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일부 일간지들이 '미국 테러 대참사' 사건을 '특파원' '통신원' 기명으로 보도한 것을 두고 '가짜 특파원'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4일 <뉴스통> 자유게시판에 아이디 '퍼온글'은 "미국 테러 사건이 일어난 뒤 광주전남지역 지방 일간지에 이상한 취재기자들의 이름이 올랐다"면서 "정말 (기명 특파원이) 썼을까, 사실은 다른 곳(연합)에서 베낀 뒤 명목상 이 사람의 이름만 붙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민의소리>는 지난 19일자 5면에 '미 테러 참사 보도 특파원 논란'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신문사 실정을 잘 아는 이들'의 말을 인용해 "기사 내용 모두를 직접 취재해 송고했을 것으로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며 <호남신문> <광주타임스> <전남매일>의 '변칙적인 보도형태'를 공개적으로 비판 보도했다.
그러나 해당 신문사 편집국 관계자들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연합 등 통신사와 계약을 하고 있지 않아 궁여지책으로 특파원 등을 위촉하고 그들의 리포트를 받아 편집국에서 종합 분석한 기사라는 것이다. "단순한 '짜깁기'기사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해당 신문사들 어떻게 보도했나
'가짜 특파원' 논란에 거론된 해당 지방지 <호남신문>은 13일 <사고>를 통해 사진을 공개하면서 "미국 테러 대참사를 보다 자세히 전달하기 위해 박종연 씨를 특파원으로 위촉했다"고 밝히고 '뉴욕/박종연 위촉특파원' 기명으로 대참사 현장소식, 미국의 대응방침과 이슬람권의 반응 등을 전했다. 박종연 씨는 박영철 사장의 장남으로 뉴욕에서 '코리아 소사이어티' 재무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
▲<호남신문> 13일자와 17일자 1면 톱기사 / <호남신문>은 13일 사고를 통해 특파원을 위촉하고 17일까지 특파원기명으로 관련 소식을 전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
또 <전남매일>은 사건보도 첫 날인 12일부터 17일까지 '미주=최의정 통신원' 기명으로 주요 외신을 보도했다. 박호재 전남매일 편집국장에 따르면 '최의정 통신원'은 뉴욕에서 유학중이며 <월간 사회평론> 등 월간지에서 기자로 활동한 바 있다.
<광주타임스>도 12일 '미국/최혁 특파원'과 '서울/장여진' 기명으로 '미 본토 공격당했다'는 제하로 뉴욕 현지 소식과 한국정부의 대응에 관해 보도했다. 그러나 13일 이후 최 혁 특파원이 전하는 관련 소식을 게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18일을 전후로 <호남신문>과 <전남매일>은 특파원과 통신원 기명이 아닌 본사 기자들의 기명으로 관련 소식을 전하기 시작했다.
"현장 소식을 전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급조된 특파원
'가짜 특파원' 논란은 해당 신문사들이 연합뉴스와 기사전재 계약을 맺고 있지 않다는 공통점과 이전에 있지도 않았던 특파원과 통신원을 급조했다는 것이다.
또 "훈련되지 않은 지방지 특파원과 통신원들이 혼자서 뉴욕, 워싱턴, 때로는 LA까지 달려가서 교민들의 반응까지 다룬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힘든 일(<시민의소리>인용)"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성 호남신문 편집국장은 "통신을 받을 사정도 못되지만 일방적으로 AP 등 통신사 기사를 게재하거나 메이저 신문들이 다루지 않는 부분을 알리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생생한 현장을 전달하기 위해 '위촉특파원'은 위촉한 것이고 통신원이나 특파원이라고 할 수 없어 '객원 기자'제도처럼 '위촉특파원'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또 박호재 전남매일 편집국장은 "이런 논란에 대응하기도 싫다"면서 "보도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독자는 궁금해하고 궁여지책 끝에 후배들을 통해 연락이 닿아 취지를 설명하고 통신원으로 임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전남매일> 14일자와 18일자 1면 톱기사 / <전남매일>은 18일부터 통신원이 아닌 최영소 기자 등 본사 기자들의 기명으로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전의 보도내용 출처와 보도패턴은 전혀 차이가 없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
그렇다면 급조된 특파원이나 통신원이 평사시에 다니던 직장과 학업을 중단하고 사건현장, 미국의 대테러 대응방침 등 숨가쁘게 변하는 상황을 손수 취재할 수 있었을까? 그것도 미국방부, 백악관, 테러 용의자에 대한 수사 진척 등 단순한 리포트가 아닌 중요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가짜 특파원'이라는 '혐의'를 벗어나기 어렵게 하는 부분이다.
<시민의 소리>에 인용된 임시특파원으로 활동한 바 있는 모 기자의 말은 이러한 '혐의'를 뒷받침하고 있다. "내 기명으로 나간 기사 중 20%∼30%는 직접 써서 송고했지만 나머지는 본사 편집국에서 외신을 받아썼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리포트 받은 것과 외신 등을 종합해 보도했다"
이에 대해 호남신문 김성 국장은 "기자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에게 완벽한 기사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면서 "'짜깁기'기사는 전혀 아니며 위촉특파원이 현장에서 느낀 것을 메모한 것, 뉴욕과 워싱턴 등 신문과 TV를 통해 얻은 상황을 정리해 보낸 팩스, 본사와의 전화 통화내용을 모아 종합해 기사화했다"고 말했다.
이는 위촉특파원이 완벽한 기사를 송고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취재활동을 전혀 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명만을 빌려 온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전남매일 박호재 국장도 "전화 등을 통해 통신원에게 리포트 받고 편집국에서 종합해 상황을 분석하고 해석해서 보도했다"면서 "통신원이 리포트한 것이 메인 내용이어서 기명을 사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
▲<호남신문> 19일자 1면 기사 / 김성 국장은 19일 이후 위촉특파원 기명이 아닌 기사를 게재한 이유에 대해 "중심 내용이 뉴욕현장에서 전쟁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
그러나 <호남신문>과 <전남매일>의 경우, 보도내용을 보면 CNN 등의 외신을 인용하면서 서술어를 주로 '∼알려졌다'나 '∼전해졌다'로 끝마치고 있어 현장감 있는 취재보도라기보다는 '외신종합' 정도다. 또 이러한 보도 패턴은 18일 이후 '위촉특파원'과 '통신원' 기명이 아닌 편집국 소속 기자 기명의 '외신종합'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한편 기명으로 적시된 특파원이 현장 분위기를 리포트해 현장감을 전해주고 있는 기사는 <호남신문> 15일자 1면에 보도된 위촉 특파원 박종연 씨와의 전화인터뷰 기사를 게재한 바 있다.
이러한 보도방식에 대해 호남신문 김성 국장은 "새로운 방식의 취재방식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다양한 취재방식과 기사쓰기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남매일 박호재 국장은 "물론 잘못된 관행이라 할 수 있는데 단순한 보도가 아니라 기사는 정보의 '짜깁기'다"며 "모든 기사를 현장에 있어야 보도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기사는 정보를 재가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 기사는 전문 취재인력이 아닌 유학생 등이 할 수 있는 리포트가 아닌 외신 특파원들이 전하는 수준의 보도다.
이에 대해 광주지역 한 기자는 "급조된 특파원이나 통신원, 누구나 리포트는 할 수 있다"며 "외신종합 수준의 기사내용을 가지고 굳이 특파원의 기명을 단 것은 생색내기일 뿐"이라고 '변칙적인 보도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특파원이 없고 현장 소식을 전할 수 없는 여건이면 외신을 인용해 편집국 기자가 외신종합으로 보도했으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며, "특파원을 상주시킬 여건이 안된다면 전문적인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통신원을 통해 리포트를 받으면서 취재인력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광주타임스> "억울하다" 명예훼손 소송 검토
한편 '가짜 특파원' 논란에 거론된 <광주타임스>는 이를 보도한 바 있는 <시민의소리>에 대해 법적 대응까지 고려하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김선기 광주타임스 문화팀장은 "다른 신문은 모르겠지만 우리의 경우는 보도된 내용과 다르다"며 "연합뉴스와 기사계약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도매금으로 넘겼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김 팀장은 "최혁 선배는 17회에 걸쳐서 6개월∼7개월 동안 '한인 미주 이민사'를 연재해 오고 있는 특파원이다"며 "뉴욕에서 유학중이며 매달 급료도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광주타임스>는 지난 해 5월 10일 '사고'를 통해 "오는 6월에 미국과 중국에 특파원을 파견"해 "최혁 기자는 유타대학교에서 초빙연구원으로 근무하며 유타대와 공동으로 한인 미국이민사에 대한 연구활동을 추진, 이와 관련된 다양하고 흥미 있는 기사를 독자에게 제공한다"고 밝힌 바 있다. 최혁 특파원은 지난해 5월까지 광주타임스 본사 취재기자고 정치부장을 맡기도 했으며 '급조'된 특파원은 아니다.
이에 대해 김 팀장은 "확인절차 없이 신문만 보고 논란에 거론된 것 같다"며 "윗분이 (시민의소리에 대해) 명예훼손 소송을 의중을 가지고 있다"고 전해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또한 <광주타임스>는 테러사건 보도와 관련 10여개가 넘는 광주지역 지방지들과는 사뭇 다른 보도양태를 보여주고 있다.
 |
▲<광주타임스> 12일자와 13일자 1면 / <광주타임스>는 특파원 기명의 기사는 12일 단 한 차례 보도했다. 물론 이후 최혁 특파원의 칼럼을 게재한 바 있다. 이후 <광주타임스>는 지역과의 연관성을 찾는 데 주력해 여타의 지방지와 다른 보도를 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
김기태 사회부장은 "지방지이지만 전세계적으로 메카톤급 뉴스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는 고민거리다"면서 "우리 신문은 '참다운 지방지'를 모토로 하고 있어 우리 지역과 연관성이 있는 것을 발굴하자는 의도에서 편집했다"고 말했다.
"각 방송사는 물론 중앙지들이 대서특필해 소식을 전하고 있는데 지방지가 굳이 모든 소식을 보도할 필요가 있겠는가"하는 것이다.
실제 '가짜 특파원' 논란에 거론된 최혁 특파원 기명의 기사는 12일자 1면 기사와 이후에 보도된 칼럼을 합해 두 개 뿐이다. 모든 지방지들이 여타의 중앙 일간지들과 함께 연합뉴스의 기사를 전재하고 있을 때 <광주타임스>는 이런 류의 기사는 보도하지 않았다.
18일자에 '미 보복공격 임박, 에너지 비상' 등을 보도하고 20일부터 24일까지 테러관련 보도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에 대해 김기태 사회부장은 "중앙지가 다루는 것을 똑같이 다룰 필요는 없다"면서 "순수한 지방지의 정체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논란을 지켜본 김모 기자는 "급하게 특파원을 위촉해 짜깁기식 기사를 보도하는 것은 열악한 지방언론의 환경 때문이다"며 "신속하고 현장성 있는 보도를 위해 공동특파원 운영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