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정상화가 나라경제를 살리는 길

등록 2001.09.29 11:55수정 2001.09.29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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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는 아직도 대내외적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130조의 공적자금, 2∼3% 대의 저성장, 4% 대의 물가, 75만 명의 실업자수 등은 우리 경제의 현실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완만한 회복세를 유지해오긴 했지만 그 전 상태로의 복귀는 아직 요원한 실정이다. 이번에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대우차 문제를 비롯, 하이닉스 반도체 정상화·현대투신 매각 문제는 우리 국민들이 짊어져야 할 고통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음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우리는 현재와 같은 경제상황에 대해 비관으로만 일관해야 하는가?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은 과도기적인 것이다. 과거 고도성장을 구가하던 시기 우리 경제의 근간은 저임금 고성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 기업은 정부의 보호와 노동자의 희생을 발판으로 성장일변도의 경영전략을 펼쳐나갔으며 그 결과 90년대 초반까지 별탈없이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이후 찾아온 세계 경제의 동반침체와 고금리 저성장의 대내적 상황은 차입에 의존, 외형 부풀리기에만 전념해 온 우리 기업들에겐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번지기 시작한 개방의 질서는 경쟁력 없는 기업을 무차별적으로 도태시켜 나갔다. 이것이 97년 말 찾아온 구제금융사태였던 것이다.

따라서 IMF 위기 이후 우리는 고임금 저성장의 새로운 경제질서에 적응하여 이전과는 다른 발전의 가능성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체질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징후는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는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투입, 금융권의 신뢰회복에 역점을 두었으나 철저한 사전 계획없이 사태가 불거질 때마다 대증요법식으로 이를 사용하여 국민경제의 짐만 늘려놓았다. 금융권 역시 마찬가지다. 공적자금의 실제 집행과정에서 기업의 철저한 자구노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 금융권의 당연한 소임이나 그 동안 자금을 빌려주었던 기업의 도산을 막는 데만 급급해 '이제는 어떻게 하면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까'하는 난제까지 떠안게 되었다. 그야말로 혹 떼려다 혹 붙인 격이 아니겠는가.

물론 문제의 근원은 기업에 있다. 이 모든 위기를 자초한 것은 방만한 경영으로 부실을 키워온 기업들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경영의 투명성 강화, 기술개발, 부당내부거래 근절 등의 구조조정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경기침체를 틈타 출자총액제한제 완화, 기업집단기준 축소를 주장하는 등 한심한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들이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기술 개발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를 제외하고 우리가 세계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선도적 상품이 과연 몇 개나 되는가. 또한 미국, 일본, 중국 등을 제외하고 우리의 수출력이 영향을 미치는 나라는 과연 또 얼마나 되는가. 사정이 이러할진대 우리 기업들은 지금 어디서 무슨 고민을 하며 기업경영을 하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제 회복은 각 주체의 의지에 달려있다. 정부·기업·국민 모두가 비전을 가지고 경제활동에 임했을 때 그 성과는 극대화 될 수 있다. 그러나 특히 이 과정에서 기업의 역할이 큼을 새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활동을 하는 데 있어 발생하는 내적 장애요인들은 정부의 지원이라든가 국민들의 이해를 통해 어느 정도 극복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을 탄탄하게 운영하겠다는 근본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지원도 소용없다.

이에 각 기업은 경영의 혁신을 통하여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극대화시켜야 하며, 지식기반의 확충을 위해 인적자원의 관리에도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 또한 이를 토대로 세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최고의 상품을 만들어 내외부의 어려움에 직면해서도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도록 기틀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아울러 다양한 판로개척을 통해 특정 국가에 대한 편향성을 분산시켜하며, 상품판매를 통해 획득한 이윤을 기업활동에 재투자하는 것 또한 경제회생을 위해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대우차 매각이나 현대투신 매각의 경우를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이들은 우리 경제를 있는대로 멍들게 한 장본인이며 부실의 상징이다. 당연 이들의 매각은 우리 경제의 숨통을 트이게 한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나 한 번 부실화의 늪에 빠지면 끝까지 골칫거리로 남을 수밖에 없음을 이들 사례는 보여주고 있다. 왜 우리는 이들 매각 협상에 전전긍긍하며 헐값에, 그것도 이런저런 특혜까지 제공해가며 국부를 외국자본에 팔아넘겨야 하는가. 냉혹한 경제논리를 배우기 위해 우리는 너무 많은 수업료를 지불했다. 이제는 본격적인 성장을 위해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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