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계화시위 살인진압 사죄하라"

이탈리아 대사관 앞 반세계화 집회, G8 해체 요구

등록 2001.07.26 10:24수정 2001.07.26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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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제노아에서 벌어졌던 반세계화 시위가 서울 한남동으로 이어졌다. 25일 오후 2시 이탈리아 대사관이 위치한 서울 한남동에서 투자협정·WTO 반대 국민행동(아래 국민행동) 소속 활동가 30여 명이 모여, 이탈리아 정부의 살인만행을 규탄하고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반대하는 집회를 가졌다.

이탈리아 경찰당국은 지난 20-22일 제노아에서 열린 G8 정상회담을 반대하는 시위대들을 강경진압했으며, 이 과정에서 20일 이탈리아 출신 청년 카를로스 쥴리아니(Carlo Giuliani)에게 총을 발포해 죽였다.

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 홈페이지(picis.jinbo.net)에는 목격자들의 증언들을 통해 당시의 정황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경찰이 후퇴하자 시위대는 경찰을 쫓아갔고, 한 시위자가 경찰차에 근접하자, 차 안에 있던 경찰이 소총을 꺼내 여러 번 쐈다... 몇 번 쐈는지도 모르겠다... 3-4번..." "피해자는 머리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고, 약 30cm 정도 흐르고 있었다." "내가 있었던 곳에서 보기에는, 너무나 가까이서 있었고 죽이기 위해 쏜 것 같다." 한편, 카를로스 이외에 프랑스인이 이탈리아 국경부근에서 죽었고, 또 다른 한 명이 죽은 것 같다는 보고가 전해진다.

집회는 G8 정상회담 반대시위에 참가했던 국민행동 사무국 류미경 씨의 규탄발언으로 시작됐다. 류 씨는 이번 회담의 주요의제였던 '제3세계 외채탕감 문제'에 대해 "서방선진국들은 '외채를 덜어줄테니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강행하라'고 요구했다"며 외채탕감의 기만성을 폭로했다. 또 류 씨는 "전세계 에이즈 환자의 95%가 아프리카 지역의 민중들"인데, "정상회담에서는 이들에 대한 치료보다는 에이즈가 선진국까지 확산되는 것을 막는 것에 더 관심이 있었다"고 고발했다.

국민행동은 이탈리아 대사관에 보내는 항의서한에서 "핵·화학·통신 분야의 군병력 1500명, 제노아 근처 해안 경비병력 800명, 지대공 미사일 부대를 비롯한 공중 공격 대비병력 400명, 경찰병력 2만명의 배치 그리고 길이 9km, 높이 4m의 콘크리트 방벽을 친 통행금지 적색구역 설치" 등 "전쟁을 방불케 하는 무장상태가 죽음과 폭력을 예고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탈리아 당국은 이번 G8 정상회담에서 빚어진 살인만행에 대하여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책임자를 즉각 처벌하라"고 주장했다.

집회가 끝난 후 국민행동 이종회 사무처장 등은 카를로스 트레짜(Carlo Trezza) 주한 이탈리아 대사를 직접 만나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조건없는 외채탕감'과 '에이즈 치료를 위한 기금조성 및 특허문제 해결'이 민중들의 요구임을 설명했다. 이에 이탈리아 대사는 "이러한 문제의 해결은 시간이 걸리는 문제"라며 기약없는 인내를 요구했고, "이탈리아 청년이 사망한 문제에 대해서는 이탈리아 정부도 이미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 사무처장은 "대사의 답변은 청년의 죽음에 대해서만 유감을 표했다는 것으로, 폭력적인 진압에 대해서는 사과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며, "이는 형식적인 답변일 뿐"이라고 평했다.

<인터뷰> 국민행동 사무국 류미경 씨

사회단체 활동가로는 유일하게 G8 정상회담에 참가한 류 씨는 지난 16일 이탈리아에 도착해 반세계화 시위에 참가한 후 정상회담이 끝나는 22일 귀국했다.

- G8 정상회담 반대시위에 참가한 배경은?


"재작년 6월 독일 쾰른에서 열렸던 G8 정상회담에서는 제3세계 빈곤의 문제가 커다란 화두로 제기됐으며, G8 정상들은 중채무 빈국의 외채를 1/3 수준으로 탕감할 것에 합의했다.

그러나 선진국들은 외채탕감을 매개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강요해 왔다. 국민행동은 제3세계 외채탕감 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쥬빌리 싸우스'라는 국제단체와 연락을 주고 받아 왔다. 그러던 차에 쥬빌리 싸우스가 이번에 외채탕감 문제를 의제로 제기한다고 해서, 이를 계기로 참가하게 됐다."

- G8 정상회담 반대시위는 어떻게 벌어졌는가?


"G8 정상회담 행사장 주변은 높다란 철조망에 둘러싸여 있었고, 컨테이너 박스들이 에워싸고 있었다. 헬리콥터들이 날아다녔고, 일반경찰이 아닌 헌병대 군인들이 골목 곳곳을 지키고 있었다.

시위대들은 약 15만명 정도가 모였는데, 정상회담이 시작되는 20일에는 행사장 주위를 에워싸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경찰들은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난사하고, 시위대들을 토끼몰이식으로 진압했다. 이 과정에서 이탈리아 청년이 경찰에 의해 사망한 것 같다."

- 총기살인 사건에 대한 반응들은 어땠는가?

"시위대들은 21일 오전 회의장에 모였다. 이때 한 연사가 경찰 2천명이 복면을 하고 일부러 폭력행위를 연출했다며, 폭력사태는 시위대들과 무관한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어쨌든 이탈리아 청년의 죽음을 애도하는 의미에서 검은 띠를 팔에 두르고 오후 2시부터 평화행진을 벌였다. 하지만 경찰은 또 다시 시위대열 뒤쪽에서 강경진압을 시도했으며, 시위대들의 숙소는 경찰에 의해 난장판이 됐다.

한편 이탈리아 언론들은 사망한 청년이 무정부주의자이고 가출한 경험이 있고 공무집행방해 경력이 있다는 등등의 사실만을 보도했으며, G8 정상들은 비극적인 일이라고만 언급한 뒤 회의를 계속 진행했다."

- 이번 반세계화 시위에 참가한 소감은?

"지금까지의 반세계화 시위는 선진국 정상들과 초국적 자본에게 세계화에 반대하는 세력이 존재한다라는 인식을 확실하게 심어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계화에 반대하는 세력들의 사상적 지반이 너무나 다르다. 따라서 각각의 투쟁들이 명확한 기조와 전략, 이에 따른 세부적인 전술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 한계로 보인다."

- 국민행동의 향후 계획은?

"오는 11월 열리는 WTO 각료회담에 대응하기 위해, 10월 초 환경·보건·인권 등의 분야에서 세계화에 관한 문제점을 정리할 수 있는 워크샵을 계획하고 있다. 한편 10월 중순 부시 방한을 계기로 한미투자협정 반대투쟁을 전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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