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기자실을 개혁했나

[열린인터뷰 61] 가마쿠라시 다케우치 겐 시장

등록 2001.07.30 20:34수정 2001.11.05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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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케우치 겐 시장은 출입기자실이 "극히 일부 사람들만 사용할 수 있는 폐쇄적 공간이라는 점과 관(官)과 매스컴이 굉장히 가깝게 유착돼있다는 점에서 폐해가 많다"고 말했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글/이병한
박혜원 황장석 기자
사진/노순택 기자



폐쇄적 출입기자실제도의 원조격인 일본의 기자실이 바뀌고 있다.

일본 가마쿠라(鎌倉) 시의 다케우치 겐(竹內 謙, Takeuchi Ken, 60) 시장은 7월 30일 오후 2시 <오마이뉴스> 편집국에서 가진 열린인터뷰(61회)에서 "가마쿠라 시와 나가노 현이 기자실을 개방한데 이어 최근 도쿄에서도 기자실에 대한 새로운 룰을 만들고 있는 중"이라면서 "일본 신문협회에서도 각계의 의견을 듣고있어 곧 기존의 폐쇄적 기자실을 개혁할 좋은 안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시죠카 현의 이와타 시에서는 출입기자들이 먼저 기자실 개방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다"며 "기자실 개혁은 기본적으로 보도기관의 기자들이 스스로 제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26년간 <아사히 신문>에서 정치부 기자생활을 했던 그는 현 기자클럽(일본 출입기자단의 명칭)의 폐해에 대해 "극히 일부 사람들만 사용할 수 있는 폐쇄적 공간이라는 점과 관(官)과 매스컴이 굉장히 가깝게 유착돼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기자클럽은 일종의 친목단체인데 관이 무상으로 방을 내준다면 다른 친목단체가 요구할 때는 어떻게 하느냐"면서 "가무쿠라 시는 기자클럽에 방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기자활동을 하는 모든 사람과 단체'에 제공하는 것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개방된 기자실은 '미디어 센타'로 이름이 바뀌었다. 5년 후 비슷한 문제의식에서 개방된 나가노 현의 기자실 이름은 '표현도장(表現道場)', 즉 '표현하는 곳'이다.

다케우치 겐 시장과의 열린인터뷰는 중앙언론사 기자들과 오마이뉴스 기자회원(기자만들기 11기 수강생 포함) 등 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김송하 씨(프리랜서 통역가)의 통역으로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 그는 '일본 교과서 문제'에 대해서는 "노 코멘트"라고 답했다. 다음은 다케우치 시장의 발표내용과 질의-응답을 정리한 것이다.



가마쿠라 시는 왜 기자실을 개혁했는가


"지금 일본은 정보화 사회, IT혁명으로 발전해가기 위해 많은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에 지역정보화라는 측면에서 일본보다는 한국이 훨씬 더 발전돼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역 정보화를 배우는데 이번 한국 방문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그중 하나가 <오마이뉴스>를 방문한 것으로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저는 26년간 <아사히 신문>에서 기자생활을 했습니다. 그때에도 출입기자실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 중에 하나는 극히 일부 사람들만 사용할 수 있는, 폐쇄적 공간이라는 점입니다. 또한 관(官)과 매스컴이 굉장히 가깝게 유착돼 있다는 점입니다.

한 가지 사례를 말씀드리자면, 예전에 다나카 총리가 있었는데 그때 기자실 출입이 가능했던 기자들은 수상과 직접 이야기를 하거나 주변에서 관찰하거나 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있었지만, 그들은 좋은 기사를 쓸 수가 없었습니다. 그들이 아닌, 기자클럽 소속이 아닌, 한 프리랜서 기자가 다나카 총리를 분석한 기사를 썼습니다. 제목이 뭐냐하면 '다나카 수상의 인맥과 금맥', 1974년의 일입니다. 이 기사는 굉장히 예리했기 때문에 다나카는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정치부 기자였던 나로서는 하나의 반성이기도 합니다.

1993년에 나는 가마쿠라 시의 시장이 됐습니다. 시장이 된 이후 기자실 개혁을 했다고 알려져있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직접 개혁한 것은 아닙니다. '기자실 개혁'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보도기관에 관련된 기자들이 해야할 일이지 내가 직접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다만 내가 시장이 된 후 생각한 것은 기자실의 운영에 관한 사항, 즉 기자실은 관의 소유인데 지금처럼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이 좋은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청에서 약 1년 정도 여러 안을 검토한 결과 무상제공을 그만두기로 결정했습니다. 왜냐하면 일본신문협회에서 기자클럽은 친목을 도모하는 곳이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친목단체에 관이 방을 무상으로 내준다면, 음악·꽃꽂이·환경 단체 등 다른 친목단체가 똑같은 요구를 할 때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불평등'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나와 시에서 생각한 것은 친목단체인 기자클럽에 방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기자활동을 하는 모든 사람과 단체'에 방을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그 이후 가마쿠라 시의 기자실을 '미디어 센타(media center)'라고 명명했습니다.


"기자활동을 하는 모든 사람과 단체의 공간, 미디어 센타"

기자실이 '미디어 센타'가 된 지 5년이 지났습니다. 5년 전 그 일을 시도했을 때 기자단으로부터 비판과 불만이 많았지만, 일단 시도해보고 잘못된 점, 이해가 안되는 점은 서로 이야기하며 고쳐나가자고 했습니다. 이후 큰 불만이나 단점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내 개인적으로 현재 미디어 센타는 제 기능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근 일본에서도 다시 기자실 문제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나가노 현에서 다나카 야스오라는 지사가 현청 출입기자실 제도를 폐지했습니다. 작가 출신인 다나카 야스오 지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출입기자실을 개방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나가노 현의 기자실 이름은 '표현도장(表現道場)'입니다.

6월 1일부터 나가노 현의 기자실 '표현도장'이 오픈했는데, 예전 기자실을 출입하던 기자들과 조금 대립이 있다고 합니다. 가마쿠라 시의 미디어 센타와 나가노 현의 표현도장은 세세하게 들어가면 조금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기자실을 개방한다는 맥락은 같습니다.

나가노 현뿐 아니라 최근에는 도쿄의 이시하라 신타로 라는 지사가 기자실에 대한 새로운 룰을 만들어야 하지 않느냐면서 협의중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 신문협회에서도 각계의 의견을 듣고 있습니다. 곧 좋은 안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기자실 운영 방식을 바꿀 때 기존 기자들이 반발하지는 않았습니까. 또한 기자실을 시민들에게 개방하면서 어떤 변화가 있었습니까.
ⓒ 오마이뉴스 노순택
"가마쿠라 시는 인구 17만 정도의 작은 시입니다. 여러 사람들과 협의를 통해서 추진한 일이었기 때문에 저항이나 반발이 그렇게 심하지 않았습니다. 미디어 센타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기자와 일반 시민 모두 다 입니다. 관에서는 기자에게 제공하는 정보도 있고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정보도 있습니다. 또한 시민들도 기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발표를 하기도 하고 시청을 통해서 우회적으로 언론에 정보를 주기도 합니다. 가마쿠라 시의 경우 작은 곳이기 때문에 대도시와 달리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을 지역주민에게 어떻게 억세스하느냐가 가장 큰 관심사입니다."

- 기자실을 개방하기 전에는 몇 명의 기자들이 출입했습니까. 기자실의 넓이는 얼마만큼 되며 개방 후에는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 얼마나 늘어났는지요.
"개방 전에는 중앙언론사 중심으로 6개 언론사에서 출입했습니다. 개방 후에는 지역 TV, 전문지 등 16개 사가 출입하고 있습니다. 평수는 한 30여 평 정도 됩니다."


"사전협의...큰 반발은 없었다"

- 가마쿠라 시에는 지역신문이 있습니까.
"현 단위의 일간지는 하나 있습니다. 시 단위의 신문은 일간은 없고 주간과 월간은 있습니다."

- 기자실 개방 후 재선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재선거 때 언론으로부터 불이익은 없었습니까.
"특별히 불이익 받은 것은 없었습니다."

- 가마쿠라 시와는 달리 나가노 현의 경우 기자들의 반발이 있다고 했는데….
"나가노 지사가 기자들과 논의과정이 없이 돌연 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모습이 독단적으로 비취지는 듯합니다."

- 지방정부 쪽 말고 중앙 쪽은 어떻습니까.
"가마쿠라 시와 나가노 현 말고 중앙정부 쪽은 아직 본격적으로 기자실을 개혁한 곳이 없습니다. 다만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동경에서도 기자실 문제가 서서히 제기되고 있으므로 앞으로 성과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앞으로는 기자실 개방에 대한 문제제기가 보도기관으로부터 직접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실제로 시죠카 현에 이와타 시가 있는데, 그곳에서는 출입기자들이 먼저 기자실을 개방해야하지 않겠느냐는 제기를 했다고 합니다. 이 사안은 내가 직접 확인한 것이 아니라 신문에 난 이야기라서 자세히는 잘 모릅니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 인터넷 보급의 확대가 기자실 존속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는지요.
"인터넷이 많이 보급되면 신문의 역할도 바뀔 것으로 생각하고, 기존에는 기자실을 통해서만 배포되던 자료가 홈페이지에 모두 실릴 것이기 때문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합니다."

- 가마쿠라 시와 같은 기자실이 일본에서는 몇 년 후면 보편화될 것으로 보십니까.
"딱 집어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일본 기자클럽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봐도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점차로 더 개방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며칠 전 한국의 법원은 <오마이뉴스>에서 제기한 출입기자실 출입 및 취재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기자단이 방해해서는 안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기자실 문제에 대해 일본에서도 법원이 개입한 적이 있습니까.
"일본에서도 기자실에 대한 재판이 있었습니다. 교토였는데 어떤 시민이 기자들에게 시청에서 사무실을 무상으로 사용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소송을 낸 적이 있었죠. 당시 판결은 무상 제공이 위헌은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자실 개혁, 기자들 스스로가 노력해야 한다

다케우치 시장은 기자회견 내내 저음의 차분한 목소리로 답변했다. 그런 그의 모습은 회견장 뒷좌석에 조용히 앉아있는 그의 부인과 닮아 있었다.
인터뷰를 끝내면서, 그는 많이 연습한 듯한 한 마디를 쑥스러운 듯 말했다. "고맙습니다"

자신이 중앙지의 기자였으면서도 기자실의 폐해에 대해 고민했던 사람. 그리고 그 폐해를 고칠수 있는 위치에 올랐을 때 주저 없이 그것을 실천한 사람. 빛 바랜, 꼭 끼는 웃옷을 여미며 부인과 함께 인터뷰장을 떠나는 그가 남긴 말들의 핵심은 이것이었다.
"기자실의 진정한 개혁은 기자들 스스로 노력할 때에만 가능합니다."

폐쇄적 기자실문화를 만든 일본과 그것을 본받은 한국. 다케우치 시장 기자회견은 기자실 개혁에 대한 공감대가 한일 두 나라에서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관련기사-"기자실 출입 방해해선 안된다"/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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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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