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시에 접수된 택시 불편신고는 9056건으로 버스 6884건에 비해 32%나 많았다. 불친절과 승차거부의 대명사가 택시로 인식되는 현실에서 이러한 결과는 당연해 보인다.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이하 민택노련)의 강승규 위원장 역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불편하고, 가장 위험하고, 가장 불법이 권장되는 교통수단이 택시"라고 서슴없이 주장한다. 이러다 보니 시민과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시민에게 늘 걱정만 듣는 천덕꾸러기(?)와 같은 존재가 택시이다.
특히 하루 11시간 가까이 비좁은 택시에서 운전을 하면서 사납금 7만7천원(야간운행 평균)을 어떻게든 채워야 하고, 그리고도 월수입 90만원이 채 안 되는 법인택시기사들에게 친절을 요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가장 불편하고 위험한 교통수단
지난 8월 16일 민택노련은 고건 서울시장에게 택시요금 인상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택시요금을 올리겠다는데 택시기사가 반대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민택노련은 택시요금 인상이 '택시운송수입금전액관리제'(이하 전액관리제)를 대부분의 택시업체가 위반하는 현실에서 사납금 인상만 초래하여 결국은 택시서비스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지난 9월 1일 0시를 기준으로 서울시의 택시요금을 25.28% 인상했다. 서울시는 이번 택시요금 인상에 대해, IMF 이후 누적된 원가인상요인의 보전과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택시서비스의 개선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민택노련은 서울시가 산정한 택시요금인상 운송원가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민택노련은 △LPG(유류비) 가격인상률 94% 허위조작 △인건비 인상률 64% 허위조작 △안건회계법인의 사업조합 신청자료(KMI보고서)에 대한 실사검증 미실시 △안건회계법인의 요금인상 권고안 중 최고치 채택 등을 운송원가 산정의 문제로 제기한다.
물론 이에 대해 서울시는 나름대로의 해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택시노조, 그리고 국회의원들의 의혹을 없애기까지는 좀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요금인상은 있어도 서비스 개선은 없다
택시요금 인상이 있을 때마다 시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택시의 서비스 개선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택시의 서비스 개선이 이루어진 적은 없다. 이번 요금인상에도 시민들은 서비스 개선을 주장했지만, 결국 시민에게 돌아온 것은 변함없이 계속되는 택시의 손님 골라 태우기와 불법합승이다.
시민은 더욱 비싸진 요금을 내면서도 요금인상 전의 불편을 그대로 감내하고 있다. 더욱 답답한 것은 이러한 불법과 불친절의 악순환을 요금 인상 전부터 시민, 택시기사, 택시사업자, 그리고 서울시도 예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나마 개인택시의 경우, 요금인상은 스스로의 안전을 생각하며 운전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혀준다. 조금 천천히 운행하고 불법을 자제해도 요금인상 덕에 수입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법인택시 기사들은 시민의 불편과 불만의 소리에 대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난감해 하는 눈치다. 시민들이 요금인상 후에 서비스 개선이 안될 거라고 미리 짐작했듯이, 법인택시 기사 역시 요금인상이 됐지만 자신들이 더 나은 서비스를 시민에게 제공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요금인상은 사납금 인상을 의미하고 이는 사업주의 이익만을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즉 아무리 요금을 인상해도 법인택시 기사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고, 택시회사의 배만 불리는 현 상황에서 시민을 위한 서비스는 생각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택시기사들은 택시요금 인상과 서비스 개선을 연결시키려면, 택시요금 인상이 택시기사들의 생계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은 대부분의 법인택시에서 자행되는 불법 사납금제 때문이다. 지난 97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택시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이하 전액관리제)가 입법화되었으나 여전히 불법 사납금제를 택시업계 대부분이 택하고 있다. 법인택시 기사들은 전액관리제의 정착이 택시의 서비스 개선 등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선결조건이라고 주장한다.
빠르고 고급스러운 택시 만들기
그러나 서울시의 생각은 다르다. 서울시는 전액관리제보다는 택시의 외형을 꾸미고 단속을 강화하는 데에만 신경을 쓰는 눈치다. 일부에서는 서울시의 이러한 정책이 요금인상에 대한 시민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액션이 아닌가 의심하기도 한다.
서울시의 기본적인 택시정책은 장기적이고 단계적으로 택시의 본래기능인 긴급·고급 교통수단화 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번 요금인상을 이러한 택시정책의 시발점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서울시 7만대 모든 택시에 영수증발급기 및 동시통역시스템을 설치하고 택시콜 서비스를 의무화한 5000대 규모의 2∼3개 브랜드 택시를 오는 11월부터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낡은 차량의 조기 대폐차 및 운전자 복장 개선, 합승 및 승차거부 등 불법행위 단속 강화, 택시기사 친절을 위한 특별교육 실시, 그리고 9월과 10월에 택시서비스에 대한 시민평가제를 시행해 서비스 불법업체와 택시에 대한 제재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요금인상 후 벌이가 한결 나아졌다는 한 개인택시 운전기사는 서울시의 택시정책에 불만을 터뜨린다. 그는 "요금인상을 근거로 한 서울시의 택시정책이 택시의 불법·불친절을 해결하는 것과는 동떨어진 조치"라고 평가한다.
경쟁관계로 친절 유도
택시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전액관리제와 더불어 지금의 면허제를 등록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즉 등록제로 택시업계 진입을 자유롭게 해 완전한 경쟁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택노련의 김성한 정책국장은 "면허제는 택시업계의 진입장벽"이라며 "정부가 불건전한 사업자를 보호하는 도구로 사용한다"고 비난한다.
택시의 등급제 역시 택시의 합법운행과 친절운행을 담보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즉 택시기사의 안전운행과 친절 등을 시민평가에 의해 몇 개의 등급으로 나눠 고유의 색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시민들은 같은 값에 안전하고 친절한 택시를 골라 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등급이 높은 택시에 대해서 세제혜택 등 경제적인 이익을 주면 지출이 줄어 실질적인 수익증가 효과를 가져온다는 의견이다. 등급이 낮은 운전자는 등급을 높이기 위해 좀더 친절하고 안전한 운전을 하든지 그게 안 되면 자연도태 될 것으로 예상된다.
택시기사 개개인 모두에 대한 등급제가 불가능하다면, 우선적으로 택시회사별로 등급을 정하는 것도 차선책으로 가능하다. 서울시 259개 법인택시에 대해 등급을 정하게 되면, 택시 사업주 역시 수익증대를 위해 등급을 높이는 게 필수적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운전자에게 친절과 안전교육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전액관리제가 필요한 이유
안전운행과 생계보장 위한 제도
지난 97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택시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이하 전액관리제)가 입법화되었다. 전액관리제는 법인택시 기사들이 벌어들인 모든 운송수입금을 회사에 납부하는 제도이다. 즉 기존의 일정금액만 회사에 입금하는 사납금제의 병폐를 대신하는 제도로 법인택시 기사들이 선호하는 제도이다. 법인택시 기사들은 전액관리제가 택시의 온갖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제도라며 하루속히 택시업계에 뿌리내리길 바란다.
그러나 법인택시 사업주에게 전액관리제는 냉큼 받아들일 수 있는 달콤한 것이 아니다. 이미 97년에 이 제도가 입법화되었음에도 대부분의 법인택시는 여전히 불법인 사납금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렇게 불법이 자행되는 것은 사업주의 이기주의와 관할 시도의 이해할 수 없는 직무유기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만 모르는 불법인가
전액관리제를 어길 경우, 위반횟수에 따라 500만원에서 5대의 차량 감차 조치가 내려진다. 일반 상식으로 보자면, 대부분의 법인택시가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올 상반기 서울시의 경우, 259개 법인택시 중 19개 법인택시만이 이를 위반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 운수물류과 한 공무원은 "보기에 따라 전액관리제를 실시한다고 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며 묘한 답변으로 서울시와 법인택시의 주장만을 옹호한다.
그러나 강승규 민택노련 위원장은 "민택노련 소속의 20여 택시회사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사납금제를 고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강동구청 교통관리과 윤용철 계장 역시 "실질적으로 대부분의 회사가 사납금제를 실시하는 게 사실"이라고 귀띔한다. 대부분의 법인택시가 불법을 자행하고 있는데도 서울시만 이를 모르거나 알면서도 모르는 척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결국 지난 9월 19일 고건 서울시장은 택시노조와 시민단체가 반발하는 서울시의 억지에 대해,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이하 전택노련)이 요청한 합동단속반 구성을 긍정검토하기로 했다. 여하튼 법인택시 기사들이 매일 사납금을 회사에 입금시킨다고 주장하는데도 서울시는 사업주의 말만을 무조건 믿으며 기사들의 주장을 무시하고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택시기사도 좋고 사업주도 좋은 제도
전액관리제의 최대 장점은 법인택시 기사들의 안정적인 생활을 어느 정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시행되는 사납금제에서는 사납금에 대한 부담 때문에 과속·난폭운행과 불법합승, 승차거부를 근절할 수 없다고 택시기사들은 주장한다. 하지만 전액관리제가 정착하면 사납금에 대한 부담이 사라져 준법운행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택시기사의 준법운행은 안전운행을 뜻하고 이는 승객에 대한 서비스 개선으로 발전한다는 점이다.
사업주 역시 택시기사의 사고 감소로 보험료 비용이 줄어들고, 이직률의 감소로 신규채용과 관련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전액관리제 불이행에 따른 과징금 부담이나 감차 조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리고 안전운행에 따른 서비스 개선은 점진적으로 승객이 늘어나 수입이 증가한다는 주장이다.
오랜 불법 관행에서 벗어나야
그러나 오랫동안 사납금제에 익숙해 있는 일부 기사와 법인택시가 전액관리제를 받아들이는 데에는 껄끄러운 점도 많다. 소위 불성실 택시기사들은 사납금만 입금하면 자유로운 시간이 보장됐지만, 전액관리제 하에서는 불성실 택시기사에 대한 처벌을 피할 수 없다.
법인택시의 반대 이유는 더 많다. 전액관리제를 실시하고 있는 한 법인택시의 간부는 "전액관리제 때문에 회사가 부도 직전"이라고 밝힌다. 표면적으로 전액관리제를 거부하는 이유를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민택노련의 김성한 정책국장은 "사주들이 그 동안의 불법경영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즉 전액관리제 하에서는 운송수입의 공개에 따른 법인세와 부가세가 증가하는데 이를 사업주가 반길 리 없다는 것이다.
사업주들은 전액관리제 하에서 택시기사들이 운행수익금 전액을 납부하는지 일일이 다 확인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한다. 즉 사업주들이 택시기사들을 믿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김성한 정책국장은 "사업주들의 택시기사에 대한 불신은 타코그래프로 다 확인되는 것"이라며 "사업주가 마음만 먹으면 불신은 해결된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전액관리제 하에서 불성실한 운전자에 대한 회사측의 처벌이 강화되기에 불성실한 운전자가 살아남을 수 없다고 덧붙인다.
박계동 전의원 인터뷰
생계 해결돼야, 서비스 개선 가능
박계동 전의원은 지난 95년 '노태우 비자금'을 폭로해 국민에게 엄청난 파문을 불러일으켰던 장본인이다. 일약 전국적인 스타로 떠오른 그였지만, 지난 96년 15대 총선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다. 금구상운에서 작년 6월부터 올 4월까지 택시기사로 일했던 그는 "택시기사의 생계가 해결되지 않는 한, 택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 택시요금이 인상돼도 서비스 개선은 안 되고 있다다는데...
"택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라인이 제한돼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건교부 밖에 없는데, 이들이 관료화 돼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택시기사들의 구구절절한 애로사항 해결이나 서비스 개선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지금의 월급으로는 생활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준법운행을 하고 가져갈 수 있는 한달 수입은 80내지 85만원 정도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준법운행을 하고 승객을 위한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겠는가."
- 택시의 월급체계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지금의 사납금제는 회사의 적정이익을 보장하는 것이다. 택시기사의 생계를 보장하는 월급체계로 바뀌어야 한다. 그것이 완전월급제(전액관리제의 완결판)인데, 이는 대통령 공약사항이다. 사업주들이 운전기사를 신뢰하지 못하겠다며 자꾸만 이를 거부하는데, 타코그래프를 통해 운행의 모든 기록이 확인된다."
- 자정 전후로 승객들은 택시를 타기 위해 한바탕 소동을 겪어야 한다...
"이 시간은 불법합승과 골라태우기가 가장 빈번히 일어나는 시간이다. 인구 대비 택시수가 많은 게 사실인데도 이 시간만은 택시가 부족하다. 시민들이 한꺼번에 거리로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즉 1시간 정도 수급불균형의 문제가 생긴다. 이 시간에는 합승을 허용해야 한다. 또한 이 시간에 골라태우기를 하지 않으면 수익구조를 맞출 수 없는 게 택시기사들의 현실이다."
- 택시기사의 수익을 보장하면서 서비스를 개선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출퇴근 시간을 제외한 시간에는 택시도 버스전용차선에서 운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승객과 기사의 안전을 위해 8시간 이상의 운행을 금지해야 한다. 여러 가지 기준에 의한 택시회사별 평가제를 실시해 잘 하는 회사는 증차를 해 주고 그렇지 않은 회사는 감차를 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리고 완전월급제를 실시해 택시기사의 생계를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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