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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6일 열린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제50차 수요집회ⓒ 오마이뉴스 이종호 |
1년이 지났다. 매주 수요일마다 이 사람들은 5호선 광화문역 세종문화회관 뒤편 사거리에 모여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광화문을 지나는 시민들에게 자신들이 준비한 선전물을 돌렸다. 그렇게 했던 집회가 9월 26일로 50회째를 맞았다.
'비정규직 철폐'라는 어떻게 생각하면 가당치도 않은 구호를 내걸고 이들은 1년을 달려온 셈이다. 어떤 때는 10명에도 채 안되는 인원으로 이 곳에 나와 집회를 열었다.
1년째 집회를 맞은 26일 오후12시. 이날 집회에는 파견법에 맞서 싸우고 있는 방송사 비정규직 노조, 인사이트 코리아 노조. 노동자이면서도 서류상으로는 '소사장'인 학습지산업노조. 1년 가까이 해고에 맞서 거리를 전전하고 있는 한통계약직 노조 등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오랫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점심을 먹은 직장인들이 세종문화회관 분수대에서 삼삼오오 모여 앉아 뜨락 공연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이들은 손을 높이 들고 '파견법 철폐, 비정규 노동자 노동기본권 쟁취'를 외쳤다. 집회 도중 뜨락 공연에 방해가 된다며 거센 항의를 듣기도 했다.
비정규 노조의 과격한 투쟁 방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날 집회에서 한통계약직 노조 한 간부는 "구속을 각오하고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는 과격한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오랜 싸움 끝에 동료가 몸져 누워 반신불구가 되고, 생존이 벼랑 끝에 몰린 이들에게 '구속 각오'라는 다짐은 그냥 손쉽게 나온 결정이 아님을 이날 모인 사람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들에게는 98년 파견법 시행 이후 2년 이상 고용시 직접고용 간주 조항을 회피하기 위해 주기적인 해고를 반복하고 있는 혹은 파견법에 허용되지 않는 업종에 불법파견을 진행하고도 계약해지로 상황을 끝내버리는 사업주가 훨씬 더 과격해 보일지 모를 일이다. 파견법이 철폐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화 되는 그날까지 1년이고 2년이고 우리들은 이들이 모이는 광화문 수요집회를 볼 수밖에 없다.
'KO! 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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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 SK'라고 적힌 머리띠를 맨 인사이트 코리아 노조 지무영 위원장ⓒ 오마이뉴스 박수원 |
이날 집회에 참석한 인사이트 코리아 노조 지무영(34) 위원장 머리띠에는 'KO,SK'라는 좀 우스꽝스러운 문구가 적혀 있었다. 말이 노조 위원장이지 조합원이 4명에 불과한 미니 노조다. 인사이트 코리아는 정유회사 SK에 보내는 저유소를 보관하는 물류센터.
외형상으로 인사이트 코리아는 파견업체에 불과하지만 실제로는 SK에 근무했던 부장급 이상의 임원들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지무영 씨는 SK울산 직업훈련소를 거쳐 이 회사에 취직했다. 입사할 때는 어느 정도가 지나면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약속을 받았지만 8년이 지나도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비정규직의 월급은 SK정규직원의 60% 수준.
지무영 씨를 비롯해 36명의 비정규직 직원들은 2000년 3월 노조를 설립했다. 그러나 사흘만에 모두 탈퇴를 하고 지금 활동하고 있는 4명만 남게 됐다. 4명은 해고를 당했지만 인사이트 코리아가 불법파견을 진행했다는 사실을 노동부로부터 인정받았다. 그러나 지방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와 관련해 회사 손을 들어줬다.
지씨를 비롯한 나머지 해고자들은 부당해고에 대해 현재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9월 17일 중노위 심문일이었습니다. 이제 곧 판정이 나겠죠. 중노위 공익위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그 분들 사회지도층이라는 분들인데 정말 눈꼽만치도 한 쪽에 치우침 없이 판단하고 계신지 묻고 싶어요."
해고된 조합원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아무래도 생계문제. 물론 그도 예외는 아니다.
"아내가 돈을 벌어서 그래도 낫지요. 집에서 이렇게 싸우다 '감옥 가는 것 아닌가'하고 걱정은 하지만 그래도 많이 이해하고 도와주는 편이죠. 아이가 없어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
이날 수요집회를 마치고 집회에 참석했던 사람들과 함께 그는 오후2시쯤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중노위에서 복직 판정을 받지 못하면 행정소송으로 갈 겁니다.안 되면 대법까지 가야죠. 정말 마음 같아서는 추석이 되기 전에 이 모든 상황이 끝났으면 좋겠지만 절대 포기하지는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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