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 '납세자소송법안' 제기에 한몫(?)

선진국, 납세자 소송제기권 인정 참여민주주의 실현, 납세자권리 뿐만 아니라, 예산 절감에도 큰 효과

등록 2001.07.26 17:24수정 2001.07.26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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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은 납세자 주권의 원년

3월 3일은 납세자의 날이다. 세금을 납부함으로써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을 부담하는 납세자는 당연히 이 나라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 납세자들이 과연 나라의 주인으로서 제대로 대접을 받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라. 아마,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납세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2001년 납세자 선언 중)

납세자소송법안에 대한 제기가 이루어진 배경에는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한 몫(?)했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이 예산의 낭비가 심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이 많아, 이를 제도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자 '납세자소송법'안이 필요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우선 시민단체가 지적한 지난해 예산낭비의 사례를 알아보도록 하겠다.

▶ 정치 분야

① 법적 근거도 없이 전직 국회의원들에게 연간 45억여원이 연금조로 변칙 지급되고 있는 사례 등 국회관련 5대 예산낭비 사례 ② 한해 수백억원의 예산이 영수증도 없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는 정당 국고보조금 사례


▶ 지방자치단체 사업비 분야

① 무리하게 행사를 추진하다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자 적자보전용 보조금까지 지급해줌으로써 186억원의 예산을 낭비한 경기도 하남시 국제환경박람회 사례 ② 뇌물수수 등 검은 거래로 얼룩진 민자유치사업을 벌여 지금까지만 해도 44억원의 예산을 낭비한 충북 청원군 '초정약수 스파텔' 사업 ③ 기증자의 말만 믿고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해 230억원의 예산을 낭비하고 있는 전북 익산시 보석박물관 사례 ④ 산사태 복구공사 과정에서 19억 9천만원의 공사비중 7억원만 실제공사비로 투입되고 나머지는 관계공무원들과 건설업체들이 챙긴 부산 황령산 복구비리 사례 ⑤ 예산이 편성되어 있지도 않은데, 시장이 임의로 예비비에서 3억 1900만원을 지출하고 1억5천만원 이상을 유용하는 등 총 8억 1800만원 이상이 낭비된 충남 아산시 한·일 청소년 영화제 사례


▶ 지방자치단체 경상비 분야

① 연간 2000억원 이상의 예산이 주로 밥값이나 각종 격려금 등으로 지출되고 있으면서도 그에 관한 정보가 비공개되고 있는 판공비 사례 ② 졸속계획으로 관광성 외유에 그치고 있는 지방의원 해외연수 사례 ③ 군사정권시절의 유산인데도 아직까지 폐지되지 않고 있으면서 한해 150억원의 예산을 낭비하고 있는 계도지 사례 ④ 구청들의 태만으로 인해 연평균 102억원이 체납되고 있는 서울시내 도로점용료 사례

▶ 국방 분야

① 외제부품을 국산품으로 둔갑시키고, 부품의 구입가격도 미국정부의 공식 조달가격보다 수배이상 비싸게 구입함으로써 200억원 이상의 예산을 낭비한 K1전차 사례

▶ 문화 분야

① 비현실적인 재원마련 방안, 불충분한 사업타당성 검토, 무리한 공기추진으로 인해 수백억원의 국민세금이 낭비될 우려를 낳고 있는 '천년의 문' 건립사업 사례

▶ 환경 분야

①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사업을 계수 조작을 통해 타당성 있는 것처럼 왜곡하여 지금까지 1조1385억원을 투입하고 있는 새만금 간척사업 사례 ② 920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가 사업을 포기한 시화호 담수화 사업 사례

▶ 대형 건설사업 분야

① 부실·부조리 의혹을 받고 있는 인천국제공항 건설사업 ② 경제성이나 사업타당성이 없는데도 정치논리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전주 신공항 건설사업

지금까지 열거한 사례 이외에도 낭비된 예산은 너무나 많이 나타나고 있다.

구체적으로 납세자 소송의 제기는 어떠한 경우에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시민단체 관계자를 만나 보았다.

참여연대 조세개혁팀의 김정희 간사는 "지난 번 시민단체들이 발표한 납세자 소송에 관한 특별법 제정 청원서의 내용 중에 소송의 제기는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이들과 각종 계약관계를 맺는 기업의 사기적 행위(원가 과다계상, 허위자료 제출에 의한 계약)에 대해, 그 기업이나 단체를 상대로 납세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그러한 행위를 공무원이 알고 있었다면 공무원을 상대로 납세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가능하며, 공무원의 위법한 예산집행행위에 대해서도 납세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가능하다.(예를 들어, 사적인 용도로 판공비를 지출한 경우라든지, 공무로 볼 수없는 국.내외 여행이라든지에 대해서는 납세자 소송의 제기가 가능하다)"며 "그 외 각종 공공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납세자 소송의 제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김정희 간사는 "하지만, 이번 9월 정기 국회에서도 법안의 통과는 힘들 것 같다"며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된 부패방지법과는 그 성격이 다르고, 무엇보다도 (국회)의원이 이러한 법안의 이해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아무래도 관심이 덜한 것 같다. 법안에 대해 모르는 의원도 많이 있고, 일반인들도 납세자소송법 자체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추진 방향에 대한 질문에 김정희 간사는 "이번 정기국회 이전에 보다 많은 토론회를 개최하고, 법안의 수정이 필요한 부분은 수정한 후, 일반인들에게 납세자소송법에 대한 홍보를 지속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정희 간사에 의하면 "납세자소송법의 제정은 납세자들의 중요한 권리 찾기가 될 것이며, 예전에 이러한 권리 찾기의 일환으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소 제기를 했었으나, 각하 됐었다"며 원고 적격 사유를 들어 소 제기가 각하 되었다고 아쉬움을 시사했다.

또한, 납세자 소송에 관한 특별법 제정 청원서의 내용에 따르면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주로 정부 내부의 통제ㆍ감시 장치에 의존해 왔다고 할 수 있으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과 관련된 내부 통제ㆍ감시장치로는 감사원이나 각 부처나 지방자치단체의 감사관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정부 내의 통제ㆍ감시장치는 실제로 행정기관의 예산집행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기능을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우선 각 행정기관 내에 존재하는 감사기구(감사관)는 공무원들이 인사에 의해 순환하는 보직중의 하나이므로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감사원은 대통령 직속기구이어서 행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고, 그나마 감사원에 소속된 인력의 숫자와 전문성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실정에서 외부로부터의 감시ㆍ통제장치가 갖는 의미와 역할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나아가, 예산이 위법하게 사용되는 것을 예방하고, 만약 위법한 예산지출이 있었던 경우에 이를 환수하는 1차적인 권한은 정부에 있으나, 정부의 담당공무원들이 위법행위와 관련성이 있거나 업자와 유착관계가 형성되어 있던 경우에는 위법행위가 드러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위법행위가 드러나더라도 공무원들이 낭비된 예산을 환수하기 위한 소송제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국가재정의 최종적인 부담자인 납세자들에게 소송제기권을 인정해 줌으로써 예산낭비를 막으려고 한다.

납세자 소송제도는 예산낭비를 막기 위한 강력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납세자의 참여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함으로써 참여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이기도 하며, 납세자들에게 납세의 의무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권리를 주는 것이 새로운 참여민주주의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시민단체들은 납세자소송법 제정에 의미를 한층 더 부가하고 있다.

실제로 납세자소송법을 제정해 납세자들의 소송제기권을 인정해오고 있는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는 수백억 불의 예산을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우리나라도 이 법안이 제정되면 납세자의 권리뿐만이 아니라 예산 절감에도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시민단체 관계자는 말했다.

한편, 납세자소송법안과 관련해 권리를 찾기 이전에 의무부터 준수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는 한 전문가의 의견을 접했다. 그는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인 납세의 의무를 성실히 행하지 않는 상태에서 권리만을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요구조건"이라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조세전문신문 통권 제 90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본 기사는 조세전문신문 통권 제 90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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