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세무조사'에 얽힌 여야의 정쟁과 문인, 학자들의 논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그간 침묵을 지키던 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 현기영. 이하 작가회의)가 25일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한 문학인의 견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단체의 입장을 정리·발표했다.
작가회의는 성명서를 통해 "소속 작가들이 개별적 소신에 따라 자신의 의견을 피력해왔고, 그러한 글들이 우리의 입장과 견해를 일정 부분 대변하고 있다는 생각에 되도록 말을 아껴왔다"고 서두를 꺼낸 뒤, "문학과 언론이 오랫동안 맺어온 애증의 깊은 관계도 우리의 처신을 신중하게 만든 이유중의 하나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 절제와 신중론은 언론사간의 대립과 충돌이 지식인은 물론 일반 국민들까지 극단적 대립양상으로 몰아가는 작금의 현실 앞에서 깨어졌다.
작가회의는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이 나라 유수의 언론사가 6천억 원에 이르는 소득을 부당한 방법으로 탈루한 사실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오랫동안 묵인해온 관행 혹은, 사무착오라는 언론사의 주장은 기득권 유지를 위한 궁색한 변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이어 "문제의 언론사들은 자기주장을 펴기에 앞서 국민 앞에 자신의 과오와 오류에 대해 겸허하게 사죄하고, 법의 심판을 냉철하게 수용하겠다는 자세를 먼저 보여줘야 한다"고 충고했다.
정부에 대해서도 "언론사 세무조사를 빌미로 권력의 입맛에 따라 언론을 순치하고자 한다는 항간의 의혹과 주장에 대해 자기정당성을 가지려면 투명한 세무조사는 물론, 그 결과의 처리과정에서도 광명정대한 태도를 끝까지 견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작가회의는 또 특정신문과 특정인의 이름을 거명하진 않았지만, "이데올로기적 편향과 편견을 지낸 채 예의 그 해묵은 색깔론으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왜곡된 사고의 지식인들을 지면에 동원하여 '홍위병' '악령' 운운하여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는 말로 언론과 지식인들의 빗나간 밀월도 꼬집었다.
작가회의는 "언론이야말로 민족과 국민의 이익에 참답게 봉사해야 하는 위대한 공기(公器)이며, 기필코 지켜야 할 최후의 성채라는 믿음을 거듭 상기한다"는 표현으로 아직은 언론에 대한 희망을 완전히 버리지는 않았음을 밝히기도 했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한 문학인의 견해
그간 우리는 언론사 세무조사를 둘러싼 일련의 공방을 예의 주시하면서 되도록 말을 아껴왔다. 우선은 본회 소속 문인들이 소신과 입장에 따라 개별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해왔고, 그러한 글들이 우리의 입장과 견해를 일정 부분 대변하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학과 언론이 오랫동안 맺어온 애증의 깊은 관계도 역시 우리의 처신을 신중하게 만든 이유 중의 하나였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최근 언론사와 언론사가 대립 충돌하고, 지식인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 또한 이 문제의 본질에 대하여 극단적인 의견대립의 양상을 보이며 지역과 지역, 나아가 계층과 세대간의 대립과 갈등으로까지 치닫고 있어 이를 발전적이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판단에서 우리의 입장과 견해를 피력하게 되었다.
언론사 세무조사의 결과, 조선·동아일보 등 이 나라 유수의 언론사가 6천억 원에 이르는 소득을 부당한 방법으로 탈루함으로써 일부 언론사의 사주와 법인 등에 3천억 원에 이르는 세금을 추징할 것이다는 국세청의 발표가 있었다. 그간 우리사회의 부정과 불의를 질타하며 사회정의를 앞장서 부르짖던 언론사가 여타의 부도덕한 기업과 마찬가지로 수백 개의 차명계좌를 이용하는 등의 수법으로 천문학적 금액의 세금을 포탈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그런데 국세청의 이러한 발표에 대해 해당 언론사는 세무조사 내용이 이 사회가 오랫동안 묵인해온 관행이고, 또 일부는 사무착오에 의한 것이라는 기괴한 변명을 내세우며, 현정부가 언론을 권력의 입맛에 따라 길들이려 하고 있고 이로 인해 언론자유가 심각하게 위축, 억압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일부 야당 인사들이 이에 동조하면서 이러한 주장을 증폭시켜 왔다.
하지만 실정법과 조세형평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도덕적 자기무장을 금과옥조로 삼아야 하고, 차별 없는 사회정의와 진실을 사수하는 데 앞장서야 할 언론사의 그 같은 주장에 대해 우리는 납득할 수 없거니와 자기기득권 유지를 위한 궁색한 변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문제의 언론사들은 이러한 자기주장을 펴기에 앞서 국민 앞에 자신의 과오와 오류에 대해 겸허하게 사죄하고, 법의 심판을 냉철하게 수용하겠다는 자세를 먼저 보여줘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부도 역시 세무조사를 빌미로 권력의 입맛에 따라 언론을 순치하고자 한다는 항간의 의혹과 주장에 대해 자기정당성을 가지려면 추호의 오해가 없도록 정정당당해야 하며, 대도를 걸으면서 투명하게 세무조사를 실시해야 마땅하다. 그리고 그 결과의 처리과정에서 광명정대한 태도를 끝까지 견지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번 기회를 언론사 사주(社主)의 절대적 영향력 아래 사회정의와 진실을 호도하기 일쑤인 한국언론의 고질적인 병폐를 청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언론자유는 사주의 특정 입장과 그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편집권 독립에서 비롯되고 실천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더불어 작금 특정신문에 대한 거부운동이 왜 벌어지고 있는지 해당 언론사는 그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도 심각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 그간의 거부운동을 통해 특정 언론의 반민족적이고 반역사적인 행적이 드러나면서 광범위한 시민저항운동으로 번져가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는 것을 언론인들과 사주들은 분명 뼈아프게 반성해야 한다.
사태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특정 언론들은 이데올로기적 편향과 편견을 지닌 채 예의 그 해묵은 색깔론으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왜곡된 사고의 지식인들을 지면에 동원하여 '홍위병' '악령' 운운하여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이는 언론이 거듭날 것을 촉구하는 광범위한 시민저항운동을 두려워하는 수구언론의 자기방어를 위한 한심한 작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저 엄혹했던 유신시절, 자유언론·참언론의 기치를 내걸고 진정한 언론자유를 위해 헌신하고 투쟁했던 '동아투위'나 '조선투위' 등 언론계 선배들의 용기 있는 모습을 떠올리면서 다시 한번 언론자유수호투쟁의 새바람이 언론사 내부에서 일어나길 기대한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언론이야말로 민족과 국민의 이익에 참답게 봉사해야 하는 위대한 공기(公器)이며, 기필코 지켜야 할 최후의 성채라는 믿음을 거듭 상기하면서 이 믿음을 참된 언론자유를 주창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2001년 7월 25일
사단법인 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 현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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