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웅 의원님, 이제 그만 하시죠

언론개혁의 기수에서 족벌신문의 나팔수로 대변신

등록 2001.10.05 18:32수정 2001.10.11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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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 달 전 <시민의 신문>에서 마련한 언론개혁 주제 간담회에 참석하신 거 기억하시겠지요.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함께 뒷풀이를 가진 바 있습니다. 소주도 한 잔씩 주고받으며 많은 얘기를 나눴지요. 마치 넘치는 스태미너를 주체하지 못하는 듯 많은 말씀을 하셨지요. 그땐 참 솔직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평소의 언행과는 다른 모습에 비애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만.

한 기자가 짓궂은 질문을 했습니다. YS의 대변인을 자처하면서 그의 사려 깊지 못한 말을 전하는데 갈등을 느끼지 않았느냐는 취지의 질문이었습니다. 그 때 박 의원님의 답변을 들은 후 도대체 정치란 게 무얼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기억나는 대로 요약해보겠습니다.

"나에겐 국회의원직이 매우 소중하다. 이회창 총재와 대립하고 있는 YS를 가까이 함으로써 당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지만 국회의원이면 족하다. 당무위원 같은 자리에 연연할 필요 없다. 따라서 나에게는 국회의원을 계속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YS가 한 말이 결과적으로 틀린 말이 있느냐. 그 당시에는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어도 결국 다 그대로 되었다. DJ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들은 YS의 즉각적인 첫 반응이 노벨상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지금 누가 노벨상 이야기하는 사람 있느냐? 나는 내가 무슨 말을 할 때, 어떤 비판과 비난이 나올 지 다 안다. 그러나 그런 반응엔 개의치 않는다."

한 마디로 생각 내지 소신과 언행이 따로 논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 목적은 오로지 국회의원 신분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것이겠구요.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얘기지요. 전혀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닙니다. 그러나 최소한의 정당성이라도 얻기 위해서는 목적을 이룬 후 의정활동이라도 바르게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박 의원님은 의정활동마저 수단으로 전락시켜버렸습니다.

박 의원님은 정부의 언론탄압을 온몸으로 저지하면서 목숨을 걸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며 무려 20일 동안이나 단식을 하셨습니다. 단식 좋지요. 저도 몸 안의 주독과 숙변을 제거하기 위해 단식을 하고싶지만 쉽지가 않습니다. 제가 아는 한의사는 단식은 무조건 좋으니 하라고 적극 권하더군요.

민언련 사무실은 토요일 오후면 언론운동이 아닌 포도단식을 하는 이들로 붐빕니다. 최민희 사무총장이 민족의학에 일가견이 있어 모임을 꾸리고 있거든요. 저도 한번 하려고 하지만 잦은 행사와 학교 강의 등의 일정 때문에 결행을 하지 못하고 있는 중입니다. 만사를 제치고 단식을 하는 박 의원님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국회의원이란 게 성실히 하자면 한없이 바쁘겠지만 마냥 늘어질 수도 있는 자리지요.

저는 위에서 박 의원님이 의정활동마저 국회의원 당선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켰다고 했습니다. 부산이 지역구이시니 아직 영향력이 건재한 YS를 위해 미친 척 대변인 역할을 하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의정활동이라도 정직하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박 의원님은 신문개혁의 대의에 동의하면서 언론운동단체들과 일정한 유대관계를 가져왔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많은 기대를 가지기도 했지요.


그런데 느닷없이 적법절차에 의한 세무조사를 세무사찰이라고 비난하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족벌비리사주의 주구가 되어버렸습니다. 족벌사주들의 마음에 쏙 드는 언행을 누구보다 앞장서서 적극적으로 실행하고 계십니다. 박 의원님의 지금 언행은 언론자유를 위한 투쟁이 아닙니다. 소신과는 상관없이 표를 의식한 행보로 읽혀지는 것입니다. 남들이 돈키호테라 하건 주구라 하건 다음 선거를 위해 확실한 눈 도장을 받아놓겠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 정도 했으면 눈 도장은 확실히 받아놓았을 것 같은데 박 의원님의 노력은 끝을 모르는 듯 이어지는군요. 어제(10월4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는 신상발언을 통해 또 마음에도 없는(?) 강성발언을 했더군요. 이 소식은 조선일보에만 유독 크게 보도됐습니다. 그밖에는 동아일보에만 2면에 1단으로 처리했을 뿐 중앙을 비롯한 다른 신문들에서는 찾아보지 못했습니다.

"현 정권은 언론사 세무사찰에 이어 비판적 언론인을 제거하기 위해 경영압박을 가하는 등 전천후 언론탄압을 자행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국제사회로부터 민주주의 미개국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고 하셨네요. 무슨 근거를 가지고 하신 건가요? 아니지요. 그저 비리사주들 들으라고 한 것이지요.


'구속언론인 석방 및 언론탄압 중단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키로 하고 동료의원들을 상대로 서명작업에 들어가셨다구요!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지만, 국회의원은 선거에서 떨어지면 사람 취급도 못받는다는 말도 있습니다. 극단적인 비유겠지요. 아무리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해서 국회의원을 계속한들 국가와 민족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그 때 이런 질문도 있었습니다. YS와 DJ 연대 가능성은 없는 것이냐? 여기에 박 의원께서는 그 필요성을 인정하시면서 그러나 YS 쪽에서 먼저 제의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꼭 두 사람의 결합 차원을 떠나 다음 정권이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이어가는 정권이 되어야 한다는 대의에 동의하신다면 그 길을 찾아보는 것이 박 의원 자신을 위해서나 YS를 위해서나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박 의원님이 소신껏 말과 행동을 하면서도, 아니 그럼으로써 계속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면서 깨끗하고 정직한 정치인상을 보여줄 날이 오게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항상 정도를 걷는 자만이 역사의 승리자가 되는 법입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단식을 끝내는 날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에 대해 일갈하셨던 말씀대로 "결국에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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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 한일장신대 교수, 전북민언련 공동대표, 민언련 공동대표, 방송콘텐츠진흥재단 이사장 등 역임, 리영희기념사업회 대표. AI커뮤니케이션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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