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가신 길에 '원기' 자네마저...

이승에서 못다한 삶, 내생에서 꽃 피우세

등록 2001.07.23 20:43수정 2001.07.23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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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아버지 곁에 합장을 하고 돌아와서 하루가 지났네. 노인병이라 두어 달 치료받으면 병석에서 일어나실 거라며 어머니께서는 아버지와 사별하신 지 5년 세월을 다 터시고 우리 집에 모시기로 했던 것을 자네, 원기도 알지 않나.

어머니는 한 2년을 살 수 있으리라 마음 두셨으니 죽음에 대한 채비없이 의식을 놓고 가셨으니 이승에 대한 연이 어찌 훌훌 털었겠나. 생전에 귀 밝고 눈 밝고 기억력 뛰어나신 어머니께서는 육신은 비록 의식이 없어도 어머니의 혼령은 혼불이 되어 당신의 육신을 굽어보고 무자비한 사태에 크게 놀래 경황 없이 어머니 곁을 지켰던 내게는 어머니의 말씀이 한낮에도 귀에 들리네. "나는 한 이 년은 더 너의 집에서 살겠다."


큰 병 걸리셨다는 소문이 나자 외가 쪽 사촌 조카들의 문병이 잦아지니 어머니께서는 아주 불편하게 생각하셨지. 당신은 전혀 모르고 계시나 무슨 죽을병에 걸리지나 않았나 걱정을 하셨던 게야. 어머니께서 병원에 입원을 해서 자네 내외는 세 차례나 다녀갔고, 어머니께서 입원한 지 열흘을 넘기시기 바쁘게 돌아가시고 영안실에 모신 삼일 동안 자네의 수고는 너무 고마웠네.

첫 날 돌아가셨다는 실감도 안 났을 때 자네 내외와 남매들이 자정을 넘은 시간에 와서 문상을 해주니 세상은 결코 외롭지 않았고, 어머니의 언니이며 내게는 이모님이고 자네의 어머님께서 병치레 긴 세월과 돌아가시고 발인할 때가 바로 어제인 듯했네. 자네는 삼일 내내 영안실 의자에서 무슨 생각을 하며 하염없이 있었나. 우리가 흔히 세상을 살면서 내 부모에게도 무심한 세상에 이모께 자주 못 찾아 뵙는 것이 무슨 결례였겠는가.

내게 자네는 건강해 보였어. 그러나 내 아우와 이야기를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지.
"내가 좀 아파. 가끔 가슴이 뜨끔하고. 협심증이 있어."
그 말을 나는 나중에 아우에게서 들었네.

성남 화장터에서 어머니의 시신을 태울 때 어머니를 내가 제대로 모시지 못한 애통 절통으로 숨마저 몰아쉬기 어려워 나는 어머니 영정 앞에서 그냥 널브러지고 말았지. 자네가 다가와 "형님, 정신차리세요. 기운 내세요. 이모도 형님이 별 탈이 없기를 바라실 거예요"하며 나를 위로했지 않은가.

어머니를 화장터에서 한 줌 뼈로 모셔 아버님의 산소에 합장할 때 자네는 삽을 들어 흙 한 삽을 부었지. 나중에 자네는 "이모님이 갓난 형님을 안고 찍은 사진이 우리 집 어딘가에 있으니 찾아드릴게요"하던 약속을 기억하겠지. 나중에 병원주차장에서 헤어지면서 "마음 진정하시고 삼우제나 치르고 만나시자고요"하며 자네는 말했지.


어머니를 모시고 난 다음 날 아침에도 자네의 누님은 내게 전화를 걸어와서는 어른 잘 모셨냐하고 걱정을 했었다네. 그런데 오후에 또 누님이 전화를 걸어서 다짜고짜하는 말이 "원기가 죽었어. 지금 막..."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교통사고라도 당했단 말인가. 어머니 돌아가셨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듯하더니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아무리 연극 같은 세상이라지만 이게 진정 무슨 일인가. 나는 내 형제들에게 이 사실을 전화로 알리니 다들 아하고 무너지고 말았어.


자네, 이게 어쩐 일인가. 집에서 있다가 갑자기 숨이 갑갑해 쓰러져서 병원으로 갔을 때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니.

내 어머니 돌아가셨다 하여 영안실을 지키고 장지까지 따라가던 모습이 우리 모두에게 눈에 집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네. 왜, 우리 어머니 가시자마자 자네가 따라나서나. 자네의 길을 다른 길인데 왜 이리 길동무를 나섰는가. 죽는다면 내가 죽어야 할 것이지 자네의 길은 아니었네. 상주들은 죄인이라 우리 형제 남매는 자네의 빈소를 어머님 삼우제를 치르고서야 자네가 있는 강남성심병원에 갔네.

누님은 나를 안고 통곡을 하면서 "하느님, 내게서 다 데려가시면 어떻게 해요"하고 울며 네 누이들도 다 퉁퉁 부은 눈이 어서 내 억장에 무너져 내렸어. 수건을 눈에 댄 체로 뗄 줄을 모르는 자네의 처에게 나는 먼발치로만 슬픔을 나눠야 했네. 내 어머니 빈소를 지키는 일이 자네에게 어찌 그리 힘겨웠는지도 모르니 내가 자네의 부인에게 큰 죄를 지은 양, 몸 둘 바를 몰랐네.

오늘, 자네의 삼우제일세. 자네는 우리 어머니를 화장했던 똑 같은 성남 화장터에서 한 줌 재로 바뀌어 떠나고 자네의 무덤을 만드는 그제는 어찌도 비가 그리 많이 왔던지. 자네를 지키는 사람들은 힘든 걸음을 했다고 했네. 오늘 또한 비는 천둥까지 불러와 쏟아지니, 자네를 불러간 하늘이 안타까워서인가.

49년생 자네에게는 아직 대학 다니는 두 아들이 있고 "70 까지는 살라나요"했던 그 말이 왜 이리 가슴을 아프게 하는가. 자네를 데리고 간 것은 누구란 말인가. 하늘이라면 무슨 소용이기에 자네를 데리고 갔는가. 하늘에서 자네의 길은 있을 것이니 내일을 알 수 있는 세상을 벗어나서 자네가 이리도 급하고 떠나야했던 곡절을 알아야겠네. 내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

자네의 삼우제후인데도 나는 자네의 처에게 전화 한 통화 못하네. 주위에서 "마음이 가라앉은 뒤에 하라"는 말에 나는 자네를 떠나 보낸 슬픔도 자네 가족과 함께 나눌 수가 없네. 내 귀에는 우리 어머니의 말씀이 들리네. "내가 그 아이를 데리고 가지 않았다."

내 어머니가 어찌 자네를 데리고 가셨겠나. 데리고 가신다면 당신을 죽음에 이르게 했던 사람들이지 자네는 절대로 아니네. 이승에서 못 다한 삶, 내생에서 꽃 피우세.

잘가게.
잘가게.
오호통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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