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1.07.25 12:07수정 2001.07.25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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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에 대형 할인매장이 여러 곳 있어 소비자의 입장에서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대신 할인매장들은 서로 경쟁이 붙어서 가격 외에 여러 가지 행사나 프로그램을 통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려 애쓰고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지역단체 재원 지원프로그램'이라는 것입니다.
할인매장 입구에 지역단체의 이름이 붙은 영수증함이 있어서, 매장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받은 영수증을 영수증함에 넣으면 해당 지역단체에 총 금액의 일정비율을 지원금으로 환원해주는 제도입니다.
할인매장 측에서는 매장의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고,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물건을 사면서 형편이 어려운 지역 단체를 도울 수도 있어서 서로에게 좋은 제도라고 생각됩니다. 환원되는 금액까지 원가에 포함되어 있느니, 또 다른 광고의 하나라느니 하는 이야기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풍토가 거의 없다시피한 우리의 현실에서, 그런 제도를 통해서나마 기업과 소비자가 함께 지역의 어려운 단체를 도울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반가운 일입니다.
이 제도가 처음 생겼을 때만 해도 몇 개 안되던 영수증함이 이젠 매장의 한 쪽 벽면을 가득 채울 만큼 많아졌습니다. 우리 지역에 이처럼 많은 단체가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그런데 영수증함 앞에 붙어 있는 지역단체명을 자세히 보면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아짐을 느낍니다.
가장 눈에 많이 띄는 이름이 '**아파트 부녀회'입니다. 그 다음이 교회나 사찰 같은 종교단체의 이름이고, 학교나 동창회의 이름도 꽤 많습니다. 초기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시민단체나 복지시설의 이름은 드문드문 눈에 띄일 뿐입니다.
물론 할인매장에서 물건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이들은 가정주부들일 테니, 아파트 부녀회 이름으로 영수증함을 만들어 일정 금액을 돌려 받는 게 당연하게 생각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평소 남을 위해 조금도 손해보지 않고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제도를 계기로 내 주위의 어려운 이들을 한 번쯤 돕는다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은 여전히 남습니다.
종교 단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제가 다니는 교회에서도 영수증함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교회에서는 환원 받는 금액은 전액 어려운 이웃을 돕는 선교비로 쓰기로 했고, 또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긴 하지만, 그럴 바에는 차라리 처음부터 어려운 단체의 영수증함에 영수증을 넣도록 유도하는 게 훨씬 나을 것입니다. 성경에서도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가르치고 있으니까요.
학교나 그 외 여러 친목 단체들도 굳이 그 환급금을 받아야 할 만큼 사정이 어렵지 않다면, 재정지원이 꼭 필요한 복지시설이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 사회를 위해 애쓰고 있는 시민단체에 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할인매장에서는 환급금을 받을 수 있는 단체의 자격요건을 '공공성을 지닌 해당지역의 단체'라고 했는데 이 모든 단체들이 과연 얼마만큼의 '공공성'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어느 곳이 더 우선적인 지원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좀더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러한 '지역단체 재원 지원프로그램'이 좀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대신 영수증함의 수는 점차 줄어들어서 도움이 꼭 필요한 곳에 보다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기부문화'는 과연 그런 게 있나 싶을 정도의 부끄러운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런 제도가 아니더라도 도움이 필요한 곳에 도움의 손길이 늘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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