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아 아우야 네 살을 만져 보라

추석날 동생 가족과 함께 지낸 시간들

등록 2001.10.01 18:51수정 2001.10.0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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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동생이 방금 떠났습니다. 제수씨도, 조카 녀석들도 함께 차를 타고 떠났습니다. 아내가 차례 지내고 남은 것을 이것저것 정성껏 싸주었더니 제수씨가 너무 많이 가져간다며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그 광경이 얼마나 보기가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8월에 3일 동안 중등교사 심성수련 연수를 받았습니다. 첫날 강사로 서울 무학여자고등학교 유영분 교장선생님께서 나오셨습니다. 오랫동안 심성 연수를 하신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들에게 피부에 와 닿는 강의를 두 시간 동안 해주셨습니다. 지금 기억에 남는 것은 손자에 대한 교육 방법입니다. 얼마나 감명 깊게 들었는지 이번 한가위에 동생과 이틀을 함께 보내면서 내내 그 강의 내용이 생각났습니다.


"형아 아우야 네 살을 만져 보라
누구의 손에 태어났기에 모양조차 꼭 같은가
같은 젖 먹고 자라났으니 딴 마음 먹지 마라 "

위의 시조는 조선 시대 때에 유명한 정치가이자 문인인 송강 정철의 작품입니다. 그 교장 선생님께서는 손자들을 업고 기르면서 늘 이 시조를 귀에 익도록 들려주었다고 합니다. 얼마나 많이 읊어 주었는지 이제 손자들은 할머니 앞에서 이 시조를 자랑스럽게 외우곤 한답니다.

다른 교육보다도 이 방법이 형제간의 우애를 돈독하게 하는 데 가장 좋다고 그 분은 힘주어 강조하셨습니다. 이 시조를 수백 번, 아니 수천 번 낭독한 아이들이 형제간의 우애가 좋지 않을 수가 있을까요?

동생과 나는 세 살 차이가 납니다. 시골에서 함께 부모님 곁에서 생활하다가 내가 6학년 6월 말에 서울로 학교를 옮겨 처음으로 부모님과 동생 곁을 떠났습니다. 두 누님과 자취 생활을 하며 학교를 다니다가 한 달 뒤에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밤에 집에 오게 되었습니다.

시골 집 마당에 들어섰을 때 동생이 잠자리에서 형을 부르며 뛰어 나왔습니다. 형제는 마당에서 얼싸안고 한 달만의 만남을 기뻐했습니다. 돌아가신 어머니께서는 가끔 그 말씀을 하셨습니다. 나도 기억이 나는데 동생은 생각이 전혀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조물주께서 형제간에 우애 있게 지내라고 결혼도 비슷한 시기에 했고 아이도 아들과 딸 둘씩 선물로 주셨습니다. 위로 모두 아들인데, 아내가 아들을 낳은 병원, 병실, 침대에 제수씨가 바로 뒤 이어 그 자리에 입원하여 아들을 낳았습니다. 그래도 형이라고 동생보다 아들을 이틀 먼저 낳았습니다. 조금만 늦었으면 순서가 바뀌었을 뻔했습니다. 이틀 먼저 났다고 꼭 형이라고 하고 동생이라고 합니다. 또 그렇게 교육을 했습니다. 서로 씩씩하게 자라나는 모습이 마냥 흐뭇하기만 합니다.

어제 밤 11시에 아이들이 하도 졸라대어 집 가까운 곳에 있는 노래방에 갔습니다. 다른 때 같으면 잠잘 시간인데 아이들은 사촌끼리 만난 것이 즐거워 함께 노래부르고 싶은 마음에 먼저 앞장을 서는 것이었습니다. 딸들끼리, 아들들끼리, 혹은 아들과 딸이 함께 기쁘게 큰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습니다. 동생과 같이 두 곡 정도 같이 불렀습니다. 앉아서 탬버린을 흔들며 박자를 맞춰주는 아내와 제수씨가 얼마나 행복했을까요? 네 아이들도 즐거운 표정으로 두 아빠를 바라보았습니다. 하늘 나라에 계신 어머니께서도 환한 모습으로 내려다 보셨을 것입니다.


오늘 오후에 동생 식구들과 함께 가까운 산에 올라갔습니다. 비가 조금이나마 땅을 적셔주어서 흙 냄새, 풀 냄새가 온갖 나무들이 뿜어내는 맑은 공기와 함께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내려오다가 아내가 둔덕에서 닭싸움을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아이들만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개인전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걱정이 되었습니다. 나이는 형이 많지만 키도, 몸무게도, 힘도 동생이 다 형보다 낫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형제인데 지면 어떻겠습니까?
예상외로 4대 0으로 형 가족이 동생 가족을 이겼습니다. 아마 동생이 일부러 져준 것 같은데 그런 것을 물어볼 수가 있어야지요?

짓궂은 동생이 좀 내려오다가 운동장에서 이어달리기 시합을 하자고 아이들을 부추겼습니다. 100미터 트랙으로 된 부분에서 이어달리기를 하였습니다. 마지막 주자로 동생과 같이 비슷하게 달렸는데 이번에도 예상외로 형이 이겼습니다. 신발이 벗겨졌다는 것입니다. 이것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운동을 즐겨하는 동생인데 아무래도 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농심 라면>이 가게에 있는지요? 나는 그 라면의 맛을 떠나서 그림이 마음에 들어 가끔 사먹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에 책에서 배운 의좋은 형제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형과 동생이 서로를 생각하여 볏단을 형은 동생에게, 동생은 형에게 몰래 갖다 주다가 어느 날 길 한 복판에서 만났다는 이야기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보고 또 봐도 가슴 뭉클한 감동적인 장면이 아니겠습니까?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동생과 내가 그 이야기에 나오는 따뜻한 형제의 정을 나누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형제간의 따뜻한 정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면 아이들도 저절로 아버지를 따라서 그렇게 오누이끼리, 사촌끼리 사이좋게 살아갈 것입니다.

송강 정철이 읊은 것처럼 같은 어머니의 젖을 먹고 자란 우리 형제, 딴 마음 먹지말고 의좋게 지내겠음을 올 한가위를 보내며 조용히 다짐해 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을 쓰는 도중에 제수씨로부터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는 전화가 왔습니다. 오늘 산까지 갔다왔기 때문에 몸이 무척 피곤할 것입니다. 부모님의 사랑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 형과 아우, 이 세상 다하는 날까지 우애를 나누며 살아가야겠지요.

덧붙이는 글 글을 쓰는 도중에 제수씨로부터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는 전화가 왔습니다. 오늘 산까지 갔다왔기 때문에 몸이 무척 피곤할 것입니다. 부모님의 사랑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 형과 아우, 이 세상 다하는 날까지 우애를 나누며 살아가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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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즈음 큰 기쁨 한 가지가 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오마이뉴스'를 보는 것입니다. 때때로 독자 의견란에 글을 올리다보니 저도 기자가 되어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우리들의 다양한 삶을 솔직하게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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