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적응이 되어가면서 음식에 대한 적응이 한창일 때 가끔 얼큰한 고추장이 들어간 한국음식이 생각났다. 밥도 그립고. 그치만 이곳은 호주인데 더군다나 시골.. 'This is Australia! 그래, 이곳 사람이 되어야 여기서 살아 남을 수 있다.' 그때는 정말이지 이런 생각이었다. 다시금 마음을 다잡았다.
날이 갈수록 손에 훈장이 하나둘씩 생겼다. scratch. 나무 가지에 긁혀 만들어진 상처는 샤워하는 동안의 아픔을 남겨 주더니 결국엔 많아진 상처로 더이상의 상처의 아픔을 느낄 수 없게 했다. 가만히 침상에 누워 나의 검게 그을린 살과 변태 중인 표피와 딱정이가 져 붉게 그어진 상처들을 보고 있자니 은연중 슬픔이 밀려왔다. 약간의 처절함까지... 내가 여기 온 이유가 이것인가?하는 생각도 들고..
앞으로 어떻게 할까? 여러 사람들의 조언도 들어보지만 결론이 나질 않았다. 다들 자기들만의 결론이니. 여행하다보면 많은 개성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경험담도 듣게 된다. '어디 가면 무엇을 할 수 있는데, 쉽고 돈도 된다. 나는 어디를 갔는데 너무 좋았다. 꼭 가봐라. 후회안한다. 공부할 거면 여기를 가라. 너무 좋다.' 다들 그들이 경험한 그들의 경험담이다. 결국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 자료를 모으고 그것을 나의 상황에 맞춰 판단한후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고 다음 일을 결정했다.
우선은 4월까지 일을 하기로 했다. 그래야 돈이 생기고, 그 돈으로 비자 연장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단지 계획이었다. 만약 내가 돈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면 나의 여행 계획은 계획이 아닌 결론으로 해결 할 수 있었을 거다. 항상 일정에 맞춰 어디든 가고 싶으면 돈으로 해결할 수 있기때문이다.
시간 들이며 자동차로 며칠 걸릴 곳도 돈 좀 들여 비행기로 금방 갈수 있고, 숙박도 좋은 곳에서 편히 쉴 수 있고 그리고 가이드 들여 어디든 쉽게 구경할 수도 있고... 아마도 우리 같은 배낭족에겐 돈이 여행의 어느 정도 걸림돌(?)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부유하지 않은 여행에서 참다운 여행을 느끼지 않는가 싶다. 여행은 관광이 아니니까..
호주에서의 생활도 거의 한달이 되어가고, 시간이 금방 지나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가끔 주말엔 근처의 공원이나 Murray river에도 가고 수영장에도 새로 사귄 친구들과 함께 갔다. 작은 시골 읍내 같은 곳에 그런 훌륭한 수영장이 있었다는 게 참 신기했다. 그리고, 여전히 수영장 주위에는 일광욕을 즐기며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있고, 여유로운 호주인들의 전형적인 모습같았다.
어떨 땐 이런 생각도 들었다. 여기 호주에서 사는 사람들은 정말 호주인일까? 이민국의 나라. 유럽인이 아니라 한국인이 이곳에 먼저 왔으면 이 큰 땅떵어리는 우리말과 우리나라 사람으로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었을텐데.. 일상적인 일에 찌들리다 보니 이런 쓸데없는 생각까지.
호주 온지 한달 반 정도가 지나니 처음에 어렵고 힘들던 일들도 이제는 더이상 힘들지 않아졌다. 군대 있을 때도 신병훈련소에 입소할 때 처음 얼마간은 힘들지만 날이 가고 퇴소할 때쯤 되면 훈련받는 게 그리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역시 사람은 적응을 잘 하는 것 같다.
한달 반이 지날 때 쯤 나는 Cobram에서 만난 한국인 형과 Mytlford로 이동을 했다. 그 형이 이곳에서 작년에 밤을 땄는데 괜찮았다고 해서 옮겼다. 이곳은 주변 환경이 우리나라처럼 생겼다. 둘러싸인 산과 많은 나무들. 모처럼만에 고향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주위엔 높은 산도 있는데 Mt.buffalo란다. 어느 정도 산을 감싸고 오르다 보니 탁트인 평지가 나온다. 게다가 자그마한 호수까지.. 이 산은 분지형태의 산인데, 정상까지 도로를 냈다. 이곳 호주인도 꽤나 게으른가 보다. 등산으로 오르기 싫으니까 길을 내서 정상까지 가고.. 하나 더, 분지 지역엔 겨울에 스키를 탈 수 있는 리조트도 설치되어 있었다.
그 곳에 오르니 호주도 평지만 있는 게 아니었다. 오르락 내리락 주위에 산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더구나 그곳에서 보는 석양의 노을은 정말이지 장관이었다. 호주와서 제일로 좋았던 것은 해가 지는 모습이다. Ayer's rock이 좋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가 괜찮다. 등등 많은 좋은 곳이 호주에 산재해 있다고 해도 나는 해지는 것만큼 호주에서 아름다운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정말 좋다. 호주 어느곳에서든지 해지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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