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비리는 비리도 아니다?

비판언론의 가면 속에 감춘 조선의 한나라당 감싸기

등록 2001.10.01 13:26수정 2001.10.0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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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의 생명이 비판정신에 있기 때문에 굳이 '비판언론'이란 칭호가 필요치 않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비판정신이 죽은 언론은 이미 언론도 아니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사정이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애써 자신을 비판언론이라고 강조하는 것은 무언가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추측을 할 만하다.

언론의 비판은 대상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며 불편부당(不偏不黨)해야 한다. 편향되지 않아야 하며 이해관계에 얽혀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정치권에 대해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감시와 비판의 칼날을 곧추세워야 한다. 누구든지, 어디든지 비리가 있는 곳은 철저하게 파헤치고 응징이 가해지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언론의 기본적인 임무인 것이다.

조선일보는 이 원칙을 지키고 있는가? 정부 여당이든 야당이든 가리지 않고 비리가 있는 곳엔 가차없이 비판을 가하고 있는가 말이다. 유감스럽게도 그렇지가 못하다. 조선의 비판은 정부 여당에만 해당된다.

간혹 한나라당도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그것은 매우 한정되어 있다. 정부 비판이 무디다든지, 한총련 학생들에게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았다든지, 이회창 총재에게 도전하는 이단적인 의원들을 나무라든지, 야당식 퍼주기라든지 하는 따위의 길들이기 차원의 비판에 제한되어 있는 것이다. 반면에 한나라당의 비리는 비호하고 은폐해준다. 정부 여당에게는 가혹하고 한나라당에는 한없이 너그러운 것이다.

정부 여당에 가혹한 것은 백 번 찬성이다. 다만 그 철저함은 야당에 대해서도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철저함은커녕 감싸기로 일관한다. 이런 신문을 언론이라고, 그것도 비판언론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인가? 최근 두 가지 사례만 보도록 하자.

먼저 한나라당 주진우 의원의 노량진 수산시장 인수를 위한 압력사건을 보자. 이 사건이 처음 보도된 것은 한겨레신문 9월 21일자에서였다. 차석홍 수협중앙회 회장이 20일, 한나라당 의원들이 전화와 국감 등을 통해 수협의 노량진 수산시장 인수계획을 강력히 비판하면서 인수 포기 압력을 가하는 바람에 결국 18일에 인수를 포기했다고 밝힌 것이다.

주 의원은 11일 해양수산부에 대한 국감에서 "노량진수산시장이 계속 유찰돼 수의계약으로 매각할 수 있게 됐으나 나는 들어가지 않겠다"고 했으나, 수협이 인수를 포기하기로 결정한 다음날인 19일에 그가 소유하고 있는 금진유통을 통해 기습적으로 수의계약 의향서를 제출하였다.


이 사건은 이후로, 한나라당이 수협의 응찰을 막기 위해 응찰 일정에 맞춰 수협에 대한 국정감사 일정을 앞당겼으며, 민주당이 대선자금 축적용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여야간의 정치쟁점으로 비화되었으며, 주 의원이 수의계약 의향서를 제출한 19일에 피감기관인 농협에 1000억원의 대출 신청을 했다가 계약이 무산되자 취소했고, 검찰이 내사에 들어가는 한편 주 의원이 인수를 포기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뿐만 아니라 주 의원은 노량진수산시장에 대한 경영자료를 농수산물 유통공사에 요구한 것으로 밝혀져 국감을 이용한 정보수집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으며, 민주당이 주 의원을 입찰방해와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의 28일 해양수산부 국감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이 문제를 둘러싸고 격렬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용호 사건이 워낙 크게 불거져서 그렇지 이 사건도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감을 이용해 조직적으로 개입해 이권을 챙기려 한 권력형 비리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면 언론이 비중 있게 다루고 철저하게 따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민들이 어디 그런 짓 하라고 국회의원으로 뽑아주었으며, 국감이란 게 그런 용도로 이용하라고 있는 것인가?

그런데 조선일보는 22일자 4면에 각 상임위 국감 상황을 전하면서 한쪽 귀퉁이에 <한나라당 주진우 의원 國監 이용 이권개입 의혹>이라는 기사를 처음 다룬 후 철저히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26일자 5면에 1단으로 주 의원의 인수포기 의사를 전한 게 전부다.

이 기사도 "민주당이 (이용호 게이트 등으로 인한) 정치적 위기탈출을 위해 정치적으로 공격하는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결단을 내린다"는 주 의원의 변명을 전하는 게 고작이었다. 의혹은 있었으되 비리는 없으며, 여당의 공격을 감안한 '결단'을 부각시킨 것이다. 만약에 주진우 의원이 민주당 소속이었다면 조선이 이 정도로 넘어갔을까? 참고로 중앙 동아 등 다른 신문들은 큰 비중은 아니었지만 보도는 끊임없이 이어졌다는 점만을 밝힌다.

또 하나, 97년 대선 당시 이회창 총재의 북풍 연루의혹이다. 9월 21일 이 사건에 대한 서울지법 항소심 공판에서 한나라당 정재문 의원과 북한 조평통 안병수 부위원장의 97년 11월 면담을 주선한 재미사업가 김양일 씨는, 지난 97년 6월 께 정 의원의 요청으로 면담을 주선했으며 비밀회동이 끝난 뒤 안병수로부터 정 의원과 나눈 대화를 기록한 회의록과 이 총재의 서명이 있는 정 의원에 대한 위임장 사본을 건네 받았다고 증언한 것이다.

이 회의록에는 "이 총재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98년 2월 남북정상회담을 열고 이산가족 상봉과 북한 관광개발, 남한동포의 북한관광 개방, 1억 달러의 비료제공 등의 약속이 기재돼 있었다"고 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보통 문제가 아닌 것이 분명하다. 중앙일보는 이 사건을 두고 여야간에 공방을 벌인 내용을 25~26일 이틀 동안 다루었다.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의 법무부 국감에서도 여야의 격돌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이 사건을 단 한 줄도 다루지 않았다. 철저히 무시해버린 것이다. 이 역시 김대중 대통령에 관한 의혹이었다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정부 여당에 잘못이 있거나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철저히 추궁하는 것은 언론의 당연한 임무다. 비판언론이니 뭐니 하며 자랑할 일이 전혀 아니다. 그리고 야당에 대해서도 비리와 의혹이 있다면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이 같은 원칙을 외면한 채 야당 의원의 권력형 비리에 대해 눈을 감고, 한나라당에 불리한 기사는 빼버리는 조선의 소위 비판적 기사들을 우리가 어떻게 보아야 할까? 더 이상 독자들이 속아넘어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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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 한일장신대 교수, 전북민언련 공동대표, 민언련 공동대표, 방송콘텐츠진흥재단 이사장 등 역임, 리영희기념사업회 대표. AI커뮤니케이션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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