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는 나의 영원한 친구야"

새 아기가 태어났음을 감사하며

등록 2001.10.01 13:20수정 2001.10.0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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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태몽

연초였다. 밥을 먹다말고 딸애가 "엄마, 꿈에서 동생을 봤어"라며 숨넘어갈 듯이 말을 꺼냈습니다. 동생, 동생을 보았다…
"슬기야 동생이 없으니 오히려 좋지. 사랑을 독차지하니 말이야."
교사인 아내는 실현가능성 없는 말을 제지하려는 듯, 말을 끊었습니다.


꿈이라고 하니 불현듯 옛날 코미디 프로에서 히트한 '꿈에' 가 생각나서 슬기야 "너 코미디 하냐" 하며 웃었지만 속으론 미안한 마음에 안되었다는 생각도 들었지요. 혼자서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려면 힘든 일도 많을 텐데?

그런데 7일쯤 지났을까요. 구렁이가 4마리 어른거리더니 그 중 한 마리가 나를 향해 달려드는 꿈을 꾸고는 놀라서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이게 무슨 조화일까? 내 나이 43, 아내는 40줄을 들어서는 나이에 무슨 아이.

난데없이 태몽은 아니고 복권에 당첨될 꿈이라고 생각했지요. 다음날 복권을 2만원 어치 구입하고는 일주일 후를 기약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곤 아내에겐 "복권 당첨되면 당신 좋아하는 EF소나타를 사줄 테니 기대해"하며 허풍을 떨면서 믿음과 확신(?)을 주었지요. 그런데 결과는 모두 '꽝' 이었습니다.

그 후 1개월이 지났을까요? 다 잊고 있었는데, 느닷없는 아내의 절규하는 목소리를 듣고는 서로가 당혹하여 어쩔 줄 모르는 혼돈을 경험하였지요. 아내는 이 나이에 어찌하나?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기쁨보다는 한숨을 쉬고 있었지요.

슬픈 이야기

이 정도로 하고 슬픈 과거 이야기를 해야 겠습니다. 첫 애는 태어난 지 7일만에 잃었지요. 2.3Kg의 남자아이였는데 병명은 괴사성장염,
93년 4월 7일 태어 나서 7일을 인큐베이터에서 살다가 세상을 떠났지요. 하루 전만 해도 건강하다고 하였는데…


세상을 다 잃은 슬픔이란 게 이런 것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산실에서 간호원의 손에 의해 신생아실로 옮겨지는 것이 마지막 일 줄이야.

하늘은 노랗게 보이고, 세상의 보이는 사물이 슬프게만 여겨지더군요. 밤을 눈물로 지새운다는 말을 그때 실감했습니다.


그 당시는 신생아 면회가 엄격해서 식구들 중 아무도 그 애의 얼굴을 보지 못했습니다. 죽은 자식을 보면 평생 눈에 보일까봐, 사망 소식 후에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화장을 의뢰하였지요. 지금 생각하면 부모로서 잘못한 짓이라고 여기나 때 늦은 후회만 하고 있습니다.

태어나기 전, 그 애 이름을 요셉으로 지었지요. 유대인의 노예로 팔려가 후에 애굽의 총리가 되는 믿음의 조상.

셋째의 태몽으로 볼 때 아들인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한 나는, 죽은 첫째 아이의 이름으로 지어주기로 하였습니다. 다시 살아나는 요셉…

분명히 아들이라고 여기게된 것은 태몽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가족들은 당연히 아들인 것을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장남인 나에 대한 기대가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 것은 아닌지?

슬기와는 친구 사이

저의 아침 출근은 전쟁입니다. 슬기를 챙겨서 학교에 보내어야 하는 임무를 맡았기 때문이지요. 슬기와 학교를 등교하면서 나는 언제나 슬기의 아빠 이전에 친구입니다. 그래서 슬기가 나를 대하는 말투는 친구를 대하듯 하지요. 그러나 난 그런 슬기의 태도를 나무라지는 않습니다.

혼자의 외로움을 아빠와 친구관계를 유지함으로써 풀어주려는 저의 작은 사랑의 표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끔, 밖에서 친구처럼 대하는 슬기에게 눈치를 줄 때가 있지요.
" 슬기야 둘이 있을 때는 친구지만, 다른 사람이 있을 때는 가려서 말해야지"하며 가끔은 꾸짖기도 합니다.
이율배반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사회적 동물인 이상, 이 정도는 슬기가 이해하리라고 봅니다

새 친구의 출생

그 날도 등교를 시키면서 다음 주가 추석 연휴이니 슬기동생이 오늘,내일 태어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였지요. 아니나 다를까 출근 직후, 아내의 다급한 목소리를 듣고는 산실로 직행하여 3-4 시간 몸을 틀었지만 아기가 나오지 않더군요. 노산이 원인일 수 있답니다.

자연분만을 그렇게 원했는데, 수술대에 오르는 아내를 보면서 인간의 한계를 절감하였지요. 아주 먼 길을 온 듯한 20분, 조마조마한 시간을 보내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보호자를 찾는 간호사는 "딸입니다"며 키와 몸무게, 준비물을 말해 주었지요. 태몽은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지요.

주위에선 섭섭해하지만 저는 새로운 친구를 얻게 되어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곤히 자고 있는 새 친구를 위해 기원합니다.

" 슬기와 함께 의지하며 잘 살아야 한다."
" 너는 나의 영원한 친구야."
" 잘 자라서 슬기와 함께 이 세상의 중심에서 중요한 몫을 하는 사람이 되길 기도한다"고.

덧붙이는 글 | 슬기 동생은 3.16kg의 건강한 아기입니다. 먹성이 좋아 엄마의 젖을 놓지 않습니다. 대구가톨릭병원은 모자병동을 운영하여 24시간 엄마의 젖을 수유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간호사 여러분들의 배려와 사랑어린 손길에 신의 은총이 함께 하길 빕니다.

덧붙이는 글 슬기 동생은 3.16kg의 건강한 아기입니다. 먹성이 좋아 엄마의 젖을 놓지 않습니다. 대구가톨릭병원은 모자병동을 운영하여 24시간 엄마의 젖을 수유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간호사 여러분들의 배려와 사랑어린 손길에 신의 은총이 함께 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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