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집권의 시대에서 지방분권의 시대를 열게 했던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된 지 벌써 10년을 맞이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듯이 나주의 지방자치는 출범 이후 많은 기대와 관심만큼이나 갖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름대로의 영역을 개척해 오고 있다.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자치의 실현을 위한 노력이 계속 요구되고 있는 실정에서 나주의 지방자치가 가야 할 길을 조명한다.
이번 기사에서는 지난 기사 살펴본 민선2기 5대 공약 가운데 핵심이라 할 지역공동체 의식계발을 평가·분석한다.
지역공동체의 등장
민선 2기를 출범시킨 98년 6·4 지방선거에서 마지막까지 밀고 당기는 접전 끝에 김대동 후보가 나인수 후보를 842표의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IMF 한파에 따른 경기침체로 어느 선거때보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드러냈던 98년 지방선거에서 김대동 후보가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정권교체의 유리한 분위기를 등에 엎은 집권당의 공천후보라는 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초반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던 김 후보는 방심한 상대후보의 막판 전략부재와 선거 사흘을 앞두고 터진 공천헌금 파동에서 상대적으로 도덕성이 부각되는 어부지리를 얻었다.
여기에 김 후보가 제시한 '지역공동체'의 주창은 시기 적절한 나주발전의 청사진으로 막판 뒤집기에 힘을 실어줬다.
다른 지역에 비해 배타성이 강해 나주와 영산포라는 소지역주의가 뿌리깊게 남아 있고, 계속되는 선거를 치르면서 나타난 분열의 후유증은 지역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인식되기에 충분했다.
새로운 자치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지역의 모든 역량을 결집하는 것이 필요했고, IMF의 어려운 시기를 함께 극복하기 위한 화합의 장이 요구된 현실과 맞물리면서 '지역공동체'의 건설은 지지 여부를 떠나 나주가 풀어야 할 과제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시민 모두가 하나되는 공동체 의식의 결집을 나주발전의 청사진으로 제시했던 김 후보의 지역공동체는 선거 승리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시장 취임 뒤 더욱 명확해졌다.
김 시장은 "공익을 위하지 않는 패권시대는 끝나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지역공동체 의식의 결집은 우리 지역을 이끌어갈 참다운 시민의식의 발로로써 소지역주의를 극복하고 지역발전의 원동력을 찾는다라는 의미"라고 지역공동체의 의미를 줄곧 강조했다.
엇갈린 평가
그러나 민선2기가 부르짖은 지역공동체 의식계발에 대한 지난 3년의 평가는 크게 엇갈리고 있다.
지역공동체는 성과를 계량화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평가 자체가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치적 이해관계와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평가내용이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먼저 나주시는 지역공동체 의식의 계발을 위해 '시민과의 대화의 장'을 마련했으며, 70만명에 이르는 출향향우와 시민들을 연계하기 위한 서울출장소를 개설 운영하는 등 시민·사회단체와 출향인사의 시정참여 확대로 나주발전을 도모하고 있다고 성과를 밝히고 있다.
또 영산강유역 8개 시·군 자치단체장 협의체를 나주시가 적극 앞장서서 주도적으로 구성하고 이끌어나감으로써 21세기 영산강시대를 대비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이같은 사업적 성과와 더불어 김 시장은 최근 "민선2기 들어 지역의 유지와 패권이 사라졌다. 내 자신이 만나는 시민 모두가 유지이며, 1%의 패권도 있을 수 없다. 나주가 도덕적으로 깨끗하게 되었으며, 이는 민선2기가 아니고서는 해낼 수 없는 일이다"는 말로 지역공동체의 성과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는 취임을 전후해 강조했던 '공익을 위하지 않는 패권은 끝나야 한다'라는 주장과 맥을 함께 한다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김대동 시장이 자기중심적 지역공동체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일각에서는 민선2기 들어 지역공동체가 결집된 것이 아니라 더욱 피폐해졌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방자치를 움직이는 수레바퀴의 한 축이라 할 수 있는 의회와의 관계 설정을 꼽을 수 있다.
행정조직개편을 둘러싼 지루한 힘겨루기를 시작으로 농업인복지문화센터의 입지 선정에 따른 잡음, 정쟁으로 비화된 부채논쟁과 소방서부지에 대한 구상권 청구 등 민선2기 집행부와 의회는 대결과 대립으로 일관했다.
집행부와 의회의 갈등과 분열의 원인은 집행부와 의회 모두에게 찾을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김 시장 중심의 지역공동체 발상이 독선과 일방통행식 사업추진으로 이어지면서 지역정치가 시장 지지파와 시장 반대파로 헤쳐 모이는 이른바 패거리 정치를 잉태시켰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김 시장은 의회와의 불편한 관계에 대해 "예수도 빌라도라는 상극을 해결하지 못했다"라는 표현으로 자위하고 있지만 민선 2기 지역공동체의 한계를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김 시장 중심의 지역공동체의 구체적 폐해는 지난해 총선이 국회의원 출마자들의 경쟁구도가 아니라 사실상 시장과 반시장의 구도 속에서 진행되면서 지역사회에 갈등과 대립을 더욱 촉발시키는 결과를 낳은 것에서 확연히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쓰레기매립장 조성과정에서 사상 유례없는 동 지역 쓰레기 수거중단사태를 불러오는 무리수를 강행하며 매립장 조성을 반대하는 주민들을 공익을 위하지 않는 패권으로 몰아세운 것은 결국 동 지역과 면 지역 사이의 소지역주의를 유발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결국 민선2기 지난 3년의 지역공동체는 김 시장 중심의 지역공동체를 분명히 드러내면서 이에 반하는 정치세력과 이해집단을 확대시킨 결과를 낳았다.
이같은 자기중심적 지역공동체에 대해 과거 김 시장과 정치적 행보를 함께 한 바 있던 한 인사는 "이데올로기의 상처를 안고 불우한 환경속에서 외롭게 성장했던 김 시장은 기득권층에 대한 피해의식이 누구보다 강했다"면서 "김 시장이 생각하는 지역공동체는 나주의 기득권을 타파하면서 자신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패권을 만들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물론 김 시장이 나주의 패권을 타파해야 한다는 주장 뒤에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나주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다짐이 있었기에 주위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지만 자치단체장으로 당선된 뒤에는 잠재된 독선이 폭발하면서 기득권을 밀어내고 자기 권위를 정착시키려는 새로운 패권으로 지역공동체가 변질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향약이 주는 교훈
민선2기 3년을 평가하는 것은 단순한 비판을 넘어 새로운 발전의 방향성을 찾자는 것이며 지역공동체에 대한 평가 역시 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역공동체가 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이같은 물음에 조선시대 자치조직인 향약은 진정한 의미의 지역공동체를 찾는 교훈적 의미를 담고 있다 하겠다.
향약은 표면적으로는 향촌사회의 자발적인 공동체운동이었으나 실제로는 지배층이나 행정조직의 요구를 반영하는 것이었다. 상부상조 정신으로 대표되는 향약의 덕목은 양반 사대부층이 향촌 질서를 유지하고 자치적으로 지배하는 명분으로, 일반 농민의 일상생활을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원칙이었다. 이로 인해 농민들은 향약의 운영에 대해 자주 반발하였으며, 향약에 참여하는 것을 꺼려하기도 했다.
이처럼 향약이 농민들의 호응을 받지 못한 것은 '위로부터의 교화'라는 기본적인 성격에서 나타나듯이 양반지배층이 시행을 주도하였으며, 기존의 자생적인 기층민들의 공동체조직을 무리하게 통합하였던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공동체운동은 그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 없이는 성공을 거둘 수 없다. 이는 지금의 나주공동체를 결집하는데 있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역공동체는 시민의 이해와 입장을 반영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다양한 계층과 집단에 대한 이해와 협력 속에서 참여와 비판을 서로 나눌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모든 이의 의견이 동등하게 존중되고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진정한 지역공동체는 단체장 중심이 아니라 지역민 중심의 공동체로 새롭게 자리잡아야 한다.
내가 바라본 지역공동체
▣정찬걸(나주시의회 운영위원장)
"상대주의가 기본이어야 한다"
"나를 중심으로 한 지역공동체가 아니라 시민에게 신뢰와 사랑, 그리고 위로의 빛을 주는 등대와 같은 희망의 공동체가 필요하다"
지난 11일 시의회 정례회 시정질문에서 '울지않는 두견새는 죽여라'라는 김대동 시장의 지역공동체 확립방안을 놓고 설전을 벌인 바 있는 시의회 정찬걸 운영위원장은 민선 2기 시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역공동체가 바로서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상대주의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생각만이 진리이고, 자신의 주장이 언제나 절대적으로 옳다면서 반대의견을 가진 시민들을 시정의 장애요인으로 간주해 시정을 독단과 독선으로 몰고가는 자기 합리화식 지역공동체는 성공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한 정 위원장은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가치를 인정하는 상대주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상호주의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시장뿐만이 아니라 선출직 정치인 모두가 시민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며, 51%만 충족시키면 된다는 구시대적 사고의 개념을 버리고 상대를 존중하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지역공동체가 의회와의 불편한 관계를 풀지 못한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지적에 대해 정 위원장은 "김 시장은 도의회 내무위원장을 지낸 이른바 의회내 주류의 핵심으로 집행부의 보호막 역할에 충실했었다. 이러한 경력은 의회를 풀뿌리 지방자치를 이끌어가는 주체로 보지 않고 집행부의 하부구조로 잘못 인식하게 만들었다"며 시장의 의회관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지역공동체를 시 행정에만 국한해서 찾을 것이 아니라 농협, 세무서 등 지역의 유관기관장들과 폭넓은 만남으로 시민의 삶을 높일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일례를 들면서 시장의 권한만으로 지역공동체를 결집하겠다는 발상은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나병천(나주시의회 의원·문평면)
"나주가 살아 남을 유일한 대안이다"
"지역공동체정신의 구현 없이는 진정한 지방자치시대를 말할 수 없다. 반대를 위한 반대나 개인의 이해득실을 앞세워 지역발전에 반하는 행위는 이제 지양되어야 한다"
민선2기 시정이 특정집단과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나주발전을 위한 소신 있는 철학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행정을 펼쳐왔다고 평한 시의회 나병천(문평면)의원은 공동체의식 계발을 위해 시민이 원하는 행정 서비스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여 시민의 역량을 결집시키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공동체는 특정집단의 힘의 논리보다는 각계각층의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민의를 한데 모아 집약된 의견을 행정에 반영하여 더불어 잘살기 위한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정의한 나 의원은 지역공동체 결집이 지방자치시대 나주가 살아 남기 위한 유일한 대안이다고 강조했다.
"우리 지역이 시·군 통합지역으로 도시와 농촌의 갈등 요인이 있다고 볼 때 지역공동체 정신은 이를 해결하는 단초이며, 지역이 반목과 갈등으로 점철되어 간다면 거기서 무슨 발전이 나올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 나 의원은 쓰레기위생매립장을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해결한 것은 지역공동체 정신의 발로를 보여준 성공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해 구태를 벗는 참신성, 지역에 대한 애정, 미래에 대한 전망, 지역발전을 위한 소명의식, 지역사회 변화 요구에 맞는 대처능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전 시민이 사원이 되어 주식회사 나주를 일류회사로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책무가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덧붙인 나 의원은 "지방의회는 권력의 획득과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중앙정치와는 다르게 시민과 함께 하는 생활정치를 하는 곳으로 지역발전을 앞당기는데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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