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YS와 JP가 회동을 가졌고, 민국당 김윤환 대표는 끊임없이 정계개편에 대한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민주당 한화갑 김근태 최고위원이 동교동계에 던진 직격탄의 파장도 쉽게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이용호 게이트'는 국민의 정부 도덕성에 상당한 치명타를 입혔다. 한나라당측의 입장도 편안히 지켜볼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주진우 의원이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북풍' 관련 새로운 의혹들이 속속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는 가운데 국민들은 민족 최대의 명절인 '한가위'를 맞는다. 많은 이들이 지난날에 대한 그리움과 부픈 가슴을 안고 고향으로 발길을 돌렸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 친지들과의 끊이지 않는 대화꽃으로 올 가을밤도 깊어만 갈 것이다.
그 화제의 단골 손님을 꼽는데 '정치'문제는 단연 빠질 수 없다. 특히 최근의 정국 상황이 수많은 가능성과 돌출변수를 예고한다는 점에서 이번 추석 연휴는 민심의 향방이 어디로 갈지 단초를 제공해줄 전망이다. 정가에서 제기되고 있는 '신당 창당설'의 다양한 시나리오를 살펴봤다.
늦어도 지자체 선거 전
'보수신당'과 '개혁신당', 과연 그 실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신당 창당설과 관련해 DJP가 결별하기 전까지만 해도 '개혁신당'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 주로 70, 80년대 민주화 운동 세력을 주축으로 개혁 성향의 인사들이 참여해 새로운 바람을 정치권에 불어넣자는 주장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정치세력화를 준비중인 일부 시민단체 대표들과 재야 출신들 안에서 강력하게 거론됐다. 특히 개혁성향의 여야 의원들이 대거 참여한 <화해와 전진> 포럼이 지난 5월 출범하면서, 이같은 구상은 단순한 주장을 넘어 상당히 설득력 있게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포럼의 한 관계자는 "여러 곳에서 개혁신당 창당 이야기가 들리지만, 그 중심엔 포럼 소속 정치인들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제도권에서 얼마나 힘을 실어주는지가 관건이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포럼의 관계자도 "개혁 정당이 현실화되려면 적어도 내년 지방선거 이전엔 확실한 모습을 갖춰야 한다"고 구체적인 시기를 못 박으며 "그런 점에서 늦어도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엔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개혁신당'을 준비하는 이들이 가장 많이 거론하는 인사로는 역시 민주당의 김근태 정대철 최고위원과 노무현 고문, 한나라당의 이부영 부총재 김덕룡 의원 등을 들 수 있다. 여기에 김상현 유인태 박석무 전의원 등과 정치세력화를 준비중인 시민단체가 결합한다면,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유권자들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적어도 '사단장급'의 인사만으로도 자민련을 능가하는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지난 3월 한국사회문화연구원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주)이트렌드에 의뢰해 서울시민 5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여야 개혁지향 초·재선 의원들이 연대 정당을 창당할 경우 지지하겠다는 답변이 절반 가량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은 이를 반증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가 일각에선 '개혁신당'의 출현에 대해 끊임없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화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한 주장이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같은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는 것. 또 설사 창당이 된다 하더라도, 여론조사와 실제 선거결과는 차이가 있는 만큼 지역색과 현재의 정국 양분 현상의 벽을 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여기에 차기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총재의 당선 가능성이 현재로선, 가장 높게 점쳐지고 있는 만큼 야권 개혁성향의 의원들이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은 또 다른 변수를 예고한다는 게 개혁신당을 준비하는 관계자의 전언이다. 지금까지는 한나라당의 보수정책에 반발하는 개혁성향 의원들이 주목을 받았다면, 이제는 여권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것.
초재선 의원들의 정풍 운동에 이어 당내 개혁세력을 대표하는 김근태 최고위원의 높아진 목소리를 예사롭게 봐선 안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겨냥한 타겟이 민주당의 핵심을 이루는 동교동계라는 점도 신중 일변도의 김위원을 고려해 볼 때 일부 측극들에게조차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고 그는 전했다.
이런 점을 볼 때 여야 곳곳에 '개혁신당' 출현의 가능성은 상존해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귀결점은 이것이 당내에서 묻히느냐, 아니면 실질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느냐로 모아진다. '개혁신당'을 준비하는 원외인사들과 일부 시민단체들은 이들의 합류를 당연히 원하겠지만, 실제 제도권 개혁성향 정치인들이 넘어야 할 벽은 그리 만만치 않다.
'이총재 대세론'이 제기되는 상황속에서,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이 당을 나올 가능성도 의문시 되는 데다 여권내 변수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민주당이 '개혁'을 기치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권 개혁 성향 의원들이 자신의 지향을 당내에서 성취하려고 할 것인지, 아니면 그 외의 독자세력 형성을 시도할 것인지는 현재까진 분명하지 않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고려해볼 때 '개혁신당'과 관련, 예상해 볼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개혁성향 의원들이 각자의 소속정당을 탈당해 새로운 '개혁정당'을 건설하고, 여기에 <화해와전진>포럼 소속의 전직 의원들과 재야인사, 일부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구도다.
물론 여기에는 이분법적인 이념갈등의 폭을 좁히고 대표주자들의 후보단일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등의 문제들을 극복해 낸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러나, '개혁정당'의 성격상 젊은 유권자층의 지지를 유도할 수 있고 개혁정책을 승계한다는 차원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묵인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현실화만 된다면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김의 구상은 과연?
'개혁정당' 창당에 관한 논의가 가능성의 차원에 있다면, '보수정당'은 이미 구체화된 모습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 일차적인 단초는 지난 9월 18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의 신라호텔 회동이 제공했다. 두 당의 성격이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보수'를 지향하고있다는 점에서 이 기회에 합당을 통한 '보수신당'이 나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것.
그러나, 며칠 후인 24일 JP가 또 다시 YS와 회동을 가짐으로써 예상변수는 더욱 더 복잡하게 늘어났다. 정가에선 이 만남의 성격을 '반 DJ, 비 회창'으로 분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두 사람이 ▲권력형 비리의 진상규명 ▲현정부의 대북정책 비판 ▲언론사주 즉각 석방 및 언론탄압 중단 ▲심각한 민생경제 위기타개를 위한 총력 대처 ▲불의한 정치풍토 쇄신 등 5개항에 합의한 데 이어 이총재의 대북 쌀지원 제의에 대해서도 비판적 입장을 보인 것은 또 다른 해석을 불러 일으켰다.
두 사람이 각각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는 충청권과 영남을 묶는 신당을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 물론 이런 해석은 한나라당 YS계 의원들과 박근혜 부총재를 비롯한 영남권 일부 정치인들의 참여까지 고려한 예상이다.
당장 오는 10월 9일, 대구에서 열리는 자민련 전당대회가 그 단초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부총재의 참여 여부와 축사 내용이 가장 큰 관심거리다.
한편, 일각에선 3김이 정치적 생명을 같이 할 것이라는 점에서 김대통령을 추가하여 내년 지방선거나 대선을 앞두고 '3김 연합론'이 현실화 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민국당 김윤환 대표의 정국구상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개혁정당'과 비교해 '보수신당'이 창당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쪽은 이총재라는 점에서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곳은 역시 한나라당 지도부다.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여차하면 '3김청산론'을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라는 관계자의 말이 이같은 분위기를 그대로 전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두 신당설 모두 현 정국을 양분하고 있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분열이 선행돼야만 하고 이에 대한 파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당장 성사되기는 어렵겠지만, 정치 일정을 고려할 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주장이 '신당창당'을 준비하는 이들 속에서 제기되고 있다.
어쨌든,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이후 DJP 공조파기-복원-재결별을 거치며 복잡한 양상을 보여왔던 정국구도에 종지부를 찍는 '개혁신당'과 '보수신당'이 일단 현실화 되면 어느 쪽이든 메가톤급 위력을 보일 것이란 점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념 대결의 특성상 한쪽 정당의 창당은 또 하나의 신당을 가속화시킬 가능성도 높다고 점치고 있다. 서강대 손호철 교수는 현 정치의 폐해로 보통명사화된 '3김정치'와 '이부영-정형근/김근태-엄상탁'으로 대변되는 비상식적인 분열을 지적한 바 있다.
적어도 이런 상황이 계속 되는 한 이념을 기준으로 하는 신당창당설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이는 대선 국면에 다가서면 다가설수록 수면 위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진보'를 기치로 내건 민주노동당과 사회당의 제도권 진입 노력도 그 어느 해보다 뜨겁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의 정국 상황에 대해 "선거가 몰려있는 내년이 되면 5, 6개의 정당이 물고 물리는 형국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여권 관계자에 의해 제기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는 또한, 한 시대를 풍미했던 '3김' 시대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는 점과 현재로선 그 어느 정당도 국민의 전폭적인 믿음을 얻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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