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1.09.07 15:50수정 2001.09.0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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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앞둔 신부가 신랑을 애타게 기다린다는 김건수 씨 구속사건을 접하며, 문득 7년 전 나의 일이 떠올랐다.
당시 내 나이 30대 중반에 우연히 곁을 스치듯 지나가는 사람을 보았고 그도 나도 만혼의 나이였으므로 결혼을 서둘렀고, 양가간 인사와 허락에 따라 결혼준비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결혼방식은 전통혼례식으로 추진하였다. 95년 9월 전남대 대동제 기간동안 행사 중의 하나로 전통혼례식을 치르기로 하고 날짜와 장소를 가까운 친지와 이웃들에게 알렸다.
비록 신부될 이가 대학시절 학생운동과 사회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주목을 받고 있긴 했으나 우리가 결혼을 통하여 새 삶을 살아가고자 한다는 것을 보여주면 되겠거니 하고 생각하였다. 더구나 그 신부가 예정된 결혼식 일주일 후에는 지방고시를 보게 되어 있었던 터라, 신상에 무슨 일이 생기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공안기관에서는 결혼을 정말 한 달도 안남긴 8월 말 나의 신부를 연행 후 구속시키고 말았다. 구속적부심, 보석신청, 각계 인사들의 탄원서 제출 등 갖은 방법과 노력으로 신부를 구하고 싶었지만 허사였다. 이미 주위에 청첩장을 돌렸던 가족들은 망연자실하였고 결혼준비는 모두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결국 신부는 3개월 후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되었으나 후과는 컸다. 무엇보다도 가족들 속에서 신부된 이는 '여자가 교도소를...'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고, 준비하던 지방고시는 물건너 가버림으로 해서 이후 또 다른 인생을 출발할 기회를 상실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참으로 불행 중에서도 의미 있었던 것은 우리는 짧은 만남의 과정에서, 남들처럼 연애하며 쌓지 못한 정을 조금은 색다른 방법이긴 했으나 편지와 면회를 통해 새록새록 쌓아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정은 더욱 깊어갔으며, 결혼 전 추억 한 번 없을 뻔한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다.
이번 결혼 일주일을 앞두고 구속된 경희대 졸업생 김건수 씨의 사건을 보며 부디 예비신랑이 결혼식전에 석방되어 신랑 없는 결혼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비껴가길 바란다.
결혼이 사람의 일생 중 가장 아름다운 행사일진대 곧 숨이 넘어가는 국가보안법이 행복한 삶의 시작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은 안될 말이다. 두사람이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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