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상가에 가짜 메모리 판친다

등록 2001.07.24 13:56수정 2001.07.24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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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전자상가에서 유통되고 있는 반도체(모듈) 상당수가 정품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정체 불명의 제품들이 나도는가 하면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등의 모조품까지 판을 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최근에는 삼성전자 등 유명 메이커를 모방해 만든 가짜 제품의 경우 전문가들조차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교묘해지고 있는 추세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모듈 AS를 담당하고 있는 ‘그리고’의 권덕원 지점장은 “조잡한 가짜 제품의 경우 ‘라벨’로 확인이 가능하지만 이 또한 점점 정교해져 구분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말했다.

최근 삼성전자의 모조품 유통업자를 적발한 수원남부경찰서 측은 “확정적으로 말하긴 힘들지만 용산상가에서 거래되고 있는 제품의 30% 이상이 비 정상적인 제품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난 13일 수원남부서는 삼성전자의 256메가 D램 모듈 모조품을 만들어 시중에 유통시켜온 권모씨 등 7명을 상표법 위반혐의로 긴급 체포한 바 있다.

모조품을 팔아본 경험이 있다는 용산 D업체의 직원도 “가짜 제품과 역수입 제품이 판을 치고 있다”며 “경찰의 단속 이후인 최근에는 그나마 잠잠한 편에 속한다”고 전했다. 반도체 모듈은 엄지손톱만한 반도체를 묶어(보통은 8개)만든 반도체 묶음으로, PC에는 모듈 제품이 사용된다.

가짜 메모리 모듈은 어떤 것?


반도체 업체들이 모듈로 만들어 유통시킨 정식제품이 아닌 것은 모두 불법 제품에 속한다. 메모리 칩이 정품이라도 이를 모듈로 만들어 판매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용산 상가일대에서는 삼성전자나 하이닉스의 메모리 칩을 구입한 뒤 이를 모듈로 만들어 판매하는 소위 ‘비자’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상가의 A업체 사장은 “정품과 성능 차이가 나지않아 소비자에게 ‘비자’라고 알리고 판매하고 있다”면서 “비자를 불법제품이라고 생각하는 유통업자는 거의 없다”고까지 말했다.


최근 삼성전자의 모조품을 만들어 시중에 유통시키다 적발된 사례는 가짜 제품의 전형적인 본보기. 삼성전자의 라벨을 붙여 판매한 사건으로, 상표법 위반에 걸린 경우다. 하지만 이 경우도 엄밀히 말하면 상표법 위반뿐만 아니라 모듈제작 자체가 불법이다.

특히 최근에는 일부이긴 하지만 동남아시아에서 값싼 제품을 수입해 칩에 쓰인 제품명을 지우고 삼성전자 등의 제품명을 붙인 일명 ‘리마킹’ 제품도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진짜와 가짜, 어떻게 구별하나

진짜와 가짜의 구별은 쉽지 않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제품을 구입 후 삼성전자나 하이닉스반도체의 AS를 맡고 있는 대리점에 확인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메모리 AS는 용산 터미널상가의 ‘그리고’가 유일하고, 하이닉스의 경우 AS센터가 없다.

‘비자’제품은 판매 업체가 미리 말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가짜 라벨을 붙인 경우는 판매 업자들조차 구별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주차’를 확인해 그나마 구별이 가능한 제품이 있는 정도.

‘주차’는 제조일 표시를 말한다. 이를테면 삼성전자 제품의 경우 라벨 오른쪽 위에 ‘0130’ 등의 네 자리 숫자가 적혀 있다. 이는 ‘2001년 30주’째 만들어진 제품이라는 것을 뜻한다. 최근 만들어진 제품일수록 진품일 가능성이 높다.

용산상가에서는 매월 수백억원 어치의 반도체 모듈이 유통되고 있어 정품이 오랫동안 남아 있을 가능성이 적다는 얘기다.

라벨에 쓰여진 제품 넘버로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이 있다. 이번에 수원남부서에 적발된 제품은 ‘M366S17’(23DTO-C75). 이 제품은 단면 모듈용으로 출시된 제품이었지만 모조품 제조업자들은 이를 이용해 양면 모듈을 만들었다. 128메가 D램으로 만든 양면 모듈 정품은 ‘M366S33’계 제품이다.

칩에 찍힌 주차 표시와 라벨의 주차 표시도 함께 살펴야 한다. 칩에 찍힌 주차가 ‘(0)130’이고 라벨에 붙은 주차가 ‘0129’라면 가짜라는 의미. 칩을 제작한 후 라벨이 붙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제품은 가짜인 셈이다.

왜 가짜가 나돌까

가짜는 이윤이 많이 남기 때문이다. 용산 P업체의 사장은 “정품이 이윤이 거의 없는 반면 가짜는 이윤이 남는다”며 “256메가 모듈의 경우 정품보다 많게는 5천원 가량이 더 남는다”고 귀띔했다.

특히 반도체 가격이 폭락, 정품을 판매하는 것이 손해가 나기 시작하면서 가짜 상품의 유혹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용산 상가에서 거래되고 있는 128메가 메모리반도체(모듈)은 2만3천원 내외에서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업체들은 적어도 3만원은 넘어야 이윤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얼마나 유통되나

용산 전자상가의 메모리 모듈의 월 거래량은 대략 100억~2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조립PC 업체의 담당자는 “주기판이 매달 약 12만~15만개가 거래되고 있고 메모리 모듈은 보통 주기판의 4배가 거래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같이 예상했다.

메모리 가짜 제품은 전체 유통 메모리 중에서 적어도 30%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수원남부경찰서 측도 “수사과정을 통해, 절반 이상이라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지만 30%선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자 제품까지 포함하면 이 수치를 훨씬 초과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용산상가에서 메모리 반도체 모듈을 구입한 구매자의 3분의 1이 비(非) 정품을 구입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소비자가 가짜 제품을 구입했을 경우 적절한 AS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대책은 없나

소비자들은 정품과 가짜 구별에 애를 먹어야 할까. 용산에서 10년간 반도체 유통을 해 왔다는 김모씨는 “삼성전자나 하이닉스가 국내 시장이 작다고 유통에 너무 소홀히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대기업이 유통과정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품조차도 종이에 둘둘 말아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AS센터 등의 설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경우 메모리 AS를 담당하는 대리점이 하나뿐이고 하이닉스는 아직 전담 AS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이닉스의 국내 영업팀 김용수 차장은 “하반기 내로 AS를 받을 수 있는 대리점을 운영할 계획”이지만 “아직은 PC 업체에 납품하는 메모리 모듈이 대부분이라 일반 소비자를 위한 AS는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CPU 제조업체인 인텔의 경우 정품은 포장이 제대로 돼 판매하고, 주문자상표부착(OEM) 제품 등(비정상적인 제품)은 포장없이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텔은 정품의 경우 소비자 보호 약관에 따라 AS 등의 보상규정을 가지고 있어, 국내 업체들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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