나누는 것을 보자 갑자기 속이 뒤집어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말이 거칠게 나왔다. 그녀가 자신에게 해를 끼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원인은 바로 여자의 질투였다. 자기보다 예쁜 여자가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에게 접근한다면 어느 여자가 신경이 날카로워지지 않겠는가? 결정적인 것은 얼도 그녀에게 호감을 보였다는 것이다.
"쌍꺼풀 수술이 잘못됐나? 그러게 왜 부모가 물려준 신체에 함부로 칼을 대는 거야?"
아라는 비아냥거리는 것으로 마음을 달랬다. 하지만 그것도 잘 통하지 않았다.
"호호호! 결국 아라 씨에게 들키고 말았군요. 만약 이걸 벗으면 두 분은 기절초풍할 거예요. 얼마나 부어 올랐는지 눈을 겨우 뜨고 있답니다."
미란은 그녀의 마음을 읽었는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두 분 먼저 타세요."
엘리베이터가 문이 열리자 얼이 두 여자를 안내했다.
"고마워요."
"흥!"
아라는 그것도 못마땅했던지 눈을 흘기며 안으로 들어섰다. 그런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그는 타지 않고 잠시 머뭇거렸다.
"뭐해? 그럼 우리끼리 올라간다."
아라가 재촉하자 그 때서야 그는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엘리베이터에 타서도 표정이 밝지 않았다. 아라는 자기 때문에 삐진 줄 알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섯 명 모두가 품속에 총을 감춘 게 분명하다. 게다가 시간이나 공간이 충분한데도 엘리베이터에 타지 않았다. 그건 우리 중에 그들이 쫓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움직임에 대해서 아는 사람들은 없을 테고, 그렇다면 미란 씨라는 말인데. 음!' 얼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미란의 얼굴을 보았다. 그는 화장실에 갔다가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으로 오면서 그녀를 따라서 호텔로 들어서는 자들을 보았다.

그들은 모두 다섯 명으로 하나같이 덩치가 크고 험상궂게 생긴 자들이었다. 누가 보아도 마피아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그녀에게서 미국의 마피아들이 쫓아다닐 만한 이유를 찾아내지 못했다. 인신매매나 납치가 아닌 이상 마피아들이 여자 하나 때문에 덤벼들지는 않는다. 또한 아무리 마피아가 기승을 부리는 나라라지만 벌건 대낮에 그것도 이곳과 같은 공개적인 장소에서 여자를 납치한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더구나 그들은 5명 모두가 총으로 무장한 상태였다.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사건에 관련됐다는 루머가 있듯이 마피아들은 영화 속에 나오는 장면들처럼 일단 목표가 정해지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도 아무에게나 무모하게 하지는 않는다. 과연 방금 한국에서 도착한 젊은 여자에게 그만한 모험을 할만큼의 가치가 있을까?

"식사하러 가시나 보죠?"
아라가 18층을 누르자 미란은 두 사람의 목적지를 알아챘다. 그것으로 그녀가 이곳을 자주 드나든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예, 벌써 배가 고프군요. 아마 기내식이 신통치 않았나 봐요."
아직 5시밖에 되지 않아 식사를 하기에는 좀 이른 시간이었다. 그 사이에 엘리베이터는 8층에 도착했다. 미란이 내려야 할 층이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갑자기 저도 배가 고파져서요. 빨리 올라갈게요."
그녀는 문 밖에 나서면서 말을 했다.
"이... 이것 봐요. 나 참! 누가 자기랑 식사를 같이 하고 싶대? 예쁜 계집애가 같이 식사를 하겠다는데 넌 왜 그런 표정이야?"
문은 아라가 반대할 틈도 주지 않고 닫혀버렸다. 그 때문에 괜히 얼만 들볶였다. 하지만 그는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계속 마피아들이 마음에 걸렸다. 만약 그들이 미란을 목표로 했다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대로 놔두면 그녀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
'그래, 어쩌면 마피아가 아니라 보디가드일지도 모른다. 레스토랑에 가서 조금만 기다려 보자.'
얼은 그녀를 따라 내릴까 하다가 마음을 고쳐먹었다. 헌데 금방 오겠다던 사람이 15분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

"늦으면 늦는다고 전화라도 해야지. 얼굴만 반반하면 뭐해? 인간이 덜 됐는데. 하긴 실내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는 계집이 오죽하겠어?"
아라는 기다렸다는 듯이 불평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얼의 입장은 달랐다. 그는 시간이 갈수록 초조해졌다.
"얼마나 됐어?"
"뭐가? ... 한 15분 정도 지났을 거야. 흥! 여차하면 직접 내려가서 모셔 오겠다는 폼이로군."
"그게 아냐. 아무래도 미란 씨가 위험에 빠진 것 같다."
"뭐라고? 그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자세히 말해 봐."
아라도 이상한 낌새를 차렸는지 표정이 굳어졌다.

"뭐라고? 그 얘길 지금 하면 어떡해? 어서 올라가 보자."
설명을 듣고 나자 오히려 그녀가 더 걱정하는 눈치였다. 두 사람은 곧바로 달려나갔다.
"안되겠어. 난 비상구로 갈 테니 넌 뒤따라 와."
하필이면 엘리베이터 두 대가 모두 지하와 1층에 멈춰 있었다.
"놈들은 총을 가지고 있어. 조심해."
계단으로 달려가는 그의 귓가에 아라의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몸은 솜털처럼 가벼웠다. 얼마나 가벼운지 한 층을 내려가는데 정확하게 다섯 걸음밖에 걸리지 않았다. 고속 엘리베이터보다는 속도가 떨어지겠지만 일반 엘리베이터보다는 훨씬 더 빨랐다. 그가 18층에서 8층으로 내려가는 사이에 1층에 있던 엘리베이터는 겨우 5 층을 지나고 있었다.

8층에 도착한 그는 비상구를 빠져 나와 복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805호로 가기 위해서는 왼쪽으로 코너를 돌아야 한다. 그는 코너의 끝 부분에서 갑자기 멈춰 섰다. 그의 다리를 붙잡은 것은 문이 닫히는 소리였다. 곧이어 여러 명의 발자국 소리도 들려왔다. 얼은 품속에서 손바닥만한 화장거울을 꺼내더니 앞으로 내밀어 왼쪽 복도의 상황을 살폈다. 예상대로 1층에서 봤던 마피아들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선두에는 두 명의 흑인과 한 명이 백인이 있고, 그 뒤로 두 명의 흑인이 미란을 잡고 있었다. 그녀는 기절을 했는지 몸이 늘어진 상태로 끌려왔다. 그들의 목적지는 엘리베이터였다. 공교롭게도 그것은 얼이 있는 쪽이었다. 그대로 있으면 정면으로 부딪히게 될 것이다. 마피아의 속성상 그들은 목격자를 그냥 두지 않는다. 때에 따라서는 그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도망갈 생각을 전혀 없었다. 대신 주머니에서 얇은 장갑을 꺼내서 손에 끼었다.

하나, 둘, 셋, 이제 한 걸음만 더 걸으면 선두 3 명이 코너를 돌게 된다.
"타앗!"
그들이 코너를 도는 순간 얼은 몸을 날렸다.
둔탁한 소리가 나더니 2명이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찰나의 순간에 당한 일이라 그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선두의 백인은 마침 미란의 상태를 살피느라 뒤로 가 있어서 위기를 면했다.

얼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 급소인 그들의 목젖을 가격했다. 이어서 그는 왼쪽 벽면을 향해 몸을 날렸다. 두 발로 벽을 차더니 그 반동으로 공중에서 한 바퀴 회전한 다음 흑인들 뒤쪽으로 내려섰다. 이번에는 모두 뒤통수를 가격했다. 미처 몸을 돌리지 못한 흑인들은 얼의 주먹에 뒤통수를 맞고서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 때문에 그들이 메고 있던 미란도 같이 바닥에 쓰러졌다.

얼이 흑인들을 상대하는 사이에 백인은 몸을 돌려서 품속에서 권총을 꺼냈다. 그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
굉음과 함께 총알이 얼을 향해서 날아갔다. 백인은 화가 났던지 권총에 들어 있던 총알이 떨어질 때까지 쏘아댔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얼은 백인이 총을 꺼내는 것을 보고는 자기 앞에 쓰러져 있던 흑인을 끌어당겨 방패막이로 삼았다. 다행히 흑인의 덩치가 커서 그는 한 발도 맞지 않았다.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백인은 즉시 다른 총을 꺼냈다. 만약 그가 계속 총을 쏜다면 얼도 더 이상 견디지 못할 것이다.

얼은 즉시 왼쪽에 있는 문을 향해서 몸을 날렸다. 그는 온 몸의 힘을 두 다리에 집중해서 문을 가격했다. 만약 문이 열리지 않는다면 그는 죽음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천만다행이었다. 잠금 장치가 낡았는지 아니면 그의 다리 힘이 좋았는지 아무튼 문은 열렸고, 그는 그 안으로 몸을 숨겼다.

일단 시간을 번 얼은 품속에서 두루말이 같은 것을 꺼냈다. 그 속에는 백 개가 넘어 보이는 나무 조각들이 꽂혀 있었다. 그는 양손에 두 개씩의 나무 조각들을 꺼내 쥐었다. 양쪽 끝이 날카롭고, 크기는 손에 쥐기에 적당했다. 그는 그것으로 백인의 총과 맞설 생각이었다. 헌데 곧바로 따라 들어와야 할 백인은 한참이 지났는데도 소식이 없었다. '아차! 내가 왜 그것을 몰랐을까?'얼은 즉시 밖으로 달려나갔다. 바깥은 의외로 깨끗했다. 바닥에 피가 고여 있을 뿐 시체도 흔적 없이 사라졌다.

덧붙이는 글 | (이 소설에 나타나는 지명과 인명은 특정 지역이나 인물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이 소설은 단행본 2권 분량으로, 앞으로 4달간 연재할 계획입니다.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 편집자 주)

덧붙이는 글 (이 소설에 나타나는 지명과 인명은 특정 지역이나 인물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이 소설은 단행본 2권 분량으로, 앞으로 4달간 연재할 계획입니다.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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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입하게 된 이유는 조중동의 언론독점의 폐혜를 극복하려는 오마이뉴스의 노선에 찬성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자회원제를 통한 다양한 의견 수렴방식에 공감한다. 2. 나의 생각(소설, 사회비평)을 표현할 매체가 필요했다. 물론 다른 매체도 있지만 본인의 정치노선과 비슷하고, 글쓰기에 제약을 받지 않는 오마이뉴스를 선택하게 되었다. 3. 노동, 사회단체에서의 활동을 통해서 얻은 경험으로 다양한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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