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뢰더 총리도 3주 휴가
독일은 현재 대부분의 초중고등학교가 방학에 들어갔다. 독일의 16개 연방주에서 초중등학교 방학은 각 주마다 자율적으로 결정되는데, 일부 주에서는 6월 말부터, 또 다른 주에서는 7월 말부터 약 6주간 방학에 들어가고 있다.
남부 지역의 바덴-뷔르템베르크와 바이에른 두 주의 학교들이 7월 26일부터 방학에 들어가면, 16개 주의 학생들이 모두 학교로부터 놓여나게 된다. 이렇게 방학이 주마다 각기 달라 휴가 기간이 분산되는 효과가 있다. 그래도 현재 휴가철을 맞이한 독일의 고속도로의 일부 구간에서는 주말마다 마치 주차장과 같은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도 지난 7월 14일부터 3주 간의 휴가에 들어갔는데, 부인과 딸과 함께 이탈리아의 동부 아드리아 해의 해안 도시에서 휴가를 보낸다고 한다. 물론 휴가 중간에 제노바 G8 정상회담에 참여하는 등의 일정이 있기는 하지만, 슈뢰더 총리는 8월 6일까지 3주 간의 휴가를 즐기고 이탈리아에서 독일 하노버에 있는 사택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한다.
휴가와 여행을 즐기는 국민
독일의 연방휴가법에 따르면 법정 최소 휴가일은 24일인데, 이는 물론 법정 공휴일인 토요일, 일요일을 제외하고 근무일수만 계산한 것이다. 그렇지만 독일인들의 실질적인 휴가 일수는 이보다 1주일 가량이 더 많은 31일이다. 주당 5일 노동을 하기 때문에 31일 휴가라는 것은 결국 1년에 6주를 휴가로 보내고 있다는 계산이 되는 것이다. 이 휴가법에 따르면 근로 계약관계가 6개월 이상 존속되었을 경우 휴가권이 생겨나고, 질병 등으로 인해 노동을 하지 못했을 경우에도 휴가권리는 주어진다.
흔히 하는 우스개 소리로 독일인들은 휴가를 '신성시'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휴가를 반납하고 일을 더 많이 해서 보수를 많이 받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여가 시간을 챙기려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자신의 휴가를 철저히 찾고 있고 직장에서 다른 동료의 유급휴가도 존중해 주는 분위기이다.
독일인들의 실제 휴무일은 주말 공휴일, 법정 공휴일, 휴가를 포함해 144일이다. 주말 공휴일은 104일이고, 법정 공휴일은 국경일과 종교 축일을 합쳐 약 10일이 된다. 국경일은 신년, 5월1일 노동절, 10월 3일 독일통일 기념일이 있고, 크리스마스, 부활절, 성령강림절, 마리아 승천일 등 종교 축일은 각 주에 따라서 조금씩 차이가 난다.
현재 독일의 노동시간은 프랑스처럼 법정 근로시간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각 산별 노조와 경영자 간의 단체 협약을 통해 결정된다. 특히 지난 80년대 독일 노동운동은 노동시간 단축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현재 서독 지역 노동자의 평균 노동시간은 약 37시간이고 동독지역 노동자는 약 39시간이다.
지금으로부터 1백년 전인 1900년 독일의 노동시간은 주당 70시간이었고 휴가는 1년에 6일에 불과했으니, 1세기 동안 주당 노동시간은 반 정도로 줄었고, 휴가 일수는 5배로 늘은 셈이다.
독일인의 휴가 보내기
독일인들은 매년 충분한 휴가를 가지기 때문에 그런지 휴가를 보내는 스타일이 느긋한 편이다. 즉 여러 곳을 돌아다니기보다는, 한 군데 휴가지에 가서 몇 주일이고 푹 휴양을 하는 스타일이 많다. 특히 여름 휴가는 스페인을 비롯하여 이탈리아, 그리스 등 해안이 있는 남유럽 국가들로 휴가를 떠나고 있다.
독일 사람들은 흔히 '여행의 세계 챔피언'이라고들 하는데, 연간 휴가 일수가 많아서 그렇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휴가철에 해외여행을 떠나고 있다. 휴가 중에 독일 국내 여행을 하는 사람은 전체 휴가 여행자 중 3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한다. 스페인의 유명한 휴양지 마요카 섬과 같은 곳에는 휴가철에 독일인 관광객들도 가득 차는데, 심지어 마요카를 독일의 17번째 주라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어 스페인 사람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기도 한다.
독일인의 휴가와 관련된 재미있는 연구를 보자. 독일의 모던리빙이라는 잡지는 최근 한 심리학자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에 따르면 독일인이 보통 3주 정도 휴가를 마치고 나면 IQ가 약 20 포인트 정도 낮아진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심리학자는 휴가 중이라도 너무 게으름만 피우지 말고 최소한 하루 두 번 정도는 무언가 머리 쓰는 일, 그러니까 카드 놀이나 체스 등 게임을 즐길 것을 추천하고 있다.
또 다른 휴가와 관련된 흥미있는 연구가 있는데, 오랜 휴가를 같이 보낸 부부가 휴가 후에 이혼하는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독일에서 이혼하는 부부의 3쌍 중 1쌍은 휴가를 함께 보낸 뒤 이혼했다고 지난해 슈피겔지가 밝혔다. 그 이유는 이미 부부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한 부부가 휴가 기간 중 갑자기 함께 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아져서 갈등이 증폭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독일의 긴 휴가 기간에 얽힌 에피소드이다.
느긋하게 휴가를 즐기며 재충전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은 그 후 다시 시작하는 일에도 잡념 없이 더욱 몰두할 수 있게 하여 준다. 또한 노동과 여가의 이러한 조화는 전체적인 삶의 질을 높여준다는 측면에서 볼 때도 필요한 일이라고 하겠다.
최근 일부 독일 경영자들은 주당 노동시간 40시간제를 다시 도입하는 등 노동 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긴 휴가를 가지는 독일 노동자의 연평균 노동시간이 1570 시간으로 미국의 1900시간이나 일본의 1840시간보다 훨씬 적다고 불평하고 있다. 노조측은 독일 노동자의 노동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을 들어 이를 반박하고 있지만, 노조 일각에서도 노동 시간 연장이나 노동 시간 유연화에 대해 긍정적 자세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노동과 여가를 둘러싼 노사 간의 갈등과 조정은 전 사회 구성원의 삶의 질에 있어 결정적인 중요성을 가진다. 노동 시간은 적고 임금과 노동생산성은 높은 독일식 노동 모델이 세계화 시대의 치열한 경쟁을 이겨나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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