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전쟁, 해법은 없나요? 인터넷 시대가 왔건만 밤샘 줄서기에 의한 추석 귀성표 예매는 올해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기사를 읽어보시고 좋은 해법이 있는 분은 독자의견에 적어주십시오. 의견을 모아 철도청에 전해드리겠습니다...편집자 주)
 | 5분만에 매진된 서울역 귀성 열차표 / 강수연 기자 |
"무조건 다섯 번째 안에 들어라."
'추석 귀성표 구하기'의 불문율은 올해도 어김없이 지켜졌다. 10월 추석연휴 열차표 예매가 시작된 24일. 호남 전라선 좌석표는 오전 8시 예매가 시작된 지 단 30여 분만에 동이 났다. 전날 저녁부터 밤샌 덕분에 앞열에 선 5~6명 정도만 간신히 좌석표를 구했고 나머지는 입석표에 만족하거나 기약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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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매시작 전부터 줄을 선 사람들 ⓒ 김시연 |
7월24일 오전 8시 서울역
기자가 서울역 예매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7시45분경. 서울역 대합실은 이미 추석기차표를 구하기 위해 늘어선 사람들로 가득했고 곳곳에 펼쳐진 돗자리들이 이들의 오랜 기다림을 말해주고 있었다. 역무원들 역시 곳곳에 가드레일을 치고 잔뜩 긴장된 표정으로 잠시 후 시작될 예매 전쟁에 대비하고 있었다.
8시 정각. 예매시작을 알리는 안내방송과 함께 16개 줄의 각 1번 주자가 단말기 앞으로 뛰어나갔다. 미리 적어둔 승차권 구입신청서 덕에 예매는 순조로운 듯했다. 예매 현장에 나와 있던 서울역 강철순 영업과장은 "전국 1200여 개 전산기에서 동시에 매표가 진행되기 때문에 보통 1시간 안에 예매가 끝나고 빠르면 6분만에 매진되기도 한다"고 귀띔한다.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매표 상황을 알리는 첫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9월29일 오후 3시부터 밤 10시 사이 무궁화호 하행선 좌석은 모두 매진되었습니다."
"어젯밤 9시부터 기다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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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 가족이 귀성표 줄서기에 나선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 김시연 |
매표 5분여만에 흘러나온 매진 소식에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안내 방송은 쉴 틈 없이 이어졌다.
"10월3일 오전 9시부터 밤 11시까지 상행선 모든 좌석도 매진됐습니다."
이번 추석 귀성길의 '피크타임' 좌석표가 모두 동이 난 순간이었다.
2~3명을 앞세우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50대 직장인의 표정에서 초조함이 역력했다.
"어젯밤 9시부터 온 식구가 교대로 기다렸는데…."
아들이 군입대를 하게 돼 처음 표를 구하러 나왔다는 그는 결국 훈련소가 있는 논산행 표 10여장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여행사나 가지 여길 왜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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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를 구하긴 했는데" 표를 잘못 구입한 고객과 역무원의 실랑이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 김시연 |
오전 8시18분경, 10월3일 상행선 전 열차 좌석이 완전 매진됐다. 이어 10월2일 오전 9시 이후 무궁화호 좌석도 모두 매진됐다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곧 이어 9월 29일, 30일 귀향표 역시 매진 속보를 전하고 있었다. 오전 8시23분경, 마침내 9월29일 하행선에 이어 9월30일 전 열차 좌석표가 매진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합실의 역무원들은 가드레일과 안내푯말들을 하나 둘 치우기 시작했다. 한 역무원은 아직도 한참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안쓰럽다는 듯 한마디 던졌다.
"여행사나 가지 왜 여길 와. 사람들 덜 모이는데 가서 (표를) 끊어야지."
하지만 같은 시간 여행사라고 해서 상황이 크게 다르진 않았다. 서울시내 주요 위탁발매소(여행사)에도 이미 새벽부터 수십명씩 줄을 서서 기다리긴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다음엔 여기 안나올래요"
오전 8시30분부터는 거의 모든 좌석표가 매진된 가운데 아예 매표가 가능한 열차를 안내하는 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 8시40분 마침내 '최종 선고'가 떨어졌다.
"9월29일, 30일 하행선, 10월2일, 3일 상행선 전 열차가 매진됐습니다."
10월1일 추석 당일을 제외한 모든 귀성 좌석표가 단 30여분만에 팔려나간 것이다.
허탈한 표정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줄을 지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가운데는 출근길에 광주행 표를 구하러 나온 30대 직장인도 끼어있었다.
"한시간 전부터 나와 기다렸는데... 올해 처음 나왔는데 실망이 크네요. 다음부터는 나오지 말아야겠어요..."
"2년 후에나 현재 방식 개선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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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매소 앞에 몰려 선 사람들 ⓒ 김시연 |
귀성 열차표를 구하기 위해 역 광장에서 밤샘 줄서기를 하는 광경은 수십년 동안 하나의 연례 행사처럼 여겨져 왔다. 이 때문에 인터넷 예약을 포함해 추첨제와 예약대기 리스트 도입, 신용카드 결제 등 명절 열차표 예매 방식 개선을 요구하는 민원이 계속 제기돼 왔다.
이날 철도청과 철도회원 게시판엔 결국 귀성표를 구하지 못한 일반 고객과 철도회원들의 하소연이 줄을 이었다. 특히 '철도회원이면 줄서지 않는다'는 철도청 배너광고 문구에 익숙한 철도회원들의 불만은 컸다. 40만명에 이르는 철도회원들도 설과 추석 명절표를 구하려면 인터넷이나 전화가 아닌 '줄서기'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철도청은 99년 인터넷 예매시스템을 도입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도 명절표 예매만큼은 시스템 부하와 승차권 구입 형평성 등을 이유로 예전 방식을 고수해 왔다.
철도청 영업본부 여객과 우상조 사무관은 24일 "이미 재작년부터 개선 방법을 모색했지만 지금의 시스템 상황에서는 현재 방식이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면서 "2년 후 완성되는 고속철도 시스템과 통합된 뒤에야 개선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철도청의 말대로라면 결국 앞으로 2년 동안은 지금과 같은 밤샘 줄서기가 반복돼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철도회원 채희수 씨는 지난 20일 철도회원사이트(www.barota.com) 게시판에서 현 예매제도를 이렇게 질타했다.
"지금이 어느 시대입니까? 인터넷으로 어떤 물건도 사고 팔 수 있고, 지구 저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그야말로 정보화 시대, 기술 발달의 시대가 아닙니까? 그런데 유독 명절에 고향 가는 열차 예매를 위해서는 30년전, 40년전의 모습과 어찌하여 하나 다를 바 없는가 하는 것입니다."
25일은 경부선, 26일 중앙선, 장항선 예매가 24일과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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