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파 방송사 중 KBS가 가장 먼저 대중음악시장 왜곡의 시발점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가요순위프로그램을 폐지하기로 결정, 관심을 모으고 있다.
KBS는 오는 8월 9일부터「뮤직뱅크」(매주 목요일 오후 6시 30분)의 가요순위제를 폐지한다고 25일 밝혔다.
인기곡에 순위를 매기는 방식에서 벗어나 10대와 20대 취향에 맞는 다양한 음악을 소개하는 방향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 하지만 출연가수들의 장르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힙합, 랩 등 댄스 및 발라드 위주가 될 예정이다.
KBS 경명철 예능국장은 '가요순위 프로그램에 대한 사회적 논란에 따라 공영방송으로서 책임을 느끼고 폐지결정을 내리게 됐다'며 '순위를 좀더 공정하게 측정하는 방안, 장르별 순위만을 매기는 방안 등을 검토했으나 현 상황에서는 순위제 폐지가 가장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연예제작자협회측과의 갈등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MBC도 가요순위프로그램「생방송 음악캠프」(매주 토요일 오후 5시)의 전반적인 구성을 바꿀 것을 검토하고 있다.
연제협 소속 연예인의 출연거부 사태를 계기로 오락프로그램의 대폭적인 개선에 대한 요구가 시청자와 내부 구성원들로부터 거세게 제기됨에 따라 그 동안 가장 많은 문제점을 지적받아온 가요순위프로그램을 개선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
MBC 예능국은 지난 주부터 세 차례에 걸쳐 부장단 회의를 갖고「생방송 음악캠프」의 순위제 폐지 여부를 논의했으나 아직 결정은 나지 않은 상태다.
MBC 예능국의 장태연 부장은 '순위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공정한 방식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돼 있다'며 '내주 초에는 확실한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SBS인기가요」(매주 일요일 오후 4시)를 방송하고 있는 SBS는 KBS, MBC 양방송사의 움직임과 달리, 순위제 폐지에 대한 특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SBS 배철호 예능국장은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고 해서 가요순위프로그램을 없애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가요순위프로그램은 경쟁을 통한 가수들의 발전을 도모하고,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노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 동안 가요순위프로그램은 순위결정과정이 투명하지 못할 뿐 아니라 댄스음악 등 특정장르에 대한 편중현상이 심해 장르간 균형발전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대중음악개혁을 위한 연대모임 등 각종 시민.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가요순위프로그램 폐지운동이 줄기차게 전개돼왔다.
한편 이번 KBS의 가요순위제 폐지 결정이 타방송사에도 확산될지 여부는 더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아직 각 방송사의 예능PD들 사이에서는 가요순위프로그램의 폐지에 대한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돼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 방송사 입장에서는 가요순위프로그램을 통해 자사의 다른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할 연예인들을 섭외하는데 큰 도움을 받아왔기 때문에 `폐지'를 그리 간단히 생각할 수 없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의 이유주혜 간사는 '공영방송 KBS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을 환영한다'며 '다른 방송사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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