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안영근 의원은 최근 미국방문에 대한 입장을 밝힌 황장엽 씨를 비판하는 글을 오마이뉴스에 보내왔다. 다음 글은 25일 안 의원이 보낸 글의 전문이다. <편집자 주>
황장엽 씨의 과대망상을 경계하며
1997년 황장엽 씨가 귀순할 때, 곱게 늙은 그의 인자해 보이는 모습에 많은 국민들이 감동 받았다. 그 당시만 해도 이북사람은 뿔 달린 종족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더구나 주체사상에 일가견이 있는 황장엽 씨라면 온몸에 털이라도 숭숭 나있는 동물과 같은 모습으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로부터 4년여의 세월이 흐른 지금, 북한 주체사상의 뼈대를 세웠다는 문제의 그 사람을 미국의 몇몇 국회의원이 사적 이유로 초청하자,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그러던 중 탈북자 사이트에 황장엽·김덕홍 이름으로 게재된 미국방문에 대한 그들의 입장을 보고 황당하기 그지없어 그의 그릇되고 오만한 자세를 지적하고자 한다.
그는 내가 태어날 때인 1958년에 이미 북한 노동당의 핵심적 지위에 오를 만큼 북한공산주의를 위하여 충성하였다. 이후 김일성 종합대학 총장을 비롯하여 북한의 온갖 요직을 두루 거칠 만큼 김일성 김정일 체제에 충성을 다한 사람이다. 소위 국가보안법에서 지칭하는 반국가 단체의 중요임무종사자이다.
황장엽 씨가 김일성의 철학 담당 비서를 지내는 동안, 그가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직을 충실히 수행하는 동안, 그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을 담보하는 동안, 김신조 등 무장간첩 일당의 청와대 기습사건이 있었고 울진 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이 발생하였으며, 아웅산 테러, KAL기 폭파 사건 등이 연이어 일어나 수많은 국민들이 죽어갔다.
북한에서 잘나갈 때 황장엽 씨는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와 통일을 위해 무엇을 하였을까. 김일성 주석과 함께 북한주민을 통치하기 위한 주체사상의 틀을 논의할 때, 식량난 해결을 위한 고민이나 북한 인민의 자유 신장을 위한 직언을 해본 적이 있을까.
남북의 평화적 통일과 속죄를 위해 망명했다고 말하지만 이는 그의 주장일 뿐이다. 그가 북한에서 무언가 수틀려서 남한으로 탈출한 것으로 이해하는 사람도 있으며, 더욱이 과거 위장간첩 이수근 같은 사람이 아닌가 오해하며 계속 색안경을 쓰고 그의 언행을 주시하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도 있다.
우선 그는 이 글에서 "우리의 방미가 국가의 이익 즉 한미동맹의 강화에 도움이 되기에 수락했다"고 하였다. 좋은 말이다. 망명객도 대한민국 국민이 된 이상 국가의 이익을 애국적 견지에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궁금한 게 하나 있다. 국가직을 부여받은 바가 전혀 없는 일개인이 이렇게 중차대한 일을 해낼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가. 황장엽 씨는 자신이 그렇게 능소능대하다고 생각하는가. 한미동맹의 강화는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가 공식적으로 하는 것이다. 또 한미관계는 강화가 필요할 만큼 틀어져 있는 구석이 전혀 없다.
둘째로 그는 "지금 다수의 국민이 우리를 지지하고 있으며 우리의 행동이 건전한 남북관계의 발전에 도움되는 길이라는 것을 확신한다"고 썼다.
북한에서도 뛰어난 문장력으로 김일성 부자의 독재를 위하여 혹세무민하더니 남한에서도 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국민들 중 누가 그를 지지하고 있으며 그의 어떤 점을 지지하고 있단 말인가. 그리고 건전한 남북관계의 정의가 무엇이길래 도움까지 될까. 황장엽 씨는 전직대통령보다 나은 특전을 받고 있다. 연구원 6명에 고급승용차, 수행원과 운전기사, 고급주택, 고액의 연금 등 공식직함이 없는 대한민국 국민 중 최고의 예우를 받고 있다. 이 특전이 그를 과대망상에 빠지게 하지는 않았을까 염려된다.
셋째, 그는 6.25전쟁 때 미국 국민과 군대가 한국을 수호하기 위하여 세운 불멸의 공훈과 한국의 번영과 발전에 역사적 기여를 한 주한미군의 역할에 대하여 아무리 평가하여도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정도의 표현이라면 카멜레온이 황장엽 씨 앞에서 무릎을 꿇고 형님이라고 불러야 할 판이다. 6.25전쟁 때 황장엽 씨는 스탈린 치하의 러시아 모스크바 종합대학에서 맑스·레닌주의 철학을 공부하고 있었으며, 유학자금은 김일성이 보내 주었다. 그후 54년 북한으로 귀국하여 수령중심의 주체사상의 뼈대를 구축하면서 북한주민들에게 반미사상과 원쑤 미제국주의를 몰아내자고 선동한 장본인이 마치 참전용사와 같은 말씀을 하시니...
넷째, 그는 스스로를 애국투사로 칭하면서 자신이야말로 대의명분과 도덕적 의리를 생명보다 더 귀중히 여기는 사람이라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더욱이 글의 말미에서 "나는 북한에 있을 때 세상에 절대적 천재가 한 사람 밖에 없다는 주장에 반대해 보려고 헛되이 많은 애를 썼지만 남한에 와서는 천재라고 자처하는 젖비린내나는 사람이 너무 많아 골치가 아프다"고 적고 있다. 이 정도면 공주병의 극치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황장엽 씨에게 문익환 선생과 임수경 씨를 소개하여 주고 싶다. 두 분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몸소 북한을 방문하였다. 군사 독재세력들만이 독점을 하고 있던 남북관계개선과 통일문제를 온 국민들의 과제로 올려놓은 사람들이다. 북한방문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그들은 남한으로 돌아온 후 장기간 감옥살이를 하였고, 출옥 이후에도 끊임없이 통일운동을 한 분들이다.
황장엽 씨가 진정 애국투사요 명분을 목숨보다 중시한다면 북한으로 돌아가기를 권하고 싶다. 가서 남한으로 잠입·탈출한 죄로 감옥도 살고, 남북관계개선과 통일을 위하여 북한에서 애국적으로 투쟁하시기를 권유하고 싶다. 어찌 고통을 감내함이 없이 북쪽과 남쪽의 좋은 자리만 찾아다니면서 진정한 애국투사가 되겠는가.
공주병에 지독하게 걸린 그가 젖비린내 나는 남한에서 더 이상 골치 썩이지 말고 용기 있는 애국투사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자.
끝으로 양심과 소신을 그토록 강조하는 황씨에게 충고하고 싶다. 상황에 따라 찬란하게 변신하는 그런 양심으로 남한까지 와서 혹세무민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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