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나야 할 CDMA 세일즈 외교

등록 2001.07.24 14:02수정 2001.07.24 14:06
0
원고료로 응원
최근 정보통신부 장관은 물론 대통령과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가장 활발하게 세일즈 외교를 벌이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CDMA다.

'해외 로드쇼'도 빈번하다.

이 분야가 새로운 수출 효자상품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CDMA가 이처럼 각광받을 이유는 충분하다.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만 봐도 알 수 있다. CDMA를 중심으로 한 정보통신 분야가 매출이나 이익면에서 처음으로 반도체를 앞질렀다. 이를 두고 앞으로 'D램 반도체 나라'가 'CDMA 강국'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성급한 예측마저 나돌 정도다.

하지만 앞으로는 정부의 'CDMA 세일즈 외교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지금까지 CDMA 분야의 세일즈 외교는 정부 주도의 '해외 로드쇼'나 고위층의 해외 방문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이런 세일즈 외교는 '정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속된 말로 "해외에서는 '씨도 안먹히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수출의 주체인 기업에게는 거의 도움이 안된다. 따라서 CDMA를 도입하는 나라에서 적극적으로 한국을 홍보하거나 해당 나라와 기업의 CDMA 관련 정보를 얻는 쪽에 CDMA 외교를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제는 정부부터 적극적인 마케팅 마인드로 무장하고, 철저한 전문가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이다.


현재 CDMA 세일즈 외교의 한계

정부 해외 진출 정책의 '하이라이트'는 해외 로드쇼이다. 로드쇼는 국내 기업을 모아 해외 역점시장에서 3~4일간 전시회를 갖는 것을 뜻한다. 그런 다음 국내 기업의 대규모 수출 계약이 발표된다. 해외 로드쇼에서 큰 성과를 냈음을 자랑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기업가들은 "해외 로드쇼는 말 그대로 '쇼'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게 보름 전쯤 중국에서 열렸던 CDMA 로드쇼다. 이 로드쇼에는 국무총리까지 참가했다. 중국 CDMA 관련 기업을 불러놓고 국내 기업의 CDMA 솔루션을 소개했다. 그리고 나서 정부는 "국내 기업이 중계기 등 6천만달러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이는 허구다". 소설처럼 잘 짜여진 각본에 지나지 않는다. 소설이 '사실의 개연성을 갖춘 허구'이듯 이런 발표도 '현실에 기반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런 발표는 소설과 달리 속을 들여다보고 나면 읽는 이에게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한다.

정부는 대개 로드쇼를 갖기 전에 수출 계약이 임박한 기업을 모은다. 로드쇼 이후 발표할 재료를 찾는 것이다. 기업이 수출을 하기 위해 2~3년간 '뼈빠지게 고생'한 공로를, 로드쇼를 계기로 정부가 가로채는 것이다.

그뿐이면 "그냥 관행이다"하고 지나갈 수도 있다.

문제는 발표 내용에 있다. 대개 정부가 어거지로 짜맞추다 보니 설익은 게 많다. 중국 CDMA가 극단적인 사례다.

정부는 국내 기업이 6천만달러 규모의 중계기 수출 계약을 했다고 발표했지만 기업가들은 "무슨 소리냐"고 되묻는다.

중계기를 설치할 중국 CDMA 이동전화 사업자인 차이나유니콤은 이제야 업체 선정을 위한 초기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차이나유니콤은 이제서야 세계 기기 업체를 상대로 제품 설명회를 갖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어찌 수출 계약이 체결될 수 있는가.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국내 기업이 중국 차이나유니콤이 아닌 중국 기기 업체와 수출계약을 체결하면 된다. 이번에 발표한 게 주로 그런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중국 기기 업체 또한 차이나유니콤으로부터 수주를 해야 한다. 그러나 차이나유니콤은 아직 납품업체를 선정하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국내 업체가 중국 기기업체로부터 수출을 위한 가계약을 한다 해도 중국 기기 업체가 차이나유니콤으로부터 수주 계약을 따내지 못하면 이 가계약은 모두 헛수고에 지나지 않게 된다.

현실이 이런데도 해당 기업으로서는 아직 비밀로 하고 싶은 사안까지 정부가 끄집어내 자랑을 하니 국내 기업은 물론 중국에서 보면 참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는 노릇이다.

다른 분야이기는 하지만 지난주에 진행된 '호주 로드쇼'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는 한국통신이 호주에 ADSL을 대규모로 수출한다고 발했지만 한국통신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이 없는데 정부가 먼저 이를 발표하니, 참 기가 막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고위층의 잇단 해외 방문도 답답한 일이기는 마찬가지다. CDMA 기기를 수출하는 한 기업가는 "대통령이나 장관이 해외를 방문한다고 그 나라 기업이 한국 장비를 구매하느냐"며 "반대로 외국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면 우리가 그 나라 제품을 사느냐"고 되물었다.

다른 기업가도 "고위층의 외교는 기업이 풀 수 없는 민감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하나 CDMA 분야에서만큼은 그렇지 않다"며 "대표적인 게 퀄컴의 중국과의 차별적인 로열티 문제인데 정부가 이를 왜 화두로 삼지 않는지 궁금할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CDMA 세일즈 정책의 대안

기업가가 원하는 'CDMA 세일즈 정책'의 첫 번째 대안은 해외 홍보이다.

정부 스스로 생색 내는 일은 그만 두고 실질적으로 기업을 돕는 일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틈만 나면 "CDMA 종주국"을 외쳐왔다. 그러나 삼성전자 등 이미 해외에서 어느 정도 브랜드를 알린 기업은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중계기 업체처럼 불과 1~2년 전부터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중견 중소 벤처기업은 해외에서 'CDMA 종주국의 허상'을 실감한다.

"'CDMA 코리아'의 파워는 아직도 보잘 것 없다"는 게 중소기업가의 하소연이다.

사실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 또한 휴대폰이 아닌 장비 분야에서는 이제 겨우 중국 등에서 일부 장비를 팔고 있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주요 국가에서는 CDMA 후발 업체인 모토로라 에릭슨 루슨트 등 세계 다국적 기업에 번번히 참패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한 중소기업가는 "세계 시장에 나가 해당 기업에 제품을 실컷 소개해보지만 결국 선택하는 것은 해외 업체의 제품"이라며 "국가 브랜드 향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객관적으로 한국 제품이 더 우수한데도, 수출 대상으로 삼고 있는 해외 통신사업자가 지금까지 한국 제품을 단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어 한국 제품 채택을 꺼리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들은 정부가 'CDMA 강국 코리아'라는 브랜드를 적극 홍보해주기를 원한다.

'한국 방문의 해' 때 정부가 해외 각국에 한국을 널리 알리는 홍보 광고를 게재했듯 이제 한국 CDMA 기술을 널리 알리는, 정부 주도의 홍보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이들은 특히 "자카르타, 시드니, 멜버른, 뉴욕, LA, 베이징, 상하이, 심천 등 CDMA를 도입하는 나라의 공항에 'CDMA 강국 코리아'라는 입간판이라도 하나 세워주는 게 큰 돈 들여 잇따라 로드쇼를 하는 것보다 기업에는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이에 드는 자금은 IMT-2000 출연금 등을 이용하면 될 것"이라는 대안까지 제시할 정도다.

중소기업가들은 또 중소 벤처기업이 해외 진출을 할 때 가장 큰 애로는 정보의 부재라며 정부가 CDMA를 도입하는 국가의 정부나 기업의 정보를 파악해주기를 원한다.

한 중소기업가는 "해외 진출을 위해 2년 정도 해외를 오갔지만 이중 1년 가량은 정보 수집하는데 다 지나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국의 경우 정책이 불투명한데다, 중앙 정부 관료, 각 기업의 본사 및 지사, 각 성(省)의 관료 등 만날 사람도 많고 사람마다 생각이 달라 핵심 관계자를 파악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며 "정부가 최소한 주요 기업의 굵직한 정책과 사업 일정을 파악해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고위급 외교도 더 '고급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과거처럼 "앞으로 잘해봅시다"나 "우리 제품 좀 많이 써주세요" 같은 '빈말 외교'에 그치지 말고, 현안이 되고 있는 '기술유출'이나 'CDMA 로얄티 문제' 등 민감하고 국내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 '상호주의 원칙'을 적극 제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국내 기업이 CDMA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은 작지 않다는 게 기업가들의 지적이다. 책상 앞에 앉아 있을 틈이 없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찌기만 해도 '천연 영양제'로 손색 없는 여름 식재료 찌기만 해도 '천연 영양제'로 손색 없는 여름 식재료
  2. 2 반칙 논란, 예매 전격 중단 된 '스파이더맨' 반칙 논란, 예매 전격 중단 된 '스파이더맨'
  3. 3 인테리어 공사 동의서 사인 받다가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인테리어 공사 동의서 사인 받다가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4. 4 "홍명보 전술 판단 돋보여" → " 스리백 고집이 화불러" "홍명보 전술 판단 돋보여" → " 스리백 고집이 화불러"
  5. 5 윤석열 징역 7년 확정... 변호인은 "씨X", 지지자들은 눈물 윤석열 징역 7년 확정... 변호인은 "씨X", 지지자들은 눈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