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눈치는 봐도 지역민 눈치 안봐

<광주전남 더불어 길찾기①> '어른'다운 정치인이 없다

등록 2001.07.25 16:48수정 2001.07.26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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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유 광주시장과 허경만 전남도지사가 시도통합에 대한 원칙적 합의를 발표한 지난 19일 이후 광주전남은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진 이견으로 봇물을 이뤘다. 24일 민주당 전남도지부가 "도청이전 중단해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은 뒤에야 이견의 봇물은 잠시 수그러드는 형국이다.

그러나 지난 일주일 동안 정치인들이 외쳐댔던 수많은 선동의 구호는 여전히 지역민들에겐 감당 못할 혼란으로 아로새겨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반성하고 사죄하는 정치인은 단 한 명도 없다. 되레 "할 말을 했을 뿐"이라는 오만한 자세로 썰물처럼 밀려가고 말았다.

최소한 당내합의조차도 거치지 못하는 민주당 광주전남 정치인들

시도통합을 했을 때 보통시로 전락할 광주시의 살림살이를 어떻게 꾸려갈 것인지 고재유 광주시장에게 묻지 않겠다. 도청이전을 백지화했을 때 발생할 300억원의 손실액을 개인적으로 충당할 자신이 있냐고 허경만 지사에게 묻지 않겠다.

특별법을 만들어 보통시로 전락한 광주를 '특별대우'토록 하겠다는 발언의 책임을 지겠냐고 강운태 의원에게 묻지 않겠다. 시도통합에 적극 나서라고 연초부터 재촉하다가 오늘에 와서는 "그건 시도간 문제니 시도가 알아서 하라"고 발을 뺀 이유가 뭐냐고 정동채 의원에게 묻지 않겠다.

그러나 이 한 가지는 분명히 묻고 가야겠다. 모두 '집권여당 민주당' 정치인들인 그대들은 발언 전에 '정치적 조율'도 하지 않는가? 그대들 이름만큼 제 각각인 발언을 듣고 혼란스러워 할 지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가?

"도청이전 및 시도통합 문제와 관련하여 어떠한 경우라도 대통령에게 누가 되거나 비난이 가게 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강조한다.”


오늘(25일) 광주지역 출신 국회의원 6명이 시도통합 문제에 대해 "정치권은 일체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고 입장을 밝히면서 곁들인 사족이다.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다.

"대통령에게 누가 되거나 비난이 가게 해서는 안될" 일을 저지른 이들이 누구인가. "대통령에게 누가 되거나 비난이 가게 해서는 안되"지만 시도민에겐 "누가 되거나 비난이 가게"해도 괜찮은가.


다시 인용하건대 봉건시대에도 임금은 '백성의 가슴에 단 배꽃'일 뿐이었다. 그대들에게 '총재 김대중'은 '공천장'을 주었지 '국회의원 배지'를 준 것이 아니다. 그대들에게 '국회의원 배지'를 준 유권자를 더 이상 모독하지 말라.

대통령에겐 누가 되면 안되고 지역민에겐 누가 되도 상관없다?

'시도통합 논란'으로 명명된 작금의 혼란을 지켜보며 상생의 조율과 조정을 기본 덕목으로 삼아야 할 정치인들에게 헛된 선동가를 자처하며 스스로 작아지려는 슬픈 모습을 확인한다.

시도민은 정치인들에게 큰 일을 위해, 크게 생각해서, 크게 판단하고, 크게 행동하는 데 쓰라고 자신의 권한을 내어주었다. 즉 어른답게 행세(行世)하라는 것이다.

차기선거를 의식한 소위 '언론 플레이'가 아닌 지역의 백년대계를 내다보고 소신을 피력할 줄 아는 '어른'으로서의 정치인을 지역민은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광주전남의 정치인들은 '어른'의 풍모를 겸비하지 못한 듯하다.

이들은 모든 것을 "김대중 대통령"으로 귀결시킨다. 같은 당내에서 일하면서도 한 목소리를 만들어내지 못한 채 서로 "내가 옳다"고 싸우다가도 민심이 수상하게 돌아가면 "대통령에게 누가 되지 않게 하자"고 서둘러 판을 접는다.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은 가득한 이들이 왜 주권을 쥔 지역민에겐 미약한 책임감마저 없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들은 혹시 '주권재민(主權在民)'을 '주권재김(主權在金)'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인가.

정치인치고 대권(大權)을 꿈꾸지 않는 이가 없다고 한다. 무릇 대권(大權)은 정치인이면 누구나 품어야 될 이상이고 야망일 것이다. 그렇다면 큰 권한을 행세할 큰 정치인의 자세는 어떤 것일까?

지방 일간지 기자 "광주전남에 '어른'다운 정치인이 없는 것이 당연"

지역 현안조차도 조율과 합의로 이끌지 못하는 정치인은 큰 정치인이 아니다. 눈앞에 이득에만 집착하여 헛된 정치구호나 남발하는 정치인은 큰 정치인이 아니다. 자기 소신도 없이 '청와대의 헛기침'에도 놀라는 정치인은 큰 정치인이 아니다.

취재 중 만난 지방 일간지의 한 기자는 "광주전남에 '어른'다운 정치인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며 그 이유가 "(지역 정치인들이) 대권에 대한 야망도 없이 그저 현 위치나 이어가려고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 한다.

참 슬픈 일이다. 꿈꾸지 않는 정치인을 대변자로 선출한 광주전남 지역민의 억장이 무너질 일이다. 결국 '지역민의 현명한 판단'만 남은 것인가. 씁쓸한 입맛 개운치 않지만 어쩔 수 없다.

이제 지역민이 나서서 '어른'다운 정치인을 키워야 할 때다. '어른' 자리를 내어주었음에도 '어른' 행세를 못하는 이들을 마냥 기다리기엔 광주전남이 더불어 헤쳐갈 길은 멀기만 하다.

"전남도가 국민의 정부를 탄생시킨 지역인 동시에 우리 당(민주당)의 '모태지역'인 만큼...(중략)...내년 대선에서 정권을 재창출하는 데 있어 '전진기지'여야 하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 또한 내년 지방선거는 대선 전초전인 만큼 우리 당 후보를 100% 당선시킬 수 있도록 노력키로 했다."

- 24일 열린 '민주당 전남도지부 국회의원 워크숍' 2차 브리핑 내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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