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 귀향길은 닷새나 되는 여유로움으로 가을의 풍성함 만큼이나 느긋하고 만족스런 고향나들이였다. 세상의 시끄러움과 경기침체로 답답하던 도시를 떠나 마음을 열어놓고 편히 지낼 수 있는 고향나들이라 더없이 즐겁고 설레이는 귀향길이였다. 방송에서 얘기하는 교통대란이니 고생길이니 하는 것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십수년만의 가뭄도 이겨내고 풍성한 결실을 일궈낸 우리 부모님들, 지난 시간들의 고통도 다 잊으시고 가꾸어온 곡식들을 바리바리 챙겨주시는 부모님의 마음을 피부로 느끼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귀경전쟁이 펼쳐질 것이란 방송에도 아랑곳 않고 고향의 풍성함과 넉넉함을 안고 귀경길에 올라 마을을 빠져 나오기 몇분, 왕복 4차선 도로(구례 남원간)로 고속화도로나 다름없는데 많은 귀경차량으로 지체와 서행을 계속하고 있었다.
일명 밤틋재라 불리우는 고개를 넘어 내리막길을 내려오는데 일반봉고차에 숨어서 과속감시카메라을 들고 과속단속을 하는 경찰관을 볼 수 있었다. 경찰단속중이란 팻말을 봉고차 옆에 세워놓고는 말이다.
교통대란으로 고속도로나 국도나 지체와 서행으로 서울-부산간이 12시간씩 소요되는 현실을 모를리 없는 교통경찰관이 지체와 서행으로 짜증나던 차량들이 내리막길에서는 과속해서 사고가 나면 안되니까 생각해서인지 친히 숨어서 과속단속을 하고 있었다. (참고로 이 도로는 과속감지기가 다수 설치되어 있으며 80km 도로임)
이 경찰관을 보는 순간 마음 한구석에서 일어나는 불쾌함은 지울 수가 없었다. 수많은 경찰관들이 열악한 환경속에서 불철주야 고생하고 있는데 이 얼빠진 몇몇 경찰관들 때문에 전 경찰이 욕을 먹는구나 생각할 때 가슴 아팠다.
얼마를 달려 남원-전주간 고속화도로에 접어들었다. 여기는 평상시에도 사고가 많은 도로로 정평이 나면서 많은 과속감지기가 설치되어있으며, 상하행선 분리대가 사고요주의 지점에 설치되어 있는 왕복4차선 80km도로다.
여기도 수많은 차량으로 지체와 서행을 반복하고 있었는데 교통신호등 마다 교통경찰관이 한둘씩 지켜서서 교통흐름을 지도하고 있는 것 아닌가. 남들은 모두 고향찾아 즐거움을 가지는데 집에도 가지 못하고 하루내 서서 교통흐름을 지도할 교통경찰관을 생각하면서 "아 이것이 진정 민주경찰의 참모습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평시에도 자주 밀리던 도로가 큰 불편없이 무리없이 소통되고 있었다.
전국의 도로가 주차장이 되어버린 귀향길에서 숨어서 과속단속 하는 경찰관과 신호등아래 한둘씩 지켜서서 차량흐름을 지도하는 교통경찰관, 어느 경찰관이 진정 국민을 위하고 본분을 다하는 교통경찰관인지 묻고 싶다.
나는 이 친절한 교통경찰(숨어서 단속하는) 때문인지 아무 사고 없이 집에까지 무사히 돌아왔지만 마음 한구석의 찜찜함은 지울 수가 없었다.
나는 우리나라 모든 교통경찰관들이 교통 대란속에서 교통흐름을 지도하는 교통 경찰관이 되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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