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건 몸뿐이다. 맨 몸으로 미래를 설계한다"고 하면, 그늘진 곳을 많이 들여다본 사람들은 어쩌면 쉽게 돈 벌자고 유흥가에 나가는 젊은이들을 연상할지도 모르겠다.
기자가 최근 만난 두 젊은이는, 오히려 그 반대로, 젊음의 패기를 투자하며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 이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고졸학력의 청년으로 막 군대에서 제대해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부모님이 계시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라북도 김제에 사는 전모(23) 군은 이 달, 그러니까 2001년 7월10일에 군 복무를 마치고 정확히 닷새 뒤인 15일부터 빵집에서 보조일꾼으로 빵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좀더 자세히 말하자면 청소에서부터 밀가루 반죽과 빵 굽는 일, 오븐 닦는 일 등, 빵 만드는 일을 도와주는 일이다.
전 군은 군에서 제대하기 일주일 전에 휴가를 나와 제과점을 하고 있는 이종사촌형에게 일자리를 소개해 달라고 부탁해, 미리 일자리를 잡아 놓고 출근날짜까지 정해 두었다. 전 군은 새벽 다섯 시면 잠자리에서 일어나 2킬로미터 남짓한 빵가게까지 달음질쳐간다. 요즘같은 삼복더위에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데, 빵을 굽는 주방은 그 열기가 마치 사우나 같다.
새벽 다섯 시부터 오후 네 시까지 열한 시간 동안 일하고 나면, 햇볕을 쐬지 않았을 뿐이지, 해수욕장 모래사장에 하루 종일 서 있다 온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한다. 이렇게 일을 하고 달마다 받을 돈은 육십만원선이라니, 웬만하면 하지 않으려고 할 만도 한데 전 군은 희망에 넘쳐 일을 한다.
그가 군 복무를 마치자마자 이렇게 생활전선에 나선 것은 자신이 맨 몸뚱이로 세상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의 가족은 곧 군대에 가야 할 동생 한 사람뿐. 부모님은 오래 전에 이혼을 했고, 각자 따로따로 재혼을 했다. 부양책임은 아버지에게 있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소식도 없다. 친어머니 또한 다른 곳으로 재혼을 한 처지라 이따금씩 소식을 듣는 것 외에는 별다른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
전 군 형제는 외할머니 밑에서 자라다가 지금은 막내 이모 집에 얹혀 살고 있다. 막내 이모 집안 또한 형편이 좋지 않아, 얹혀 사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실정.
"가진 게 제 몸뚱이뿐인데, 열심히 일을 배우지 않으면 제가 뭐하겠어요."
전 군은 그래서 고등학교를 마치자마자 빵집엘 나가 빵일을 배우다 군대에 갔다. 그는 지금 나가는 빵가게에서 한 일 년 정도 보조 일을 하며 기술을 익힌 뒤에, 대도시의 빵집에 또 다시 보조로 취직할 생각을 갖고 있다.
이런 식으로 해서 한 5년 정도 배우고, 어느 정도 기술이 숙달되면 꽤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어 한 5년 제빵 기술자로 월급쟁이 생활을 해서 십년 뒤에는 가게를 갖는 것이 목표란다.
이번에도 갓 군복무를 마친 또 한 사람의 젊은이를 만나 보자. 전주시 평화동에 사는 주모(23) 군.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전 군처럼 군에서 제대하기 일주일 전 휴가를 나와 일자리를 알아둔 주 군은, 군 제대한 지 열흘만에 출근을 했다. 일하는 곳은 전주시청 앞에 자리한 자그마한 인쇄소.
이 곳에서 주군은 인쇄물 배달에서부터 청소까지 모든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뒤치다꺼리가 주 업무이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위로 서울서 대학 다니는 형과 보험회사에 다니는 누나, 그리고 주군, 이렇게 삼남매가 사는 가정.
형은 부모님 돌아가시기 전에 대학에 들어 갔고, 적성도 공부. 자신은 공부를 더하기보다는 뭔가 기술을 배우거나 장사를 배우는 게 보다 나을 거 같아 형, 누나와 상의해서 취직을 결심했다는 주 군.
그는 7년 설계를 하고 있다. 지금이야 뒤치다꺼리가 업무이지만, 다니는 인쇄소가 도장 파는 일에서부터 명함 찍는 일, 간판 만들어다 붙이고, 출판물 인쇄, 각종 기념품 만드는 일 등 광고출판 분야에 관계되는 일을 다 하고 있어서, 배울 게 무척 많다고 한다.
주군은 7년 동안 이 인쇄소에서 여러 가지 일을 배우며, 특히 광고물 만드는 쪽에 중점을 두고 싶다고 한다. 7년 일하며 배워 서른살이 되면, 자신의 분야를 가질 수 있는 전문인이 되지 않겠느냐는 주 군은 자신이 한 분야에 자리잡는 때가 되면 지금의 인쇄소 사장님으로부터도 많은 도움을 받기로 했다고 벌써부터 자랑스러워 한다.
단순히 기술을 익히는 정도가 아니라, 자기네 사장님을 통해서 주요 거래처나 하청업체들까지 앞으로 자신에게 도움이 될 인맥을 쌓아가겠다는 야무진 계획도 있다.
"저희 가게가 겉으로 보기에는 조그맣고 초라해도 굉장히 바쁜 곳이에요."
지금의 인쇄소도 사실 큰 규모도 아니고 작은 규모지만, 자신이 열심히 일하면 일하는 인쇄소도 발전하지 않겠느냐는 주군은 아무 기술이 없으니 기술도 배우고 일하는 방법도 배워야 자신이 이 분야에서 자리잡을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어떤 친구들은 나이트 클럽 웨이터로 나가거나 중장비 기술이 있거나 해서 한 달에 이삼백만원씩 벌기도 하는데, 자신은 육십만원씩 받아도 부끄럽지 않다는 주 군은, 지금 잘 버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결혼을 하고 가장이 되어서 당당하게 사는 것이 바람이다.
자신의 몸이 전 재산이니, 몸으로 열심히 배우며 일하겠다는 이 젊은이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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