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1.09.29 13:34수정 2001.10.05 13:07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실속 선물 모음' '한가위 선물 큰잔치' 등 고객들을 끌어 모으기 위한 백화점과 대형할인마트들의 사은잔치가 보름달 만큼이나 풍성하다. 추석이 가까워지면서 조간신문에 끼워져 들어오는 광고전단지는 하루 대여섯 장. 이 광고지들은 형형색색으로 소비자들이 마음을 술렁이게 만든다.
더구나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워 지갑이 얇아진 사람들에게 추석이 명절이 아니고 아픔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말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기도 하다.
며칠 전부터 실속 있는 추석시장을 보기 위해 꼼꼼히 메모를 했던 나에게 벌써부터 잔잔한 파문이 인다. 어느 한계선까지 물품을 구입하면 사은품까지 준다는 사탕발림은 분명 공짜처럼 느껴지는 것이 사실. 때문에 조금은 마음이 설레인다.
그러나 지난달 물건을 구입하고 날아온 카드 대금이 예상외로 많아 이번 달에 곤혹을 치렀던 생각을 하며 "이번 달엔 좀 자제를 해야지"라고 몇 번씩이나 다짐을 하기도 했다.
더구나 요즈음은 현금이 없어도 "그래 카드를 긁어버리면 되지 뭐" 라는 배짱이 생기기도 했으니. 이러한 무사 안일주의 생각 때문에 예상외로 지출이 많아지는 사실은 앞으로 반성을 해야 할 일이다.
'현금 없이 카드만으로도 1주일은 살아갈 수 있다'던 친구의 말을 떠올리며 지혜를 모아 예산을 세웠던 메모지를 들고 추석시장을 보러 갔다. 그러나 처음부터 나의 계획은 착오가 생겼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1kg에 1만5천 원 하던 생선 값이 훌쩍 올라 버렸고 과일도 어제와 다르게 값이 껑충 뛰어 버렸다.
"좀더 값싸게 살 수 있는 곳이 없을까?"하는 마음에 대형할인마트를 한바퀴 돌아다니는데 걸리는 시간도 만만치가 않다. 이렇게 알뜰시장을 보았지만 마지막으로 내 발목을 붙잡는 것이 또 하나 있었다. 카운터에서 열심히 계산을 하던 아가씨는 "1만3천 원 어치만 더 사면 푸짐한 상품을 받을 수 있는데..."라며 나를 흘깃 쳐다본다.
푸짐한 상품을 준다는 말에 나는 귀가 솔깃하여 "응 그래! 선물이 뭔데?"라고 물으니 "10만원을 채우면 할인매장에서는 화장지를 사은품으로 제공하고 카드회사에서는 식용류 세트가 있어요"라고 말한다. 이 말은 분명 내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말은 또 한번의 충동구매를 할 수 있는 얄팍한 상술이기도 했다.
"잠깐만!"하며 카운터에서 아가씨가 계산을 하는 틈을 타, 달음박질을 해가며 내가 집어온 물건은 1만 3천원에 맞는 음료수와 야채 등. 나는 그 순간 무슨 일에 성공이나 한 것처럼 안도의 숨을 내쉬며 10만원을 성공리에 채웠다. 그리고는 아줌마 근성을 버리지 못하고 부지런히 선물세트를 받을 장소를 찾아갔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선물을 타기 위해 줄을 지어 서 있었다.
그때 내 생각은 며칠 전부터 추석시장을 보기 위해 계획을 세웠던 것은 안중에도 없이 선물로 받은 식용류 세트와 화장지 때문인지 왠지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꼭 필요한 물건만을 구입하자던 자신과의 약속이 어느새 깨져 버린 것이다. 그리고 한 달 후 날아드는 카드대금 납부에 대한 고지서는 미처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물밀듯이 밀려오는 사람들 틈을 타고 가까스로 할인매장을 빠져 나왔다.
주차장에서 시동을 켠 다음 " 휴-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런데 왠일인지 목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웬지 무거운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그때서야 나는 카드회사의 사은품 제공과 대형할인마트에서 내건 상술에 내 계획이 무너지지 않았는지, 그리고 내가 물건을 구입하고 선물로 받은 댓가는 진정 낭비일까 아니면 실속일까를 놓고 잠시 파문이 일기 시작했다. 사은품 잔치 때문에 충동구매만 한 것은 아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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