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졸지에 홍위병이 되었다. 그렇게 무수히 많은 사람이 이문열 씨에 의해, 조선과 동아의 족벌언론에 의해 홍위병이 되었다. 이문열 씨에 의하면 이제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은 모두 홍위병 취급을 받기 시작할 것 같다.
나는 한동안 참 곤혹스러웠다. 홍위병으로 매도당한 사실보다 "니들 하는 짓이 홍위병 같아!"라고 언어폭력을 행사하는데도 마땅한 대응논리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기껏 "그러는 니들이 족벌언론의 홍위병이 아니냐"라든가 "말도 안되는 억지 부리지 마라"라고 외칠 도리 밖에 없었던 것 같다. 말도 안되는 억지소리하는데는 정말 대응하기가 힘든 법이다.
이 '홍위병론'은 최근에 나온 이야기는 아니다. 한겨레신문의 정연주칼럼에 의하면 26년전 자유언론실천운동때도 이 운동에 앞장선 동아일보기자들에게 공화당간부들이 홍위병이라고 매도했다고 한다. 가까이는 작년 국회의원선거때 낙선운동을 벌였던 총선시민연대에게 은퇴를 권고받았던 김종필 씨가 이 단체를 홍위병으로 빗대 이야기하는 바람에 한동안 낙선대상자들이 이 단체를 홍위병으로 매도하기도 했다.
요즘에는 족벌신문에 이 신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글을 기고하는 인사들에 대한 비판과 비난을 하는 사람들과 언론개혁을 지지하는 시민단체를 홍위병으로 매도하고 있으니 홍위병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참으로 많은 변신을 한 셈이다.
그런데 이 '홍위병론'을 들여다 보면 과거 독재권력과 족벌언론들이 써먹은 '빨갱이론'과 일맥상통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것이 나를 그토록 곤혹스럽게 한 까닭인 것이었다.
이 '빨갱이론'은 우리나라 현대사를 가장 강력하게 관통하는 힘이었다. 심지어 일본에 그렇게도 당하고도 친일시비조차도 잠재울 수 있을 정도였다. '빨갱이'와 잔혹한 전쟁까지 치르고 나서는 더욱더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때문에 독재권력과 그에 결탁한 세력들은 자신의 이익에 반하거나 민주화를 외치며 대항하는 세력들은 '빨갱이'로 몰아 처단할 수 있었다. 수많은 민주인사나 학생들을 투옥시키고, 심지어 사법살인까지 자행한 것은 이 막강한 '빨갱이론'을 적절히 이용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과거에는 정권이 야당이나 민주세력을 탄압할 때 자주 이용하였지만, 현 정권들어 오히려 '친북 정부'니 '북한 퍼주기'라는 용어로 한나라당과 족벌언론에 의해 현 정권이 공격을 당하는 것을 보면 이 '빨갱이론'을 공격의 무기로 삼고 있는 쪽이 어느 쪽인지를 짐작케 한다. 바로 현재 비리신문사와 그를 비호하는 한나라당이 '빨갱이론'의 수혜자임을 알수 있다.
군부독재를 끝내고 민주화가 이루어짐으로써 이 '빨갱이론'은 효력이 다했다고 많은 사람이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빨갱이론'의 강력한 약효를 잊지못하는 수구언론이 간혹 이의 사용을 시도해보기도 한다. 간혹 성공하기도 했고, 실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 '빨갱이론'의 효력이 과거에 비해서 획기적으로 진전된 남북관계에 의해 약효가 많이 소진되었다는 것을 그들은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이 '빨갱이론'의 뒤를 잇게 된 강력한 무기가 바로 '홍위병론'인 것이다.
이 홍위병이란 개념은 시민단체의 요구에 등떠밀려 정부가 언론개혁을 실시하게 됨으로써 일정부분 정부와 시민단체의 견해가 일치하게 되자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이 홍위병이라는 것은 묘하게 우리 국민들의 레드컴플렉스를 자극한다. 붉을 홍자가 그렇고, 원리적 공산주의가 판을 쳤던 60~70년대 중국의 문화혁명기간에 등장했던 개념이란 것이 그러하다.
사실 홍위병들은 진짜로 그들이 말하는 '빨갱이'들이 아니었던가? 연세대 유석춘 교수는 여기에 한술 더 떠 7월 6일 조선일보에 쓴 칼럼에서 "때 아닌 문화혁명에 권력의 악령들이 가담하고 있다고"라고 하기까지 했다.
다음의 조선일보의 '홍위병을 이용한 빨갱이 만들기식'의 글을 보자.
"30여년 전 자유를 갈구하던 한 지식인을 ‘우파’와 ‘반동’으로 몰아 죽게 했던 중국인들은 오래전에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 ‘우파의 길’로 달려가고 있다."
"요즈음의 우리 사회 분위기는 라오서의 비극을 떠올리게 한다. 자신의 소신을 말한 유명 소설가에게 인터넷을 통한 집단 언어폭력이 가해지고, 신문에 글을 발표한 대학교수에게 전화협박이 끊이지 않는다. 특정이념에 경도된 유·무형의 집단폭력이 사회와 인간을 얼마나 철저하게 파괴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라오서의 죽음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가."(7월24일자 지해범 국제부차장대우의 '조선 데스크')
홍위병이라는 것이 참으로 절묘한 '빨갱이'의 새로운 버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00만명이상이 본다는 신문지면에다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른바 '지식인'의 글을 싣고, 여기에 비판하고 비난하는 많은 사람들을 "니네들 홍위병이지?"하고 매도하는 수법은 독재정권에 항거하는 수많은 시민과 학생들을 '빨갱이'로 모는 예전 수법과 너무나 흡사하다. 그런 공격 자체에는 논리적인 반박보다는 일단 자신의 정체성이나 사상에 대한 해명이 먼저 필요하게끔 한다는 면에서 특히 그러하다.
나는 홍위병을 들먹거리는 그들에게 왜 이문열 씨, 이인화 씨의 홈페이지는 그들의 글을 비난하는 네티즌들이 폭주하여 문을 닫을 지경인데 반해, 그들을 비판하는 인사들에게는 비판과 비난의 목소리가 없는지 이유를 물어보고 싶다. 설마 정권이 모든 네티즌들을 홍위병으로 만들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문열 씨는 모든 인터넷여론이 홍위병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함으로써 소설가적 기질을 발휘한다(아래 참조). 이쯤이면 대단한 선동이다.
또한 현재 가장 정부와 대립의 각을 세우고 있고, 대정부투쟁에 여념이 없는 민주노총 등 노동단체들마저도 왜 조선일보반대운동에 나서고 있는지를 물어보고 싶다. 이들을 설마 홍위병이라고 몰아세울 정도의 억지까지는 부리지 못할 것이다.
현재의 '홍위병론'의 확산자인 이문열 씨는 오늘자(7월 24일) 동아일보의 인터뷰기사에서 당분간 논쟁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인터넷 여론은 의사전달방식이 충동적이고 공격성이 강하며 과장이 심하기 때문에 홍위병의 특성을 갖고 있다”고 마지막을 장식하였다. 자신이 촉발시킨 논쟁에서 발을 빼겠다는 떳떳치 못한 자세도 비판의 대상이 되겠지만 자신에 대한 비판의 주 통로인 인터넷을 폄훼하는 발언은 지식인의 발언으로 보기 힘들 정도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홍위병론'은 이제 더 이상 논리적 반박이나, 합리적 토론에 기대할 수 없는 탈세비리신문사와 그를 비호하는 한나라당이 과거의 '빨갱이론'을 시대에 맞게 조금 업그레이드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선동적 '홍위병론'을 앞장서 전파하고 있는 이문열 씨의 모습에서 친일행적에 있어 그가 심정적으로 동감을 표하고 있는 서정주 시인의 모습을 연상한다고 이야기하면 나도 '친일론'을 '족벌신문앞잡이론'으로 업그레이드한 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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