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득탐승 "이기려고만 하지 말라"

위기십결 (圍棋十訣 )과 치자십결 (治者十訣) (1)

등록 2001.07.23 19:19수정 2001.07.23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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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십결(圍棋十訣)은 '바둑을 둘 때 마음에 새기고 있어야 할 10가지 교훈' 또는 '바둑을 잘 두기 위한 10가지 비결' 즉, '바둑의 10계명' 입니다.

위기십결의 원작자는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이자 당 현종의 '기대조 (棋待詔; 황제의 바둑 상대역을 맡는 벼슬의 일종)'를 지냈던 바둑 고수 왕적신(王積薪)이라는 것이 정설입니다만, 송나라 때 사람 유중보(劉仲甫)의 작품이라는 학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위기십결의 원작자가 누군지는 언젠가 명확히 밝혀지겠지만, 바둑인들에게 중요한 것은 원작자보다 위기십결 그 자체의 심오한 경지 일 것입니다. 아마와 프로를 불문하고 바둑인이라면 누구나 위기십결의 심오한 경지를 체득하기 위하여 저마다 정진하고 있을 것입니다.

바둑을 흔히 인생의 축소판이라고들 합니다만, 위기십결을 정치인들에게도 적용한다면, 위기십결(圍棋十訣)은 곧, 치자십결(治者十訣)로 정치인들이 명심해야 할 십계명이라 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위기십결로 본 우리의 정치현실과, 이른바 대권주자들의 정치행태에 관하여 고찰해 보고자 합니다만, 필자의 어리석음으로 위기십결의 심오함에 누를 끼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질책을 각오하고 보다 심오한 충고를 기대합니다.

위기십결(圍棋十訣)

1. 부득탐승 (不得貪勝)


부득탐승은 이기려고만 하지 말라는 교훈입니다. 이기려는 마음으로 조급하게 서둘러서는 결코 승리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흔히 마음을 비우라는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만, 정치인들은 특히 그런 말을 자주 쓰는 것 같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92년 대선 때 '마음을 비웠다'는 말을 하여 당시의 화두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마음을 비운다는 것이 욕심을 버린다는 의미라면, 부득탐승은 바로 욕심을 버리고 순리적으로 바둑을 두라는 교훈이라 할 것입니다. 승리에 집착하여 기리(棋理)에 어긋난 바둑을 두거나, 형세가 불리하다고 무리수를 남발하는 것은 결코 바둑인의 바른자세가 아닌 것입니다.


정치인은 사리사욕을 버리고 바른정치로 국태민안(國泰民安)을 도모하고, 국민이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도록 국민에 봉사하는 사람입니다. 그러한 정치인들 중에서 대권후보에 속하는 정치인들은 민심을 얻어 집권을 추구하는, 나라의 안위와 국민의 안위를 좌우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정치인입니다.

따라서, 대권후보는 바른정치로 국태민안을 실현할 능력과 경륜을 갖추고, 국민의 신임을 얻은 사람이 아니면 이른바 대권욕을 가져서는 안될 것입니다.

또 세계화 시대의 대권후보는 시시각각 변화하고 변화하는 국제정세에 높은 안목을 가져야 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정치현실은 그와는 너무도 동떨어진 것 같습니다.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위하기는커녕, 오로지 당리당략과 대권욕에 불타는 정치인들이, 마음을 비우기는 고사하고 온통 대권욕으로만 가득 차 있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대처하는 안목은 한심한 수준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전세계가 반대하는 부시정권의 MD 구축에 대해서도, 오로지 당리당략과 대권욕으로 무분별한 찬성과 지지를 보내는 정치인들과 정파가 판을 치고 있습니다.

남북의 평화공존과 평화통일에 대해서도 아무런 비전도 제시하지 않고, 오로지 냉전시대의 사고방식으로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정치인들과 정파가, 시대착오적인 부시정권의 MD 구축에 동조하며 남북통합의 역사적인 흐름에 중대한 장해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바른정치로 어려운 민생을 타개하고, 민주발전과 국민화합을 도모해야 할 정치인들이 오히려 상쟁을 부추기고, 민주질서와 법치를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행태를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순리와 정수는 보이지 않고, 국민을 속이려는 꽁수와 무리수만 남발하는 저급한 하수바둑이 정치판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의 정치인들과 대권후보들이 진실로 반성하고 반추해야 할 부득탐승(不得貪勝)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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