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엔 색다른 선물을...' 그 후

등록 2001.10.06 15:04수정 2001.10.08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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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번 냉동갈비로 인해 일어난 사건 때문에 택배회사에서 쌀을 갖고 올거라는 날이 목요일이었습니다. 그 날은 보일러가 고장이 나서 애프터 서비스를 신청해 두었던 터라 이제나 저제나 초인종이 울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띵~동'드디어 초인종이 울려 달려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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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추석엔 좀 색다른 선물을 받았네요



"누구세요?"
"예 현대택배입니다."

'택배? 무슨 또 택배야?' 하는데 그제서야 '아, 그 쌀!' 하는 생각이 났습니다. 문을 열어보니 손에 쌀이 아닌 흰 봉투를 들고 택배회사 유니폼을 입은 남자가 서있습니다.

"저는 내막은 잘 모르구요, 이거 전해드리래서 왔습니다. 쌀을 못쓰게 되었다고 하던데 폐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쌀을 가져올 거라고 예상하고 있던 저는 건네주는 봉투를 얼떨결에 받아들었습니다.

"예에...이렇게 별 말씀없이 변상해주시니 고맙습니다."
"저는 내막은 잘 모르는데 폐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꾸벅꾸벅 몇 번이고 허리굽혀 인사한 택배회사 직원이 가고난 후 봉투를 열어본 저는 무려 5만원이나 되는 돈에 깜짝놀랐습니다.

잘해야 4~5kg쯤 되는 쌀 한 봉지를 들고 올 거라고 생각했었고 어쩌면 이러니저러니 해서 변상을 못한다고 할지도 모르고 그러면 그냥 없었던 일로 하자 마음먹고 있었던 때문입니다. 봉투를 건네받았을 때만해도 쌀 한 말에 해당하는 1~2만원 정도의 돈이 들어 있을 거라고 짐작했으니 생각보다 훨씬 많은 액수의 돈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주연이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지희 엄만데요, 지금 택배회사에서 사람이 왔다갔는데 쌀이 아니라 돈을 가져왔어요. 5원이나 가져왔는데 어쩌죠?"
"그래요? 잘됐네요. 어쩌긴 뭘 어째요. 그냥 받으시면 되지."
"아유 이걸 어떻게 받아요. 1~2만원이면 몰라도 5만원씩이나."

"제가 택배회사에 전화할 때는 쌀 40kg 변상해 달라고 했어요. 부모님이 보내주신 쌀인데 그렇게 되면 저라도 기분나쁘지요."
"아무리 그래도 쌀이 전부 그렇게 된 것도 아닌데요 뭐. 게다가 아이 옷까지 사주셨는데..."

"그 게 얼마짜리라구요, 그 거 얼마하지 않는 거 아시잖아요."
"비싼 거 아니니까 그냥 받았지 비싼 거면 어떻게 받았겠어요. 제가 고기를 잘 보관해 드린 것도 아니고... 이 돈 가져가셔서 주연이 옷이라도 사주세요."

"아유 제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어요. 고기는 아무렇지도 않던 걸요. 그냥 두 분이 외식이라도 하세요. 나중에 한 번 찾아뵐께요."
"네 오세요, 언제라도...너무 죄송스러워서..."

전화를 끊고 나서 아무리 생각해도 이만저만 미안한 게 아닙니다. 사실 쌀이 그 꼴이 된 것은 제 잘못이기에 말입니다. 쌀자루 위가 아닌 다른 곳에만 두었어도 쌀은 멀쩡했을 것이고 다른 곳에 피가 고였다고 하더라도 그저 썩썩 닦아내면 되었을 터이니 다른 피해를 입을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이번 일로 인해 이웃이 입는 선의의 피해나 불편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것이 요즘 사람들이라고 막연히 믿어왔던 생각을 바꾸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주연이와 주연이 엄마가 찾아오면 이번에는 제가 주연이 웃도리를 하나 사주든가 식사 한 끼라도 대접해드려야 마음이 편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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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초창기에 시민 기자 활동을 하며 사는 이야기에 글을 썼습니다. 후원회원이 되려고 18년만에 다시 로그인을 했습니다. 지금은 독서논술 지도를 하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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