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 변호사들의 개혁 발목잡기

변협 성명에 각계 비난...민변 반박 입장 밝혀

등록 2001.07.24 16:45수정 2001.07.25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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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7월 23일 현정부의 개혁정책을 비판하는 결의문을 발표하자 이에 대한 논란이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각계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즉각 대한변협의 결의문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변협의 결의문은 집행부만의 생각일 뿐 모든 변호사의 의견을 대변한 것이 아니다"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23일 서울인터컨티넬탈 호텔에서 '제12회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대회'를 열고 "정부의 개혁조치가 목표와 명분을 내세워 법적 절차에 있어서 합법성과 정당성이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5개항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날 발표한 변협의 결의문은 △정부의 개혁조치가 법적 절차에 있어서 합법성과 정당성이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 △정부는 힘의 지배가 아닌 법의 지배에 의한 개혁을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 △특정이익집단을 위해 헌법과 법률의 이론과 법 체계를 무시하고 만들어진 졸속입법은 국가사회에 엄청난 혼란과 비용부담을 초래할 것이다 등을 골격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대해 민변은 24일 '대한변협 결의문에 대한 민변의 입장'을 발표, "현 정부가 집권초부터 개혁을 표방해왔으면서도 과거 인권유린적 장치와 제도를 완전히 청산하지 못하고 기득권 세력의 반대와 개혁의지 퇴색으로 개혁작업이 좌초 위험에 처한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반박했다.

민변은 또 "여야간의 정쟁이 진행되는 시점에서 대한변협이 정부개혁 자체가 법치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는 양 주장한 것은 내용적으로도 옳지 않고 시기상으로도 적절치 못하다"면서 "일부 야당이나 언론이 이 결의문을 들어 변호사들 전체가 현 정부의 개혁정책에 반대하거나 언론사 세무조사가 불법적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고 확대 왜곡해석하는 것은 아전인수식 판단이다"라고 비판했다.

민변의 윤기원 사무총장(변호사)은 "변협의 결의문은 집행부만의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변호사 전체의 의사가 반영된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한 뒤 "변호사들의 결의를 모으려면 최소한 설문조사 등을 통해 의견을 물어보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변협의 결의문은 추상적인 용어를 써가며 근거도 없이 '합법성과 정당성이 무시된다'는 등의 용어를 쓰고 있는 데 변호사로서도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변협의 주장처럼 '합법성과 정당성이 무시됐다'면 그 당시 어디에 숨어서 무엇을 했는지 의문이다"라고 반문했다.

참여연대 사무처장인 박원순 변호사도 변협의 결의문에 대해 "개혁적이지 않은 현 집행부가 들어설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라면서 "이는 결국 개혁에 발목을 잡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시민사회단체들이 DJ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온전한 개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지만 변협의 결의문은 개혁하는 것을 막기 위한 비판이다"라고 말했다.

정치권-언론계 표정

변협의 결의문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도 가열되고 있다.

민주당 김중권 대표는 24일 오전 당4역회의에서 "개혁은 고통이 따르는 것인데, 고통이 따른다고 비난한다면 법을 배운 변호사의 자질이 의심스럽다"고 비판한 뒤 "구체적으로 무엇이 법적 절차나 법치주의에 반하는 것인지, 막연히 '경향'이라는 표현으로 정부 정책을 비난한다면 법률가다운 접근방식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또 "입법권을 가진 국회에서 민주적 절차에 따라 처리된 법률, 나아가 여야 합의로 처리된 법률을 문제삼는 것은 법률가로서의 접근보다 정치적 접근이 아닌가하는 점에서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에대해 한나라당 권철현 대변인은 24일 낸 논평을 통해 "현 정권의 법을 빙자한 힘의 지배 실상을 보다 못해 대한변협까지 들고나섰다"면서 "세무조사는 옳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가혹한 수단 방법까지 다 정당화되는 것도 아니라고 지적해온 야당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권대변인은 또 "심지어 토론과정에서 김대통령의 재산가압류 및 직무정지 가처분신청, 즉 '탄핵소추'라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온데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조선><중앙><동아>은 24일자 신문에서 변협의 결의문을 1면에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관련기사를 통해 상세한 내용을 소개했다. 특히 <조선>은 "정부 개혁 법치주의서 후퇴"라는 제목으로 1면 톱 기사에 배치했고 이어 3면의 거의 대부분 할애해 이를 부각시켰다.

<조선>은 또 3면 기사 제목으로 "고통만 준 개혁은 탄핵사유"라고 뽑고, 결의문을 전제했으며 결의문 발표 배경과 과정 등을 상세히 보도했다.

하지만 이들 3개 신문은 시민사회단체의 전국적이고 상설적인 연대기구 '시민사회단체연대회'가 23일 프레스센터에서 진행한 언론개혁 관련 기자회견 내용은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참여연대, YMCA, 경실련, 민변,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전국 30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체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이날 "언론개혁은 중단없이 추진돼야 한다"라면서 세무조사의 정례화, 정간법 개정 등을 촉구했다.

변협의 성명이 추상적이라면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의 성명은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조를 이룬다. (관련기사 참조)


변협 심포지엄 참석 천정배 의원이 말하는 현장 분위기

다음은 대한변협이 이날 주최한 '법치주의와 개혁'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의 참석자였던 천정배 의원이 <오마이뉴스>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밝힌 변호사 대회 분위기와 결의문이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한 분석이다.

"변호사 협회에 가입되어 있는 5천여명의 변호사 중에는 개혁적인 변호사가 있는 반면에 한편으로는 보수적인 변호사들도 있다. 이 두세력이 늘 변협회장 선거를 두고 대립한다.
지난 2월에 선출된 정재헌 변협회장은 보수파의 대표다. 반면 서울지방변호사회 박재승 회장은 개혁파의 대표격이다.

개혁파 변호사들은 인권을 중시하고 국보법을 반대하며 노동권을 중시한다. 또한 남북관계의 증진이나 언론개혁을 지지한다. 그러나 보수파는 현 정권의 햇볕정책을 반대하고 국보법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제는 그런 변협내의 상황이 반영된 것이다. 정재헌 변협회장과 황계룡 대회 집행위원장 등 보수, 수구의 대표자들과 그 집행부가 주도해서 결의문을 채택한 것이다. 변호사 중 보수적인 변호사들의 대회였다.

특히 부산지역의 개혁적인 변호사 중 대표격인 문재인 변호사는 ('법치주의와 개혁'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에서 국보법 개정이나 노동권 등을 중심으로 현 정부를 비판했는데 그런 점은 배제된 채 보수 언론에 보도됐다.

김선택 교수도 갈등해결의 메커니즘이 있어야 한다는 요지의 비교적 공정한 비판을 했는데 역시 한쪽 얘기만 치우쳐 보도됐다. 내가 한 이야기 중에서도 '노사정위원회를 가동해야 한다'던가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규정해서는 안된다'는 등의 얘기는 빠져있다. 정부의 비판적인 언론들이 자기들에게 유리한 부분만 대서특필한 것이지 변호사 다수의 의견이 아니다.

그리고 서석구 변호사의 발언 내용은 정확하게 이회창 총재 노선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또한 어제 변협이 결의문을 발표했지만 진정으로 인권을 고민한다면 왜 국보법이나 노동법 등이 결의문에서 빠져있나. 진정한 법치주의는 기본권이 보장되는 것이다. 따라서 변협의 문제제기는 균형을 상실한 보수적으로 편향된 집행부와 그에 동조하는 변호사들의 잔치였다.

심포지엄 도중 토론자인 대구변협 서석구 변호사는 현 정부의 일련의 실정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유에 해당한다는 등 `돌출성 발언'을 펼쳐 주최측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 [대한변협 결의문 전문] 

-'제12회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대회'를 마치며- 
대한변호사협회가 주최한 ‘제12회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대회’에 참여한 전국의 변호사들은 「법치주의와 개혁」이라는 주제로 진지하게 토론한 결과, 현 정부의 개혁이 합법성과 정당성을 요구하는 실질적 법치주의에서 현저하게 후퇴하였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기본적 인권 옹호와 사회 정의의 실현이라는 사명을 부여받은 우리는 법치주의의 의미를 모색하고 실현하기 위한 오늘의 변호사대회를 계기로 정부의 개혁이 실질적 법치주의의 틀 안에서 진행되기를 갈망하면서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1. 우리는 정부의 개혁조치가 목표와 명분을 내세워 법적 절차에 있어서 합법성과 정당성이 무시되는 경향이 있음을 우려하며, 모든 개혁은 법치주의의 실질적 이념에 따라 관련 법규를 준수하는 가운데 해결되는 것이 민주주의의 요체임을 확인한다. 

2. 우리는 정부가 힘의 지배가 아닌 법의 지배에 의한 개혁을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 

3. 우리는 특정집단의 이익을 위해 헌법과 법률의 이론과 법 체계를 무시하고 만들어진 졸속입법은 국가 사회에 엄청난 혼란과 비용 부담을 초래하는 것임을 인식하고 위헌적 법률의 제정 방지에 최선을 다한다. 

4. 우리는 사회적 기본권의 보장, 적정한 소득의 분배, 경제민주화 등을 통하여 경제적 정의를 위한 법치주의의 실현에 노력한다. 

5. 우리는 사회 모든 부문의 개혁이 법치주의의 틀 안에서 사회 전체와의 통일적 조화와 질서 하에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한다. 

2001. 7. 23. 대한변호사협회 

[대한변협의 결의문에 대한 민변의 입장]

대한변호사협회의 변호사대회에서 채택된 결의문에 대하여 여러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결의문 자체가 구체적 사례를 명시하지 않은 채 막연한 표현을 구사하고 있어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기는 하나, 우리는 결의문의 전체적 방향과 내용에는 많은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결의문에서 현정부의 개혁이 실질적 법치주의에서 현저히 후퇴하였고, 법적 절차에 있어 합법성과 정당성이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는 등의 내용이 전체 변호사들의 진정한 총의에 의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현 정부가 집권초부터 개혁을 표방해 왔으면서도 과거의 인권유린적 장치와 제도를 완전히 청산하지 못하고, 개혁작업이 기득권 세력의 반대와 개혁의지의 퇴색으로 미진하거나 좌초될 위험에 처한 것이 오히려 문제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그리고 여야간의 격렬한 정쟁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대한변협이 정부의 개혁 자체가 법치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는 양 주장한 것은 내용적으로도 옳지 않고 시기상으로도 적절하지 못하다고 판단한다.

아울러 일부 야당이나 언론이 이 결의문을 들어 변호사들 전체가 현 정부의 개혁정책에 대하여 반대하거나 언론사 세무조사가 불법적이라는데 동의하고 있다고 확대, 왜곡하여 해석하는 것은, 위 결의문의 내용 중 '개혁은 법적 절차를 통하여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애써 외면한 아전인수식 판단이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우리는 실질적 법치주의 구현이 국민의 기본권을 옹호하는 데서 출발하여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대한변협은 개혁입법을 통하여 실질적 법치주의의 구현을 위하여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

2001년 7월 2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송두환

덧붙이는 글 [대한변협 결의문 전문] 

-'제12회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대회'를 마치며- 
대한변호사협회가 주최한 ‘제12회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대회’에 참여한 전국의 변호사들은 「법치주의와 개혁」이라는 주제로 진지하게 토론한 결과, 현 정부의 개혁이 합법성과 정당성을 요구하는 실질적 법치주의에서 현저하게 후퇴하였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기본적 인권 옹호와 사회 정의의 실현이라는 사명을 부여받은 우리는 법치주의의 의미를 모색하고 실현하기 위한 오늘의 변호사대회를 계기로 정부의 개혁이 실질적 법치주의의 틀 안에서 진행되기를 갈망하면서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1. 우리는 정부의 개혁조치가 목표와 명분을 내세워 법적 절차에 있어서 합법성과 정당성이 무시되는 경향이 있음을 우려하며, 모든 개혁은 법치주의의 실질적 이념에 따라 관련 법규를 준수하는 가운데 해결되는 것이 민주주의의 요체임을 확인한다. 

2. 우리는 정부가 힘의 지배가 아닌 법의 지배에 의한 개혁을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 

3. 우리는 특정집단의 이익을 위해 헌법과 법률의 이론과 법 체계를 무시하고 만들어진 졸속입법은 국가 사회에 엄청난 혼란과 비용 부담을 초래하는 것임을 인식하고 위헌적 법률의 제정 방지에 최선을 다한다. 

4. 우리는 사회적 기본권의 보장, 적정한 소득의 분배, 경제민주화 등을 통하여 경제적 정의를 위한 법치주의의 실현에 노력한다. 

5. 우리는 사회 모든 부문의 개혁이 법치주의의 틀 안에서 사회 전체와의 통일적 조화와 질서 하에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한다. 

2001. 7. 23. 대한변호사협회 

[대한변협의 결의문에 대한 민변의 입장]

대한변호사협회의 변호사대회에서 채택된 결의문에 대하여 여러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결의문 자체가 구체적 사례를 명시하지 않은 채 막연한 표현을 구사하고 있어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기는 하나, 우리는 결의문의 전체적 방향과 내용에는 많은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결의문에서 현정부의 개혁이 실질적 법치주의에서 현저히 후퇴하였고, 법적 절차에 있어 합법성과 정당성이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는 등의 내용이 전체 변호사들의 진정한 총의에 의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현 정부가 집권초부터 개혁을 표방해 왔으면서도 과거의 인권유린적 장치와 제도를 완전히 청산하지 못하고, 개혁작업이 기득권 세력의 반대와 개혁의지의 퇴색으로 미진하거나 좌초될 위험에 처한 것이 오히려 문제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그리고 여야간의 격렬한 정쟁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대한변협이 정부의 개혁 자체가 법치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는 양 주장한 것은 내용적으로도 옳지 않고 시기상으로도 적절하지 못하다고 판단한다.

아울러 일부 야당이나 언론이 이 결의문을 들어 변호사들 전체가 현 정부의 개혁정책에 대하여 반대하거나 언론사 세무조사가 불법적이라는데 동의하고 있다고 확대, 왜곡하여 해석하는 것은, 위 결의문의 내용 중 '개혁은 법적 절차를 통하여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애써 외면한 아전인수식 판단이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우리는 실질적 법치주의 구현이 국민의 기본권을 옹호하는 데서 출발하여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대한변협은 개혁입법을 통하여 실질적 법치주의의 구현을 위하여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

2001년 7월 2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송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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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 저서 <이재명과 기본소득>(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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