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가벼운 수험생들이 잠깐의 휴식시간을 가장 경제적으로 보내는 방법은 자판기커피 한 잔 뽑아들고 담소를 나누는 일이다.
몇해 전 IMF사태 이후 대부분의 물가가 상승했으나 다행히 고시촌 자판기커피 가격만은 몇 년째 200원을 유지하고 있어서 그나마 수험생들에게는 위안이 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고온다습한 장마철을 지나면서 보건위생의 중요성이 어느 때 보다도 높아지고 있는데, 자판기 내부의 위생상태는 그리 좋지 못한 형편이다.
현재 신림9동 일대에 설치된 커피자판기는 약 600여대로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이 외부에 노출이 돼 있다. 그러나 이 많은 자판기 중 정기적으로 자판기 내부를 청소하고 소독하는 곳은 몇 안되는 실정이어서 많은 수험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H독서실에서 공부하고 있는 김모(30세, 신림9동 거주)씨는 "우연히 자판기 재료를 넣는 광경을 목격했는데, 자판기 내부가 너무 지저분했다"면서 "그 뒤로는 그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먹는 게 꺼려지고, 다른 곳도 마찬가지겠거니 생각하면 아예 슈퍼마켓에서 비싸지만 캔커피를 사먹고 만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같은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있는 이모(29세, 신림2동 거주)씨의 경우에도 "자판기커피의 위생상태가 의심스러워 조금 귀찮지만 가게에서 커피믹스를 사다놓고 온수기에서 물을 받아 한 잔씩 먹는다"면서 "상당수의 수험생들이 자판기커피를 신뢰하지 않거나 마지못해 사먹는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자판기에 표시되는 물 온도는 95도에서 98도를 가리키지만 실제 물 온도는 7, 80도 정도인데다 자판기 내부는 늘 습기가 차 있어 세균이 번식하기에 알맞은 환경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자판기에 공급되는 수질인데, 대부분의 자판기가 일반 수돗물을 사용하고 있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고자판기 판매상을 하고 있는 최모(35세)씨는 "자판기 내부에 자체 정수기가 달려 있어 물을 걸러주므로 별 문제가 없다"고 말하지만, 많은 수험생들은 그 정수기의 필터를 교환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자판기커피를 마시고 나면 사르르 배가 아파 오고 곧 화장실에 가게 돼 변비가 있을 경우 일부러 커피를 마신다는 한 수험생의 말을 우스갯소리로 들을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정기적으로 청소와 소독을 실시하고 정수필터를 제때 갈아끼우는 등 자판기 위생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며, 보건 당국도 특히 이 부분에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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