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대전고속도로에서 지난 24일 일어난 관광버스 사고를 접하고 '자살관광버스'를 떠올렸다.
지난 98년 제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 일본 히로시 시미즈의 '자살관광버스'는 죽음을 통해 삶을 이야기하는 영화였다. 엄청난 빚 때문에 보험금을 타려는 사람들이 자살관광버스에 타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20대 여성이 이 버스에 오르면서 죽을 각오를 한 관광객들을 혼란시키는 내용이다.
관광버스를 타는 사람들은 한번쯤 '자살관광버스'를 떠올려야 할 것같아 이 영화 얘기를 꺼냈다. 관광버스를 타고 가면서 대다수 승객들은 안전불감증에 걸여 있기 때문이다.
흔히들 교통안전 등을 위해 고속버스보다 열차를 선호한다. 그러나 관광이나 놀러 갈 목적으로 타고가는 관광버스를 이용할 시에는 이같은 안전을 아예 잊어버리기 쉽다. 출발할 때부터 관광에 기분이 들떠 있기 때문이다. 관광의 자유로운 기분은 안전벨트 매는 것도 방해가 된다.
우리 국민은 옛부터 신명이 많은 민족이므로 노래부르고 춤추는 것을 남녀노소가 가리지 않는다. 특히 관광버스로 관광을 떠날때면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도 기대되지만 버스안에서 바닥이 꺼져라 춤추며 뛰어 노는 것을 관광의 가장 큰 유희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관광버스안에서 실컷 놀지 않으면 그날 관광자체가 재미없는 것으로 돼버릴 정도로 차내 가무는 관광에서 빼놀수 없다.
문제는 고속도로 제한속도인 시속 100km 이상으로 달리는 관광버스 안에서 일어서서 정신없이 춤추는 것이 얼마나 위험스런 일인지를 모르는 안전불감증이다. 고속으로 달리는 버스안에서는 손잡이에 의지하지 않고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중심을 잡지 못해 비틀거리기 마련이다.
더구나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고 생각해보자. 거기다 출발할 때부터 돌린 술에 취한 상태일 경우 승객은 브레이크를 밟아도 이리저리 쏠릴 수밖에 없다. 요컨대 이같이 완전히 무방비 상태에서 일어나는 갑잡스런 교통사고는 이들에게 속수무책이고 대형사고시 참사를 면키 어렵다.
40명의 탑승자중 21명이 사망한 이번 참사도 안전띠 미착용 상태에서 상당수 승객이 버스 통로에 나와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등 왜곡된 관광버스 문화에 도취, 교통사고는 안중에도 없었다는 일부 생존자들의 증언은 '자살관광버스'의 교훈을 되새기게 하고 있다.
반면 25일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이배재 고개 성남시 쓰레기 소각장 부근 내리막길에서 경기 광주에서 성남 방면으로 가던 관광버스가 도로 아래 6m 산비탈로 추락, 한바퀴 반을 굴렀지만 이 버스에 탔던 초등학생 49명 모두가 안전띠를 착용, 30여명이 중경상을 입고 참사는 면했다.
역시 '안전띠가 생명띠'임을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다.
도로교통법 제48조 1항 <운전자 준수사항>은 "차내 운전자는 승객이 차안에서 안전운전에 현저히 장애가 될 정도로 춤을 추는 등 소란행위를 하도록 방치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경찰은 이 법규에 근거해 고속도로 등에서 가무행위를 하는 차량을 단속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법규 위반시 승합자동차에 해당하는 관광버스는 5만원의 범칙금만 물면 된다. 따라서 안전운행에 방해가 될 정도로 벌어지는 차내 소란행위의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관광버스내 '노래방 기기'을 비롯한 음향 기기 장착에 대한 단속 규정도 새로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노래방 기기가 없으면 노래부르고 춤추는 행위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 자동차 검사 관련 법조항에 따르면 차안에 설치된 '사이키' 조명시설은 차량 검사항목에 포함, 이 시설의 차량내 설치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조명시설을 관광버스 천정에 부착한 운전자는 차량 검사시 이를 잠시 떼었다가 검사후 곧바로 다시 부착, 관련 법규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관광버스 기사들도 나름대로 목소리르 높인다. 이들은 대다수 관광객이 노래방 기기와 음향 시설이 있는 버스를 선호, 이 시설이 없는 차는 홀대받고 있는 만큼 음향시설을 설치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도로교통법 한 상담원은 "도로교통법 개정은 승객과 운전자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감안해야 하겠지만 관광버스 등의 사업자 입장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속도로 시속 100km 운행 제한 법규를 만들어 이를 애써서 단속하지 말고 차량 자체를 100km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없도로 만들면 법규 제정이나 단속이 필요없게 된다"는 비유를 들면서 "관광버스 부착물 단속 법규 마련도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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