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교실 계단에 씌여진 낙서들

"우리는 하늘에 갇혔다. 그래서 자유롭지 못하다"

등록 2001.10.06 20:21수정 2001.10.0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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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고 싶다. 벗어나고 싶다!!. 둥지 위의 새들이 처음 날개 짓을 시작할 때처럼, 고통이 따를 것이다. 많은 시련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만 지나면 저 푸른 하늘을 맘껏 날 수 있을 거다. 우리는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우리를 구속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K. ADAM-
"우리는 하늘에 갇혔다. 그래서 자유롭지 못하다."

누가 썼을까?


자유의 장

고3 교실 수업을 하기 전에 우연히 옥상으로 통하는 계단을 올라가게 되었다. 고3 학생들이 쓴 듯한 낙서의 공간이 있었는데 그 주제는 '자유'였다. 낙서를 한 곳은 옥상으로 통하는 계단의 흰 벽면이었다. 이름하여 '자유의 장'이라 하였고, D-53과 D-96이란 글귀가 아무렇게나 적혀 있었다. 고3에게는 수능의 남은 일수를 말하는 것은 불문가지다.

고3의 하루

다른 지역은 모르겠으나, 대구지역 고3의 하루는 강행군을 하는 군대와 같다. 아침 7시까지 등교하여야 하며, 이후 9시까지는 자습 및 보충수업 시간이다. 정규 교과수업이 끝나는 오후 3시 40분에서 6시경까지는 보충수업을 하고 저녁 식사 후 밤 9시 30분까지 강제적인 자율학습을 한다. 또 원하는 학생이 있으면 11시 30분까지 자습을 할 수도 있다.

우리의 교육은 강제적인 것이 대부분이다. 자율학습이라면서 강제적으로 모든 학생에게 강요하고, 역시 강제적인 보충수업을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21세기의 주인공인 이들에게 자율을 강조하면서 강제하고 창의성을 강조하면서 입시로 인해 획일적 수업을 할 수밖에 없다.


공부만을 강조하고 줄 세우기만을 강요하지, 자유롭게 토론할 기회가 없고 인생을 논할 공간이 없다.

대부분의 학교는 동아리실이나 자유로운 공간이 없는 실정이니 이 벽면이 그들에게 하나의 문학을 이야기하고 철학을 이야기하는 분출의 장임에 틀림없고 자유토론장의 역할을 한 것이다.


그 글들이 나이에 걸맞지 않게 자아의 성찰을 논한 것 같아 놀랐다. 그 벽면의 우측은 하늘과 산이 반쯤씩 보이는 창이 있었는데 그 창 너머에는 자유가 있을 것이라 상상하였을 것이다. 현재의 학교생활이 힘들고 고단하여 참기 어려운 것임을 말하려는 것 같았고 자유를 구속당하고 있다는 체념을 나타낸 글들이었다.

D-53과 D-96이란 글귀 아래에는 '이제 두자리 숫자닷! 모두 모두 힘내그랏'이란 글귀가 쓰여져 있었다. 그 아래에는 "여기서는 좁지만 하늘이 보인다. 여기서 보이는 산은 그리 높지 않다. 그래서 할 수 있겠구나하고 웃을 수 있다. 여기서 보는 하늘이 내게는 행복이다.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 아무렇지 않을 수 있도록, 괜찮을 거라고 빌겠다는 나는, 소원을 빌고 있다."

현실의 산과 하늘을 보면서 바라는 희망을 말한 것으로 보이며, 이 여학생은 아프다고 한다. 마음이 아픈지 몸이 아픈지 글귀로써 확인할 수 없었지만 정신적 육체적 병을 앓고 있는 학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아래 다른 글귀에선, "묻노니, 그대 그렇게 자유를 갈망하면서 단지 한탄하고만 있는 건 아닌지, 아마도 평생 어디에서도 언제라도 자유는 찾을 수 없겠지. 파랑새 동화를 기억하는가"라며 위의 글에 대한 소견을 밝히고 있었다.

그 옆에는 현재의 어려움과 고통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학생의 글귀가 있었다.

"우리가 자유롭지 않다고 느끼는 것은 너무 큰 자유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울 수 있고 웃을 수 있고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다. 우리는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자유란 것에 숨쉬고 살아야 한다"며 자기의 주장을 남겼다.

"자유롭고 싶다. 벗어나고 싶다!!. 둥지 위의 새들이 처음 날개 짓을 시작할 때처럼, 고통이 따를 것이다. 많은 시련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만 지나면 저 푸른 하늘을 맘껏 날 수 있을 거다. 우리는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우리를 구속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 K. ADAM -

위 글에서 화살표를 내려서 다음의 글이 있었다.
"그것은 소수다. 둥지에서 떨어져 죽은 수많은 것들은 자유가 무엇인지 모른다"고...

덧붙이는 글 | 자유의 장의 주인공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자못 궁금합니다. 그들이 꿈꾸었던 소망들이 다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자유의 장의 주인공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자못 궁금합니다. 그들이 꿈꾸었던 소망들이 다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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