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형 사립학교는 귀족학교
교육을 시장에 맡길 수는 없다"

[쟁점인터뷰] 이수호 전교조 위원장

등록 2001.07.25 09:00수정 2001.07.26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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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미선 기자 / 사진 노순택 기자

▲ 이수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 오마이뉴스 노순택
교육마저도 '시장화' 되는가.
교육부가 2003년부터 추진키로 한 '자립형 사립학교'와 고등학교까지 확대적용될 7차 교육과정을 두고 '교육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가져온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은 자립형 사립학교에 대해 "고교평준화를 무너뜨려 공교육을 위태롭게 할 뿐더러 고등학교마저도 서열화 될 것"이라며 '절대반대' 입장을 내세웠다. '선택중심' 교육과정을 담고 있는 7차 교육과정에 대해서도 우리 교육현실에 맞지 않는 신자유주의적 교육과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합법화 2년. 조합원수 9만명. 현장교사 상당수가 가입해 있는 대규모 교원조직인 전교조가 왜 정부의 교육정책에 반기를 든 걸까.

7월 21일. 영등포 전교조 사무실. 약속시간인 오전 9시 정각에 양복차림의 이수호 위원장이 들어섰다. 89년 해직과 98년 복직, 이 위원장의 교사로서의 개인 역정은 전교조 10여년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교육현장에 있었다면 지금쯤 '교감'의 직함을 달았을 그이지만, 이 위원장은 복직 후 단 1년 동안만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었다.

이 위원장은 할 말이 많았다. 인터뷰 내내 그는 쉬지 않고 10년 전부터 교육현장 밖에서 외쳤던 참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특히 '복지개념으로서의 교육'을 강조했다. 특성화·다양화라는 미명하에 국가가 담당해야 할 공교육을 '시장경제의 논리'에 맡겨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또 "교육의 기회균등, 공교육의 질향상을 역행하는 자립형 사립학교를 정부가 강행한다면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교육부가 2003년부터 30개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키로 한 '자립형 사립학교' 방안에 대해 "우리나라의 교육여건, 풍토 속에서는 성적중심, 한줄세우기 교육으로 갈 수밖에 없으며, 결국 학교선택권이라는 이름하에 기득권층의 비위를 맞추는 귀족학교로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최근 김대중 대통령이 밝힌 교육재정 2-3조원을 투자해 교육여건을 개선하겠다는 방안에 대해 "상당히 고무적이고, 바람직한 일이지만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2년 내에 이같은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밝혔다.

그는 이밖에도 "오는 정기국회에서 사립학교법 개정 가능하다" "전교조의 권력화·세력화 방지를 위해 '참교육실천강령' 제정을 준비중이다" "한완상 교육부총리에 실망을 많이 했지만 좀 더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수호 위원장 인터뷰 전문이다.

차기대선용 교육재정 확보방안, 지켜질 수 있을지 미지수

- 지난 19일 김대중 대통령은 교육단체 관계자들과 면담했는데, 이날 김대통령이 밝힌 교육재정 확보계획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 오마이뉴스 노순택
"김대중 정권은 선거공약으로 교육재정 GNP 6% 확보를 약속했었다. 하지만 IMF 이후 무시해왔다. 그러면서 거의 포기하는 상황까지 됐다. 지금은 교육재정이 4.2-3%까지 떨어졌다. 그 자리는 그나마 남은 임기 동안 교육재정으로 2-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발표의 자리였다. 2002년까지 고등학교 학급당 학생수를 35명으로, 2003년까지 초·중학교 학급당 학생수를 35명으로 줄인다는 내용이다. 교사수도 2년에 걸쳐 2만3000명을 늘리겠다고 했다. 상당히 고무적이고,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보기엔 아직 멀었다. OECD평균이 학급당 25명이다. 또 교사수를 2년간 2만3000명으로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초등학교의 경우 2004년에는 교대 졸업생 전부가 교사로 투입된다고 해도 4500명 가량 모자란다. 정부는 중등교육자격증 소지자, 기간제 교사를 쓰겠다고 하는데 비정규직으로 교단을 채운다는 것도 문제다. 갑자기 2년 안에 이걸 하겠다니... 2년 내에 그마나라도 약속이 지켜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 정부가 왜 갑자기 이런 발표를 했다고 보는가.
"두 가지 측면으로 해석하고 있다. IMF 이후 교육투자에 미흡했고, 전교조 등이 계속 학급당 인원수를 줄이라고 요구한 것을 정부가 뒤늦게 깨닫고 받아들인 것일 수도 있다.
두 번째는 정치적 의도로 볼 수 있다. 집권말기니 차기대선을 준비해야 하지 않겠나.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방도를 고민하다가 교육문제가 도출됐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사실 후자쪽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왜 하필 지금이냐', '그 동안 뭐했냐', '왜 갑자기 그러나'라는 의견이 많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애들을 그렇게 한곳에 모아놓으니 바보가 된다'니?

- 교육부가 2003년부터 30개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키로 한 '자립형 사립학교'에 대한 찬반이 맞서고 있다. 전교조가 반대하는 이유는 뭔가.
"원래 자립형 사립학교는 입시요강에 따라 성적에 관계없이 학부모나 학생들이 직접 원하는 학교에 지원토록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우리나라의 교육여건, 풍토 속에서는 성적중심, 한줄세우기 교육으로 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우려하는 게 그거다. 학교선택권이라는 이름하에 기득권층의 비위를 맞추는 귀족학교로 될 것이다."

- 이제껏 고교평준화 정책이 획일적인 교육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에 '자립형 사립학교'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뛰어난 아이들에 대한 차별교육은 지금도 되고 있다. 외국어고, 과학고, 예체능 관련고, 인터넷고, 조리학교 등 다양하다. 이외의 경우는 평준화해야 한다. 또 학급당 인원수가 25명 수준이면 같은 반 내에서도 개별수업이 가능하다. 고교까지는 평준화된 공교육 체제하에서 소양, 기본교육, 인성교육, 인간교육을 하고 나머지는 대학에서 하면 된다. 공교육 강화는 세계적 추세다. '애들을 그렇게 한 곳에 모아놓으니 바보가 된다'는 등의 말은 교직자들이 봤을 때는 너무 답답한 말이다. 평등체제 하에서 충분히 해나갈 수 있다. "

- 일부에서는 자립형 사립학교는 외국의 사립학교를 모델로 한 것이라며 '사학의 자율성'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외국은 사립비율이 10% 넘는 곳이 없다. 반면 우리나라는 대학의 80%(전문대 포함), 고등학교의 50%가 사립학교다. 교육은 국가가 복지차원에서 책임져야 하는 거다. 국가의 노력이 너무 부족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립학교만 만들면 인센티브, 치부가 가능하다. 지금 우리나라의 유명한 대학들도 다 하꼬방에서 시작한 곳들이다. 한 법인이 10여개의 학교를 갖고 있는 경우도 있지 않나. 이런 식으로 되다보니 사립의존율만 높아졌다. 반면 재단에서 중고등학교로 전입되는 돈은 0.몇%밖에 안된다. 운영비, 봉급을 다 정부에서 주고 있다. 설립자라고 하는 사람들은 단지 학교를 세운 것 밖에 없다."

- 아무튼 교육부는 '자립형 사립학교' 추진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충돌이 불가피하다. 정부의 의도는 정치논리다. 평준화를 실시하면서 전반적으로 학생들의 성적과 학력이 저하됐다고 하는데 학력이라는 게 뭐냐, 외워서 답 잘쓰는 게 학력인가. 이런 평가자체가 문제다. 나는 오히려 이것이 교육의 기회균등, 공교육의 질 향상을 역행하는, 교육에 손해가 되는 것이라고 본다. 우리나라 중고등학교가 전체 6천여 개인데 이중 30개라면 0.01%도 안되는 것이다. 결국 귀족학교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본주의하에서 더 많은 아이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갖게 될 것이다."


사립학교법 개정 정기국회에서는 가능할 것

ⓒ 오마이뉴스 노순택
- 전교조 등 교육단체의 한나라당 앞 농성, 삭발, 단식투쟁에도 불구하고 사립학교법 개정이 아직까지 제자리 걸음이다. 6월국회에서도 결국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다루지 못했는데 사학법 개정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사학법은 개정이 불가피하다. 사립학교법 개정은 지난해 감사하면서 '제도적 장치 마련'에 대해 여야간 공감대를 형성한 사안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사학의 로비가 먹히다 보니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정당의 고위층, 즉 민주당은 최고위원, 한나라당은 정책위 등이 꽉막혀 있다. 교육상임위들은 '빨리 해야 한다'고 했지만 당론이 아니라는 이유로 결국 무산됐다.

당시 국민운동본부는 6월 국회에서 개정한다기보다는 '최소한 상정이라고 하자'는 목표로 투쟁했던 것이었는데 결국 이것마저도 실패했다. 하지만 마지막엔 여야할 것 없이 정기국회에서는 하자고 합의했다.

문제는 한나라당이 이제야 '안을 마련하겠다'고 하는데 좋은 물건이 나올 리가 없을 것 같아서 우려된다. 어쨌든 정치적 합의는 이뤄졌다고 보고 정기국회까지 끊임없이 의원들을 만날 생각이다. 이번 정기국회 때는 개정될 수 있다."

- 사립학교법 개정의 가장 큰 걸림돌은 한나라당이라는 지적이 많은데, 의원 개개인의 입장변화는 없나.
"국회내에 전자투표기가 설치되어 있음에도 고장났다면서 쓰지 않는다. 국회가 자유투표제라고는 하지만 주요 안건과 관련해서는 개인적 의사표현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결국 당론이 결정하는 것인데 당론이라는데 지금의 정치를 움직이는 몇몇 보스들의 정치적 결정이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교사활동, 재야활동을 같이 하고 친구처럼 지내는 이재오 의원도 평소 사적인 자리에서는 자신이 더 열을 올리지만, 표결할 때는 '당이 어떻게 하느냐'를 따라간다. 현승일 의원은 과한 표현인지는 몰라도 정신적 콤플렉스가 있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너무 근거도 없이 무조건 (사학재단을) 비호하고 시민운동에 대해 무조건 폄하한다. 그런 일관성에 대해서는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조정무 의원의 경우 개인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사학법 개정에 찬성하고 있다."

전교조가 제 잇속만 차린다고 하는데...

- 사실 전교조를 비롯한 교육단체에서는 한완상 교육부총리 취임당시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지금은 한완상 부총리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실망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해를 많이 하려고 하고 있다. 한완상 부총리의 교육 마인드, 철학을 알기 때문이다. 그것이 체화되기까지는 본인도 '시간을 달라'고 하고 있듯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요즘은 가만히 보면 부총리 자신도 모르게 기존 교육구도에 편입되어 가는 모습도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좀더 지켜보자는 것이지만 정책상으로는 공사를 떠나서 문제제기할 것이다."

- 교육부장관의 잦은 교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 오마이뉴스 노순택
"2차대전 후 프랑스 드골 대통령은 앙드레 말로에게 문화부장관직을 10년간 맡겼다. 10년간 꾸준히 계획을 진행했기 때문에 적어도 지금 프랑스가 문화면에서는 강국이다. 미국의 경우도 대통령이 바뀐다고 교육부장관을 바꾸지는 않는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김대중 대통령 들어오고 난 뒤 교육부장관이 6번이나 바뀌었다. 교장들도 학부모가 한두 번만 전화하면 그만둔다. 일관성 없는 교육정책 때문에 흔들리는 거다."

- 전교조에 대해 합법화(99년 7월) 이후 "변했다" "권력화 됐다""잇속만 차린다"는 지적이 많다.
"비합시절 전교조는 노동조합이긴 했지만 '스스로 준비된' 교사만이 참여했던 특별한 조직이었다. 당시 전교조는 교육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높은 도덕성과 날카로운 주장을 하는 교사 단체로 인식되어왔다. 해직되면서까지 희생적으로 투쟁해왔으니 사람들에게도 대단한 조직으로 비쳐졌다.

그런데 합법화 이후의 전교조는 다르다. 노동조합은 가장 느슨한 대중조직이다. 자신의 임금조건 개선을 위한 집단적 노력과 공익에 기여하는 게 노조다. 하지만 전교조는 특히 교육운동집단이기 때문에 과도적 현상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저런 사람이 어떻게 전교조냐'라는 지적을 많이 듣는데 교육을 통한 조직강화가 필요하다. 학교차원의 자정활동으로 바꿔보자는 분위기도 있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참교육실천강령'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조합원간 수준차가 크다보니 합의안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내년쯤 발표할 생각이다. 단위학교에도 '너무 세력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또 전교조가 제 잇속만 차린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교원노조법'의 한계를 먼저 봐야 한다. 전교조는 단협시 책 한 권 분량의 자료를 갖고 간다. 그러면 교육부는 교섭의제조차 안된다고 하면서 결국 몇 개만 남긴다. 그 몇 개가 경제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그런 지적이 나오게 됐다. 현재는 온 국민이 공감하는 내용으로 교섭을 진행중이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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