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가 된 후 처음 맞은 추석

결혼하고 나니 추석은 연휴가 아닌 명절입니다

등록 2001.10.02 09:23수정 2001.10.0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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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전날, 그러니까 일요일에 일찍 시댁을 가기로 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며칠 전부터 감기에 걸려 몸이 좋지가 않았다. 연휴 동안 몸이 안좋으면 안되겠다 싶어서 부랴부랴 병원에 들러 며칠치 약을 받아 놓았다.

그게 화근이었다. 토요일저녁, 약을 먹고 보일러를 따뜻하게 돌려놓고 늦게서야 잠이 들었는데, 일요일 눈을 떠보니 시계는 오후 1시가 넘어 있었다. 난 내 눈을 의심했다. 창밖을 보니 어둑어둑한게 대낮의 날씨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옆에서 곤하게 자고 있는 남편을 깨워, 시계를 가르키며 그 시간이 맞느냐고 하니 남편도 놀라서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핸드폰을 열어 다시한번 시간을 확인해 보았다. 그러더니 그 시간이 맞다고 했다.

이거 큰일났다. 아침일찍부터 시댁에 가서 시어머님과 함께 장도보고, 음식도 만들어야 하는데 벌써 1시가 넘었다니... 일단, 시댁으로 전화부터 걸었다. 어머님도 전날 장사(포장마차)를 새벽까지 하셨는지 주무시다 전화를 받으셨다. 속으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지금 가겠다고 말씀드렸다. 솔직하게 지금 일어났다는 말씀도 드리고 말이다.

허겁지겁 준비를 하고, 시댁에 도착해보니 어머님은 이미 장을 다 봐 놓으셨다. 며칠에 걸쳐 왔다갔다 하신 모양이다. 어머님께 너무 죄송해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니, 어머님은 괜찮다고 하시며 음식을 만드는 일이 많지 않다고 하셨다. 몇가지 전을 부칠 준비도 이미 다 해 놓으셔서, 남편과 나는 방에 야외용 가스렌지를 놓고 앉아서 전을 부쳤다. 꼼짝않고 두세시간이 지났을 때쯤에야 전을 부치는 일을 마칠 수 있었다.

어머님은 그사이 몇가지 나물이며, 다른 반찬들을 다 만들어 놓으셨다. 내가 했으면 꽤 시간이 걸렸을텐데, 어머님이 하시면 금방이니 아직까지 난 멀었나보다.

송편은 조금 사오셨다. 식구도 많지 않고, 송편을 많이 먹지도 않고 해서 송편은 그냥 시장에서 사오셨다고 하셨다. 그렇게 음식 만드는 것을 다 끝내고 늦은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고, 추석날 새벽에 큰댁인 용인으로 차례를 지내러 가야 했기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추석날은 새벽부터 일어나 부지런히 움직였다. 먼저 집에서 어제 준비한 음식으로 차례상을 보고, 큰댁으로 향했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도로에 차는 그리 많지 않았다.

난 사실 큰댁에 가는 것을 매우 어색해 한다. 지난 설에 딱 한 번 가보았을 뿐이라 아직 친해지지 않아서 그런지 자리가 불편하기만 하다. 하지만, 안갈 수도 없고 어차피 가야 하는 거 마음을 편하게 먹자고 생각했다. 모든 일이 어디 마음대로 되는가. 생각처럼 마음을 편하게 먹는 것이 쉽지 않았다.


어렵고 어색하니,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식사를 하고, 남자분들은 모두 성묘를 하러 산에 가셨다. 나는 큰어머님과 우리 어머님, 그리고 작은어머님과 다른 형님들과 설거지를 하고, 집안 정리를 했다. 그리고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쯤 성묘를 가셨던 남자분들이 돌아왔다.

다시 점심상을 차렸다. 아이들까지 하면 스무명이 족히 넘을 그 많은 식구들이 밥을 먹으려니 준비하는데만도 많은 시간이 걸렸고, 먹을때도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왔다갔다하면서 점심을 먹고 나니, 또 치우는 일이 남았다.

치우는 일은 또 여자들의 몫이었다. 치우는 것이 그렇게까지 힘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먹은 상을 치우면서 큰댁은 우리 시댁과는 또 다른 분위기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어디나 그럴 것이다.

요즘은 예전과는 달리 많은 가정에서 가사분담을 한다. 명절이라고 해서 여자들만 일을 한다거나 하는 가정이 점점 줄고 있다. 하지만, 어른들이 계신 곳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어른들이 지금까지 살아오시면서 가지고 있는 생각들과, 요즘의 우리들이 갖고 있는 생각을 맞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굳이 내 주장을 강하게 하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그런다고 변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는 조금 더 서로를 이해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렇게 점심상을 치우고서야 우리는 다시 시댁으로 돌아왔다. 시댁에 도착하니 그제서야 긴장했던 마음이 풀린다. 여장을 다시 풀 여유도 없이 우리는 다시 친정으로 향했다.

결혼하기 전 추석은 나에겐 긴 휴가였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들도 만나고, 추석에 맞추어 개봉하는 영화도 보고, 또 인사도 드리러 다니곤했다. 결혼을 하고 나니 추석은 말 그대로 명절이 되었다.

친구들을 만날 시간도, 개봉하는 영화를 볼 시간도 생기지 않았지만, 대신에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었다. 시댁으로 친정으로 다른 친지댁으로 인사를 다니니 결혼 전과는 달리 다른 재미가 있다.

친정집에서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었다. 날씨가 흐려서 보름달이 뜨지 않으면 어쩌나 했는데 마침 보름달이 환하게 밝았다. 마음속으로 열 가지가 넘는 소원을 빌어보았다. 혹시 내가 빌은 소원이 이루어진다면, 세상이 확 변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젠 추석연휴도 이틀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남은 이틀동안 하고싶은 것이 너무 많군요.  다 할수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이렇게 이틀이 남은게 얼마나 기분좋은 일인지 모르겠네요.

덧붙이는 글 이젠 추석연휴도 이틀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남은 이틀동안 하고싶은 것이 너무 많군요.  다 할수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이렇게 이틀이 남은게 얼마나 기분좋은 일인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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