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청의 생수통을 당장 걷어 치우라

끓여먹는 불편과 비용, 왜 사용자가 감당해야 하나

등록 2001.07.24 18:00수정 2001.07.24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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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파동이 한창일 때 과천 정부청사 부근에서 고기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공무원들이 안심하고 믿고 먹어도 좋다고 하던데, 다른 데는 몰라도 청사주변이라 장사가 잘되겠다"고 하자 대뜸 열을 올리며 "말도 말라. 오히려 공무원들이 겁내며 고기 더 안 먹는다"며 손사래를 치던 기억이 난다.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한 불신과 함께 공무원들의 이중성을 꼬집는 말이었다고 생각된다.

수돗물 정책도 마찬가지다. 행정당국이나 수도당국은 아무리 "안심하고 마셔도 된다"고 하지만 정작 어느 행정관청이나 사무실을 가든 수돗물을 그대로 먹는 곳은 한군데도 없을 정도이고 대부분 생수를 구입해 먹고 있다. 당국의 주장처럼 그렇게 안전하다면 자신들부터 수돗물을 식수로 이용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그렇지 않는 상황에서는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수돗물에 들어가서는 안될 균이 들어갔다며 "끓여 먹으라"고 한바탕 소란이 인적이 있다. 그러나 그런 소리를 하지 않아도 수돗물을 끓이지 않고 그대로 먹는 국민은 거의 없다. 늘 끓여먹고 있는데 새삼스레 끓여먹으라고 하니 짜증내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물론 수돗물은 일반가정에 도달하기까지 안전을 위해 많은 과정을 거친다. 우선 상수원수을 취수하는 취수구를 지나, 이물질을 침전시키고 부유물을 제거하며 1차 살균소독을 하는 침사지로 모인다. 여기서 다시 도수관을 통해 정수장으로 보내져서 오존을 접촉시켜 냄새 등을 제거하고 유기물질을 산화시키는 전(前)오존처리를 하고, 착수지로 보내져 정수처리제(PAC, PSO, 황산알미늄, 분말활성탄 등)를 최적장치로 혼합시켜 다음 단계 처리과정인 침전지 용량에 알맞은 수량을 분배한다.

그런 다음 다시 유입된 물에 함유된 각종 부유물질을 응집·침전시켜 슬럿지라는 불순물을 모아 배출시킨 후 모래층 1.05m와 자갈층 0.05m의 여과막 사이로 통과시켜서 미세한 침전 잔류물을 여과시켜 불순물이 없는 맑은 물을 만든 뒤 후(後)오존처리를 한다. 오존처리된 깨끗한 물은 다시 2.35m의 활성탄 여과층을 통과시켜 물 속에 녹아있는 미세한 잔류물을 활성탄 내부의 수많은 흡착구멍에 의해 흡착시키거나 활성탄 표면에 부착된 미생물에 의해 분해·제거하는 고도정수처리를 하고, 정수지에서 각종 세균의 멸균을 위한 2차 염소소독을 실시한 후 음용수 수질기준에 적합한 수돗물을 최종 점검하여 공급하게 되는 데, 따라서 안전이 확인되지 않는 수많은 약수보다 월등히 다양한 안전을 위한 과정을 거치는 셈이니 만큼 수돗물은 그냥 먹어도 되는 셈이다.

실제 수돗물의 수질기준도 <먹는물 수질기준 및 검사 등에 관한 규칙 제2조>에 의해 미생물에 관한 기준 2개항목(대장균군, 일반세균), 건강상 유해영향 무기물질에 관한 기준 10개항목(납, 불소, 비소, 세레늄, 수은, 시안, 암모니아성 질소, 질산성 산소, 카드늄, 6가 크롬), 건강상 유해영향 유기물질에 관한 기준 17개항목(다이아지논, 디클로로메탄, 말라티온, 벤젠, 에틸벤전, 카바릴, 크실렌, 테트라클로로에틸렌, 트리클로로에탄, 트리클로로에틸렌, 총트리할로메탄, 파라티온, 톨루엔, 페놀류, 페니트로티온, 사염화탄소), 심미적 영향물질에 관한 기준 16개 항목(경도, 과망간칼륨 소비량, 냄새, 맛, 구리, 망간, 색도, 세제, 수소이온 농도, 아연, 알루미늄, 염소이온, 증발잔류물, 철, 탁도, 황산이온)에 대해 검사하게 된다.

따라서 웬만한 위험물질이나 요소는 대부분 검사과정을 거치게 되고, 이 과정에서 걸러진다고 보면 된다. 게다가 수도당국에서는 "물을 끓이면 탄소성분, 용존산소 등이 없어져 물맛이 저하되며 중금속, 화합물질 등은 비등점이 높아 끓인다고 제거되는 것이 아니며 또한 물이 식으면 공기 중으로 증발한 산소가 다시 녹아 들어간다"며 그대로 먹을 것을 권하고 있다.

결국 대부분의 국민들이 생수를 사먹거나 수돗물을 끓여먹는 것은 불신이 낳은 불필요한 낭비인 셈이다. 실제로 5리터의 수돗물을 끓이는 연료비가 50원 가량 소비된다고 가정할 때 1천만 세대가 한번 물을 끓여먹으면 5억원, 3일에 한번씩 끓일 시 한 달이면 50억원, 1년이면 600억원의 연료비가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셈이다. 여기다 수돗물 불신으로 인한 생수 음용 비용까지 추가한다면 천문학적인 돈이 될 것이다.


신뢰는 입으로만 떠든다고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행정당국이나 수도당국이 먼저 수돗물을 식수로 사용하는 실천을 보여야 비로소 수돗물에 대한 일반국민들의 불신도 해소될 것이다. 그렇지 않고 계속해서 자신들은 생수를 사먹으면서 수돗물이 안전하니 안심하고 먹으라고 한다면 수요자를 기만하는 행위다.

100% 믿고 마실 수 있는 수돗물이라면 굳이 값비싼 생수를 사먹을 이유도 없고, 불필요한 연료를 소비해가며 끓여먹을 이유도 없다. 당국은 생수구입 예산을 폐지하고 곳곳에 설치된 생수통을 없애고 당장 수돗물을 받아 먹으라.


그럴 수 없을 정도로 수돗물이 나쁘다면 국민들이 끓여먹는데 드는 비용을 사용자가 아닌 공급자와 관리자가 부담하는 것이 마땅하고, 그래도 굳이 생수를 먹겠다면 예산이 아닌 자기 돈으로 사먹든지 말든지 그건 알 바 없다. 국민들은 공무원 스스로도 불신하는 수돗물 대신 생수를 그들에게 사먹여야 할 정도로 넉넉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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