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1.10.04 12:07수정 2001.10.04 12:34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진통제 처방 덕분에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응급실에서 뇌수막염 검사를 한 이래 3일이 지나도록 4살 된 딸아이는 여전히 간헐적으로 등허리 쪽의 아픔을 호소하곤 합니다. 특히 약기운이 떨어질 무렵이면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할 정도로 아픔이 심한 모양이어서, 아내와 내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
그 아파하는 모습을 견디지 못한 아내와 나는 딸아이가 아플 때 단골로 찾는 집 근처 개인 소아과병원이 문을 열기만을 기다렸고, 문을 연 것을 확인하자마자 딸아이를 데리고 한걸음에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단골 소아과병원 의사는 언제나처럼 웃는 얼굴로 우리 가족을 반겨주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일단 좀 안심이 되더군요. 의사가 웃는 얼굴로 환자를 맞아준다는 게 환자나 보호자에겐 큰 위안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드는 그런 따뜻한 웃음이었습니다.
단골 소아과병원 의사에게 그 동안의 경과를 설명한 뒤 혹시 뭐가 잘못된 것이나 아닌지, 그리고 진통제 외에 딸아이의 고통을 덜어줄 다른 좋은 방법은 없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뇌수막염 검사 뒤 겪는 통증은 사람에 따라 있을 수 있는 현상이며, 그 통증이 길게는 1~2주씩 갈 수도 있고, 자신이 아는 바로는 진통제와 따뜻한 찜질, 파스 등 현재 우리가 실시하고 있는 처방 외에 다른 좋은 방법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딸아이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을 기대했던 참이라 좀 실망스럽긴 했지만, 믿을 만한 의사에게서 딸아이가 겪는 고통이 뭔가 불길한 징조가 아닌 일반적으로 있을 수 있는 후유증이라는 말을 듣고 나자 한편으론 안심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대화들을 마치고 실망 반 안심 반의 심정으로 진료실을 나오려는 찰나였습니다. 예의 의사가 우리 가족을 불러세우더니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하더군요. 이미 볼 일은 다 끝났는데 무슨 일일까 하는 심정으로 기다리고 있노라니, 그는 수화기를 들고 이곳저곳에다가 전화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통화내용을 곁에서 들어본 결과 그것은 선배 또는 동료 소아과 의사들에게 거는 전화였으며, 뇌수막염 검사를 받은 뒤 통증을 호소하는 소아과 환자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없는가를 수소문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가 얼마나 간절한 마음으로 전화를 했던지, 전화를 받은 상대방 의사 중 누군가는 그에게 "집에 아이가 아프냐?"고 묻기조차 하는 모양이었습니다.
단골 소아과병원 의사가 전화기에 매달려 한참 동안이나 이곳저곳 수소문을 해주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처음과 마찬가지로 달리 좋은 방법이 없다는 것으로 귀결되었습니다. 그러나 아내와 나는 기쁜 마음으로 병원문을 나설 수가 있었습니다. 마치 자신의 아이를 생각하듯 우리 아이를 생각해주는 그 마음을 지켜보며 우리 딸아이가 참 괜찮은 의사와 인연을 맺었구나 하는 기쁨 내지는 안도감을 갖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병 앞에서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끼고, 마음이 약해지곤 합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담당 의사의 따뜻한 미소 한 조각, 따뜻한 말 한 마디는 얼마나 큰 힘이 되고 위안이 되는지 모릅니다.
부디 앞으로는 세상의 모든 의사들이 환자의 그런 마음을 헤아리고 살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의사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환자의 아픔과 아픈 마음을 살필 줄 아는 따뜻한 가슴을 가진 의사들이 좀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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