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종교인들까지 나섭니까?"
"후안무치...더 참을 수 없다"

[현장] 목사-신부와 조선일보 기자의 문답

등록 2001.07.25 15:38수정 2001.07.26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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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족벌언론의 거듭남을 촉구한다"
ⓒ 마이너포토


천주교, 불교, 개신교, 원불교 등 4개 종단 종교인 1294명은 7월 25일 "비리 족벌언론의 거듭남을 촉구한다"면서 '언론개혁을 위한 종교인 1000인 선언'을 발표했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원불교사회개혁교무단이 주도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청화 스님(실천불교전국승가회 의장)은 "우리는 언론의 불의와 횡포, 배신과 가면도 봐왔다, 하지만 언론문제보다 더 큰 과제가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침묵해왔다"면서 "이제 언론개혁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이 시대의 명령"이라고 말했다.

종교인들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김병상 신부가 읽은 성명서를 통해 "최근 비리 족벌언론사는 물론 일부 정치권과 지식인들까지 가세된 후안무치가 극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을 보면서 더 이상 침묵할 수 없기에 진실과 양심의 이름으로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면서 다음 네가지를 주장했다.

1. 비리 족벌 언론사와 언론사주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자정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한다.
2. 언론개혁에 대한 정치공방을 즉각 중단하라.
3. 검찰은 비리 언론사주들을 엄정하게 수사, 법에 따른 후속조치를 단행하라.
4. 양심있는 모든 언론인들에게 언론개혁운동에 동참하기를 호소한다.


4개 종단 종교인들은 '비리족벌언론사가 반성과 자정의 노력으로 거듭나지 않는다면' 조선일보 거부운동에 동참하고, 각 교단별로 토론회·기도회·법회·서명운동을 통해 비리족벌언론사의 폐해를 신도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방침이다. 특히 8월 11일 조계사에서 '비리 언론사 사과 촉구 및 언론개혁을 위한 범종교인 대회'를 열고 명동성당까지 '언론개혁을 위한 범 종교인 평화행진'을 할 계획이다.

이들은 지난 7월 12일부터 1000인 선언을 준비하기 시작해 12일 만에 천주교 539명, 개신교 357명, 불교 307명, 원불교 91명 등 1300여명의 동참을 이끌어냈다.


관련기사 - 25일 작가회의 성명서 발표 "세무조사 본질호도 한심한 작태"

"국론의 분열? 그것은 조선일보에서 할 수 있는 말이 아닙니다." 기자회견 마지막 질의 응답 시간에 김병상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가 조선일보 기자(오른쪽 끝)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이병한



질의-응답, "'국론분열'은 조선일보에서 할 말이 아닙니다"

기자회견 마지막 질의-응답 시간. 첫번째로 조선일보가 기자가 "종교인들의 고언에 감사드립니다"면서 정중히 질문을 시작했다.

"현 상황에 대해 다른 시각도 있는 것 같습니다. 언론사 세무조사가 시점과 방법에서 볼 때 '언론 길들이기'가 아닌가, 또한 언론의 비판적 기능 면에서 '교각살우'가 아닌가 하는 우려의 시각이 있습니다. 국세청과 검찰의 조사는 심의단계일 뿐이고 최종 판단은 사법부가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종교인들이 이렇게 나서는 것은 조금 성급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신지요. 두번째로 지금 국론이 분열되고 있고 그 핵심에 언론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때 누군가는 통합기능을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그 역할을 종교계에 기대하고 있는데, 이런 발표는 사회통합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은 아닌지요."

이에 대해 이해학 목사가 마이크를 잡고 답변을 시작했다.

"언론의 자유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경험을 통해 일부 언론이 민주화에 걸림돌이 돼왔고, 양심적인 기자들을 몰아내고 독재자의 하수인 역할을 했고, 정의로운 사람들을 비판하고 가진자들을 비호했음을 알고 있습니다. 언론이 우리사회에 일부 공해가 되고, 많은 국민들에게 상처를 주는 폭력기구로서의 역할을 하고, 통일에 걸림돌이 되어왔음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잘 알고있습니다. 우리는 피해자로서 자신있게 언론이 개혁되야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만 온 국민이 통합할 수 있습니다."

이어 김병상 신부가 "조선일보가 또 지면을 통해 어떻게 물고 늘어질지 걱정이지만…"이라며 마이크를 받았다.

"국론의 분열이라는 말은 조선일보 측에서 할 수 있는 말이 아닙니다. 이제까지 조선일보의 지면을 쭉 읽어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종교 교의의 핵심은 인권의 보호와 약자의 편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언론개혁이 필수적입니다."

ⓒ 마이너포토


다음은 이날 발표한 '언론개혁을 위한 종교인 1000인 선언' 전문이다.


비리 족벌언론의 거듭남을 촉구한다

이 땅에 정의와 평화가 넘실대며 진실과 사랑이 입맞추는 새로운 질서가 도래하기를 기원하며 기도의 행진을 이어 온 우리 종교인들은 지난 6월 국세청의 언론사 세무조사 결과 발표이후 비리 언론사의 뼈저린 반성과 자숙을 기대하며 이번 일이 지난 불행한 한국언론사의 잘못을 바로잡고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왔다.

그러나 우리의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최근 비리 족벌언론사는 물론 일부 정치권과 지식인들까지 가세된 후안무치가 극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을 보면서 더 이상 침묵할 수 없기에 진실과 양심의 이름으로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 비리 족벌 언론사와 언론사주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자정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한다.

사회적 공기(公器)로서 언론의 책임은 실로 막중하다. 그것은 언론의 기본적 임무가 사회적 비판기능에 있기 때문이다. 그간 사회지도층과 일부 기업의 불법과 탈세 행각을 강도있게 비판해온 자신들의 행태를 언론사들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더 이상 특정 개인이나 족벌이 언론사를 독점적으로 소유하면서 불법과 탈세를 통해 부를 축적하고 경영권과 편집권을 전횡해온 사실을 은폐해서는 안된다. 자신들의 비리를 마치 '언론탄압'의 형국으로 몰고 있는 것은 또 한번 국민들을 현혹하는 행위이자, 스스로 사회적 공기로서의 책임을 포기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정권의 언론장악 의도 운운하기 이전에 스스로의 부끄러운 모습을 깊이 반성하고 국민과 역사의 가르침을 겸허히 수용해야한다.

다행히 우리는 일부 족벌 언론사를 제외하고 탈세 혐의가 드러난 언론사들이 국민에게 솔직히 사과하고 새롭게 거듭날 것은 약속하고 있다는 사실에 희망을 본다. 구체적인 증거를 통해 비리가 드러난 비리 족벌 언론사 역시 이 같은 자세를 교훈 삼아 국민에게 책임있는 사과와 스스로 자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야 할 것이며, 비리 언론사주 역시 범법행위에 대해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마땅히 그 책임을 져야한다.

- 언론개혁에 대한 정치공방을 즉각 중단하라.

우리는 최근 명백한 불법 비리 언론사에 동조, 망국적 병폐인 지역주의와 색깔론까지 유포하는 야당의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정치행태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여론을 호도하고 정쟁을 촉발시킴으로써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이러한 태도가 민족과 역사 앞에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를 깊이 성찰하기를 간곡히 권고한다.

ⓒ 오마이뉴스 이병한
세계화의 높은 파고 속에서 민생이 파탄나고 민중의 고통이 가중되는 지금, 정치권이 할 일은 이러한 정략적 소모적 정쟁이 아니라 지혜를 모아 잘못된 과거 관행을 바로 잡고 격동하는 세계사의 흐름속에서 민족의 새로운 길을 열어가기 위해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케케묵은 '색깔론'이나 '지역주의'를 들먹이며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는 일부 정치권의 행위는 '언론개혁'에 대한 국민의 바람을 거부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역사를 퇴행시키려는 반역사적 행동이라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 검찰은 비리 언론사주들을 엄정하게 수사, 법에 따른 후속조치를 단행하라

세무조사 결과 일부 언론사 사주의 비리가 명약관화하게 드러난 만큼 검찰은 죄상을 상세히 조사하고 법에 근거한 후속조치를 단행해야한다. 과거의 예에서 보듯이 이번 언론사 세무조사가 또다시 용두사미 식으로 처리된다면 언론의 타락과 부패에서 우리 사회는 영원히 자유롭지 못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공정한 조사와 엄정한 법집행 그리고 국민 앞에 바른 공개를 원칙으로 이번 수사가 진행되어야 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비리 언론사주와 관계자에 대한 수사와 사법 처리를 놓고 정치적 타협을 하려한다면 온 국민의 저항에 직면할 수 밖에 없음을 엄중 경고한다.

- 양심있는 모든 언론인들게게 언론개혁운동에 동참하기를 호소한다.

우리는 비록 일부 언론사가 비리로 얼룩져 국민의 지탄과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되었지만 언론사 내에 양식있는 기자들이 남아있을 것으로 믿는다. 우리는 사주의 전횡과 독단에 맞서 경영과 편집의 독립을 확보하고 정론직필을 걷고자하는 양식있는 언론인의 목소리를 기대하며 그들의 용기와 희망이 꺾이지 않기를 기원한다.

사주의 전횡과 독단이 아직도 서슬 퍼렇게 남아있지만 '개혁'을 갈망하는 언론인의 목소리가 모아져서 참 언론으로 거듭나는 언론개혁운동에 동참하기를 간절히 호소한다.

지금 우리는 인류 역사상 어느 때 보다도 정보가 중요한 의미를 지닌 사회로 들어서고 있다. 정보의 유통 경로인 언론의 중요성은 단지 당위의 문제를 넘어서 한 사회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고 있는 것이다. 타락한 언론이 더 시급히 정화되고 새롭게 거듭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역사의 희망은 멀어져 갈 수 밖에 없다.

우리 종교인들은 부패한 족벌 언론이 척결되어, 공정하고 바른 언론으로 거듭나는 날까지 역사의 새로운 희망을 만드는 심정으로 언론개혁을 위해 우리의 열과 성을 다 할 것이다.

2001. 7. 25
언론개혁을 위한 종교인 1천인 선언 준비위원회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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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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