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한나라당 의원의 생각
"구애 끝에 휘두른 칼엔 양면 있다"

[인터뷰] 김영춘 "이 총재 '개혁적 보수' 해야"

등록 2001.07.24 10:54수정 2001.07.25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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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김영춘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글/최경준 기자
사진/이종호 기자


언론개혁 정국과 관련해 한나라당이 연일 "언론말살 중지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렇다면 젊은 한나라당 의원들은 그런 당 지도부의 입장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오마이뉴스는 김영춘 의원을 만나봤다.

김영춘 한나라당 의원은 언론사 세무조사가 김정일 위원장 답방용이라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 "그렇게 단정하는 것은 과도한 추측"이라면서 "그렇게까지 목적을 가지고 언론사를 조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 정권이 언론사찰을 하는 이유는 자기들에게 협조적인 언론을 만들기 위한 것이지 김정일 답방 사전정지용이라는 복잡한 것까지 생각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면서 "당에서 이번 언론사 세무조사를 김정일 답방용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과도한 추측"이라고 말했다.

김영춘 의원은 7월 23일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언론개혁'은 위험요소와 긍정적 요소가 섞여 있다고 분석했다.

김영춘 한나라당 의원은 "언론개혁은 당위적인 과제이지만 이것이 정부권력이라는 타율의 힘에 의해 강제되는 것이 우려되는 점"이라면서 "권력의 자의에 의해 불편한 언론을 목조르기 하겠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깨뜨릴 수 있는 중요한 위해 요인"이라고 말했다.

"보수언론에 대한 구애 실패하니까 칼 휘둘러"


김 의원은 "어떤 점에서 정부권력의 언론 길들이기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집권 직후부터 작년 말까지 정권은 보수언론에 계속 구애를 해왔는데 그것이 결국 실패로 끝나니까 칼을 휘둘러 언론사를 굴복시키려 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그러나 언론개혁문제의 공론화가 "어떤 면에서는 잘된 일"이라면서 "언론개혁이라는 과제가 그 동안 물밑에서 잠자고 있었는데 수면 위로 드러나 모든 국민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만들었고, 언론계 종사자조차도 그 문제에 대해서 다시 한 번 환기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한나라당의 정체성에 대해 "'개혁적 보수'가 아닌 그냥 보수"라면서 "이 총재가 한나라당을 개혁적인 보수로 만든다면 매우 큰 일을 하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과의 인터뷰는 그의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약 1시간 가량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약.


- 언론사 세무조사 정국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한편에서는 언론이 개혁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이 누적된 결과라고 언론사에 종사하는 사람들조차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당위적인 개혁과제가 정부권력이라고 하는 타율의 힘에 의해 강제되는 것이 우리를 곤혹스럽게 만든다. 과연 타율적인 개혁이 얼마나 지속적이고 본질적인 개혁으로 인정될 것인가? 언론개혁이라는 측면에서는 심히 걱정되고 우려되는 점이다.

권력의 자의에 의해서 불편한 언론을 목조르기 하겠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깨트릴 수 있는 중요한 위해 요인이다.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의 근본적인 환경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첨예하게 부딪히면서 많은 사람을 걱정스럽게 하고 있다.

또 한편에서 생각해보면 어떤 면에서는 잘된 면도 있다. 첫째 언론개혁이라는 과제가 그 동안 물밑에서 잠자고 있었는데 수면 위로 드러나 모든 국민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만들었고, 언론계 종사자조차도 그 문제에 대해서 다시 한 번 환기하게 되는 그런 효과가 있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두 번째는 우리 사회는 사상적으로 취약한 사회다. 과연 무엇이 자유민주주인가? 무엇이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근본적인 가치인가? 이에 대해 그 동안 제대로 된 논쟁의 과정이 없었다. 이번 기회에 특히 언론문제를 매개로 해서 자유민주주의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그것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어떻게 자리매김되는 것인지 등을 논의해 볼만하다. 정부, 언론, 정치, 시민사회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과정에서 사회적 공론의 활성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겠나. 따라서 절망만 하지 않고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

- 어떤 점에서 정부권력의 언론 길들이기로 보는가?
"우선은 세무조사 시기가 문제다. 눈에 보이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 하는 일에 도와달라', '언론이 협조를 해줘야 할 수 있다'는 등 집권 후부터 작년 말까지 정권은 언론에 계속협조를 구해왔다. 중앙일보 사태에서 드러나듯이 때로는 완력도 써보기도 하고 회유도 해보기도 하고 소위 말하는 보수언론에 대해서 구애를 많이 했다. 그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정부여당쪽에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정권의 구애가 결국 실패로 끝나고 난 뒤 칼을 휘둘러서 언론사를 굴복시키려 하고 있다. 이 수순에 대해서는 세상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순수한 의도에서의 개혁이 아니라 권력입맛에 맞는 언론 길들이기라고 하는 것이다."

"김정일 답방용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과도한 추측"

- 언론사 세무조사가 김정일 위원장 답방용이라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서는.
"그렇게까지 목적을 가지고 언론사를 조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 정권이 언론사찰을 하는 이유는 자기들에게 협조적인 언론을 만들기 위한 것이지 김정일 답방 사전정지용이라는 복잡한 것까지 생각할 수 있을까? 당에서 이번 언론사 세무조사를 김정일 답방용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과도한 추측이다."

- 동아일보 사주 부인의 죽음과 세무조사를 연계시키는 것은.
"동아일보 사주 부인의 죽음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것이지만 언론사 세부조사, 검찰소환조사가 사주 부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하나의 요인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나의 팩트를 전부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곤란하겠지만 그 자체가 틀린 말이라고 할 수는 없다."

- 김정일위원장 답방 사전정지용 등의 주장을 할 때 왜 당내에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나.
"나는 언론사 세무조사가 아닌 세무사찰이라고 생각한다. 즉, 기본적인 방향에서는 당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내 입장을 이야기하지 않고 큰 흐름에서 동참하고 있다."

- 그럼 김원웅 의원 등 당내 반발파를 어떻게 보는가?
"김 의원은 '언론개혁이라는 것을 언론사 내부와 사회적 자정기능에 맡겨두는 것만으로는 힘들다. 이런 식의 개혁도 필요하다'라고 주장하는 것 같은데 다시 처음에 얘기했던 것처럼 이는 자유민주주의 입장에서 취할 바는 아니다. 근본적인 원론에서 언론개혁이라는 과제에 대해서는 (김원웅 의원과) 동감하지만 이번 건에 대해서는 나와 입장차이가 있다. (김 의원이) 김정일 답방정지용이라는 것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옳지만 세무사찰 자체에 대해서 그것을 감싸고 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번건에 대해서는 김원웅 의원과 입장차이"

- 한나라당으로서는 보수적인 언론과 손잡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는데.
"한나라당 자체가 지금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을 잡아야 한다는 정치적인 계산을 안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기본적으로 정권이 칼을 휘두르기 시작한 것은 언론사를 잡느냐 마느냐 이전에 근본적인 위기의식이 반영되는 것이다. 이 정권이 앞으로 힘으로 밀어붙이는 정국운영을 한다는 것은 야당으로서도 수용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국구도로 전개된다는 것이다. 이는 언론사를 잡고 안 잡고의 문제가 아니라 야당의 생존에 관한 위기의식이라고 봐야 한다. 지금 야당은 1차적인 타겟은 언론이고, 2차적으로는 야당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공동사안에 대한 연대투쟁이라고 보면 된다."

- 국정조사 시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당내에서도 검찰조사가 마무리된 이후 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논의를 더 해봐야 한다. 나는 검찰조사를 마치고 나서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 한나라당내 개혁파 의원들의 최근 움직임은.
"크게 보자면 소위 개혁파 이름의 철학과 소신을 가진 의원들의 힘이 미약하다. 숫자도 부족하지만 이야기를 들어 줄 수 있는 사람들조차도 이런저런 이유로 힘이 모아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미시적으로 봤을 때는 개별사안이라고 하더라도 개별 사람에 따라서 사안에 따라 다 다를 수 있다. 이름을 거론해서 개혁파가 아니더라도 당내에 상식적이고 개혁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그들은 내가 나서면 튀어 보이지 않을까 하고 걱정한다."

- 한나라당의 정체성은?
"한나라당은 보수다. 그러나 개혁적인 보수는 아니다. 이회창 총재가 내세우듯이 개혁적 보수주의자로서 스스로 정치철학을 무장하고 한나라당을 개혁적인 보수정당으로 자리매김하게 만들어 준다면 이 총재는 큰 업적을 남기는 것이다.

보수주의가 사회변화를 반영하는 개혁보수로 나가지 못할 때 그 정당은 수구정당이 된다. 진보적인 정당이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보수 정당이 사회변화를 반영하는 개혁적인 작업을 계속해내지 못한다면 한국의 미래는 없다. 정말 건전한 보수라면 끊임없이 자신을 개혁해야 하는 자기 사명을 잊어서는 안된다.

혁명의 과정을 거치는 많은 나라들은 바로 이 보수가 수구화 되었기 때문이며 이는 국민들에게 불행을 안겨주는 것이다. 나는 정말 이회창 총재가 한나라당을 개혁적 보수정당으로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정확한 의미에서 양비론자는 아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김영춘 의원은) 양비론자다'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정확한 의미에서 양비론은 아니다. 지금 정부가 하고 있는 언론사 세무조사는 잘못된다는 것이 내 입장이다. 그러나 언론개혁이라고 하는 것은 이 일과 상관없이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언론사 사주가 잘못한 게 있다면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무가지나 신문사 지국에 대한 처벌은 공권력의 남용이고 언론사 목조르기다."

- 언론이 개혁되어야 한다고 했는데 한국언론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첫째, 사주가 경영에 참여하는 것을 반대하지는 않지만 경영과 편집은 독립되어야 한다. 사주나 권력으로부터 편집권이 좌지우지되어서는 안된다. 둘째, 기자 개개인의 도덕적인 무장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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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 저서 <이재명과 기본소득>(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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