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을 골라서 읽어야 할까'하는 문제는 책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머리 속에 항상 떠오르는 고민 중 하나일 것이다. 이런 고민에 머리를 맞대고 함께 생각해 줄 친구가 생겼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가 바로 그런 친구 같은 책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언가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는 친구를 위로할 때 완벽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듯 이 책이 완벽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책의 선택은 결국 개인의 취향과 맞물려 있는 것이기 때문에 '각자 알아서 찾아야 하는 것'이 오히려 정답에 가깝다.
그렇다고 의기소침해질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작가는 이 문제에 대해 비교적 명쾌한 조언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책과의 만남은 자기 스스로 만드는 수밖에 없습니다. 진정으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스스로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고전이나, 소설, 수필 등의 문학과 관련한 가이드북이 아니다. 단지 ‘정보가 담겨진 책읽기’를 주제로 선정했다고 보는 게 오히려 더 타당하다. 소설이나 시, 수필 등을 읽는 게 문화적인 소양을 기르기 위한 책 읽기에 속한다면, 비문학적인 소제를 다룬 책읽기(예를 들면, 과학과 관련한 책)는 정보를 얻기 위한 책읽기로 분류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이 책에서 이런 비문학적인 책읽기를 주로 다루고 있다.
고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자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지만, 나는 때때로 고전에 집착한 ‘책 읽기 교육’이 오히려 책과 대중을 멀어지게 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하곤 한다. 어떤 책은 너무 어려워서 감동은커녕 머리만 아파올 따름이기 때문이다.
이때도 작가는 “자신의 머리가 나쁨을 한탄하지 말고, 오역을 의심해 보라”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굳이 자신과 코드가 맞지 않는 책을 열심히 읽느니, 차라리 좋은 정보가 담겨진 신간에 눈을 돌리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는 내 생각에 힘을 실어주는 말이기도 하다.
특히 이 책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고전’에 관한 작가의 생각이다. 작가는 과연 고전이 무엇인가에 관한 본질적인 물음에 대해 조심스럽지만 날카로운 지적을 한다. 여기서 작가의 말을 잠시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저는 19세기 문학이 과연 인류에게 고전으로 자리 매김할 수 있는 출판물인지는, 아직 검증이 끝나지 않은 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좀더 지켜보는 것이 올바른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19세기 문학은 기껏해야 100여년 전의 출판물에 불과할 뿐이며, 진정한 의미에서의 고전이라는 이름을 붙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적어도 500백년이나 1000년 정도의 시간 속에서 검증을 받고 후세에 남겨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책 51쪽 본문 중에서 발췌)
서평에 관한 작가의 따금한 충고
이 책은 ‘부수입’으로 거두어들일 만한 정보가 종종 담겨 있다. 그 중 하나가 ‘서평’을 비판하는 작가의 태도가 아닐까 한다.
작가는 책을 읽을 때 테마와 주제를 정해 놓고 관련 서적을 집중적으로 읽는다. 그런 그의 책읽기 습관은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한 주제에 대해서 하나의 책만을 읽으면 고정관념이 형성되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의 이런 생각은 책을 평하는 과정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작가는 서평을 하는 사람들에게 ‘쓸데없는 참견’을 하지 말 것을 당부하면서 이런 조언을 한다. “그 책이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면 그 점만을 재빨리 끌어내 전해주길 바란다. 평가는 독자가 하는 것이니 불필요한 선입관을 심어주지 않기 바란다.”
작가는 책에 대한 것뿐 아니라 자신에 대해서도 냉정한 사람처럼 보인다. 이런 작가의 성향은 책을 끝맺으면서 그가 한 말에 잘나타나 있다.
“책에 쓰여 있다고 해서 무엇이건 다 믿지는 말아라. 자신이 직접 손에 들고 확인할 때까지 다른 사람들의 말은 믿지 말아라. 이 책도 포함하여.”
갑자기 작가가 한 말에 대해 한마디 더 덧붙이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지금 이 책을 소개하고 있는 이 글도 믿지 마세요”라고...
덧붙이는 글 | <작가가 소개하는 독서 원칙>
1. 책을 사는 데 돈을 아끼지 말라
2. 같은 테마의 책을 여러 권 찾아 읽어라
3. 책 선택에 대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4.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은 무리해서 읽지 말라
5. 읽다가 그만둔 책이라도 일단 끝까지 넘겨보라
6. 속독법을 몸에 익혀라
7. 책을 읽는 도중에 메모하지 말라
8. 가이드북에 현혹되지 말라
9. 주석을 빠뜨리지 말고 읽어라
10. 책을 읽을 때는 끊임없이 의심하라
11. 새로운 정보는 꼼꼼히 체크하라
12. 의문이 생기면 원본 자료로 확인하라
13. 난해한 번역서는 오역을 의심하라
14. 대학에서 얻은 지식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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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명절 동안 아무런 사고 없이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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