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문학상은
언론과 순수파가 공모한 문학사건"

문학평론가 구모룡 교수 미당문학상 제정 정면 비판

등록 2001.07.24 14:28수정 2001.07.2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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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의 미당문학상 제정은 특정 문학집단과 언론권력이 문단 지배전략 차원에서 공모한 문학사건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문학평론가 구모룡(한국해양대) 교수는 월간 '민족예술' 8월호에서 중앙일보의 미당문학상 제정을 정면 비판했다.


구 교수는 <'미당문학상' 제정에 대하여>라는 글을 통해 미당 문학 전반에 대한 평가가 시작되는 시점에 특정 해석집단과 언론이 공모해 문학상을 제정한 것은 문학 장악을 통해 언론권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무리하게 선택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해방 이후 삶과 문학을 별개로 여기는 분리주의가 문학을 지배했다고 분석한 구 교수는 이번 미당문학상 제정의 배경에도 어김없이 분리주의 미학자들이 포진했다고 지적했다.

구 교수는 지난 6월 27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유종호 교수의 '미당 시 세계 마땅히 기려야'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유 교수는 이 글에서 큰 시인의 척도로 ▲풍요한 작품량 ▲창의적이고 독보적인 언어구사 ▲독자적인 세계 이해나 통찰이라면서 "화사집에서 늙은 떠돌이의 시에 이르는 14권의 시집을 보여준 미당 서정주 선생이 20세기 최대의 한국시인임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며 미당을 큰 시인이라고 추켜세웠다.

이에 대해 구 교수는 미당을 ▲언어의 흑색 요술사 ▲사적 언어의 과잉과 이미지의 주관적이고 무책임한 연결과 비약적 결합 ▲삶의 무갈등성, 세계에 대한 무책임, 비현실적인 신화로의 귀의 등을 지적하면서 미당을 큰 시인으로 규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반박했다.


미당을 높이 평가하는 문학집단으로 순수파 문인들을 꼽았다. 미학적 분리주의에 기반한 이들 문학집단은 냉전이데올로기와 분단체제아래 각종 혜택과 권력을 누려오면서 분리주의 미학계보를 형성해 왔다고 평가했다.

미당문학상 심사과정의 공정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구 교수는 "미학적 판단에 분리주의적 편향이 나타날 것은 불을 본 듯하고 경우에 따라 수상거부도 예상할 수 있는 사안이 될 것이다"고 우려하면서 문학상 제정보다는 미당 담론의 활성화가 문학 발전을 위해 더 시급하다고 짚었다.


구 교수는 친일, 친독재 행적은 물론 '국화 옆에서'를 비롯해 미당 시의 기존 해석을 뒤집는 새로운 해석이 등장하는 사실과 관련해 "미당 문학에 대한 재해석은 문학사적 사건임과 아울러 흔들리는 분단체제의 현실과 맞물려 있다"고 내다봤다.

구 교수를 비롯한 민족문학 진영은 중앙일보의 미당문학상 제정을 저의를 의심하고 있다. 반면에 순수문학 진영과 신문사는 미당을 20세기 최대의 한국시인, 흠결을 덮고도 남을 만한 시인이라며 추켜세우고 있다.

미당 평가에 의혹을 제기하는 측은 임우기, 구모룡, 고은, 김명인, 김진석 등이며 미당을 높이 평가하는 측은 유종호, 김화영, 박철희, 이남호, 문혜원 등이 꼽히고 있다. 과연 미당이 한국 최대의 시인인가 아니면 재평가 대상인가를 놓고 이들 양 진영의 논쟁은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문학과 현대사의 '뜨거운 상징'으로 등장한 미당, 문단뿐 아니라 민족운동과 시민운동 진영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미당문학상 반대운동은 친일 예술인 청산운동으로까지 반전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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