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1.09.28 08:29수정 2001.09.28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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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길도 물어가라!”는 옛날부터 내려오던 고금진리의 명언이 있다. 허나 또 다른 한편으론 “長考끝에 惡手둔다”라는 너무 지나치게 신중함도 나쁠 수 있다는 바둑계의 명언도 존재하는 것이다
강타산악회는 지난 9월 22일(토)에 오랜만에 몇몇 회원들이 모여 서울 근교의 수락산에 올라갔다. 무덥고 지리한 여름을 막 끝낸 뒤라 다들 상쾌함에 기분도 들떠 있었고 우리의 마음을 아는지 수락산 짙은 수목도 가을을 준비하는 부산한 색채를 띠고 있었다.
지하철 7호선의 끄트머리에 위치한 수락산역을 빠져나와 삼삼오오 희희덕거리며 산행 들머리에 접어들었다. 덕성여대 생활관을 지나면서는 괜시리 누가 있을까 담뒤를 쳐다보려고 껑충거리면서 지나오니 벌써 본격적인 산행의 시작점에 도달하였다.
원래 강타산악회의 산행길잡이들은 동물적인 본능으로 길을 찾는다는 허울좋은 변명으로 산행준비의 부실함을 메워볼려고 노력하나 이번 산행에서 홍일점으로 참석한 한 여성회원은 항상 길을 물어보고 또 물어보는 신중함으로 이런 부족을 메꿔주곤 하였다.
그러나 홍일점이 또 길을 물어본 뒤 가까운 지름길이란 소리를 듣고 접어든 계곡길이 문제였다. 경사가 60도인 계곡길에 접어들자 모든 참가자들이 한마디씩 시작했다.
“누가 길 물어봤어?”, “길 가르쳐준 아저씨도 오지 않는데? 이 거 잘못된 거 아냐?” 등등. 이 길의 선두에 섰던 나의 등골은 식은땀으로 축축해졌다.
한참을 헉헉거리며 올라서서 땀을 식히자 길을 가르쳐준 아저씨는 옆길에서 불쑥 모습을 보이며 하는 말이 “어! 자네들 왜 길도 아닌 곳으로 올라왔어? 이쪽으로 좋은 길이 있는데” 우리의 대답은 “어휴!”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제 자연스럽게 그 아저씨랑 동행을 하면서 수락산 등산로에 대하여 이것저것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 아저씨의 권유로 또 다시 지름길로 접어들었고 잠시후 우리 모두는 경악을 하게 되었다. 그 길은 바위로 이루어진 길이었고 우린 마치 암벽등반의 맛배기라도 보듯이 아저씨가 준비한 밧줄을 몸에 감고 올라가야 했다.
그런 길을 아저씨는 폴짝폴짝 올라가서 우리를 위해서 밧줄을 내려주고 우린 그걸 몸에 감고 올르면서도 다리는 후들거렸다. 이런 길을 우리의 홍일점은 용감히 올라서면서도 목소리는 울먹거리며 “앞으로 산에 와서 다시는 길 물어보지 않을께요.
그렇게 올라간곳이 여우골이란곳으로 바위와 바위가 겹치면서 생긴 환상적인 타원형의 굴이었고 식당바위에서는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히면서 맥주 한잔과 김밥을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비웠으며 그동안 고생을 모두 보상받고 스트레스 제로로 돌아왔다.
우연히 길을 물어보다가 만난 아저씨 덕분에 우리는 잊지못할 추억과 그냥 지나쳐버릴 수락산 명소(코끼리바위, 남근바위, 탱크바위, 계란바위 등등)를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내려올 수 있었다. 물론 산행후에 빠질 수 없는 뒷풀이로 생맥주 한잔씩을 걸친 다음 헤어진 것은 당연지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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