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주)호남석유화학(사장 이영일) 공장 폭발 사고의 원인이 회사측과 여수소방서의 발표와 달리 '방폭등'을 사용하지 않고 일반 백열전등과 전선을 작업자가 사용한 것으로 확인돼 사고발생 경위를 허위로 보고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또한 6일 오전 사고현장이 전날과 다르게 보존되고 있어 사고현장 조작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호남석유화학측은 사고당일 '납사탱크 화재사고 경위'를 통해 '탱크내에 방폭등이 3개 설치되어 있었고 전원공급은 정전기간인 관계로 발전기를 이용중이었다'며 '사고 발생직전 내부작업자 1명이 외부감시자에게 내부 방폭등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하자 다른 발전기에 전원을 연결하는 순간 탱크 내부에서 연기가 발생됐다'고 밝혔다.
여수소방서도 구조구급과장 명의로 작성된 '납사탱크폭발사고발생보고'에서 '납사탱크내부 찌꺼기 제거작업을 하려고 방폭등을 켜는 순간 스파크에 의해 잔류 납사가스가 폭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적고 있다.
그러나 인근 공장의 기술자들은 "강화유리와 철망으로 둘러싸인 방폭등이 터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현장에서 쇠삽을 봤다는 목격자의 말을 빌어 스파크에 의한 폭발 사고가 났다면 '쇠삽' 사용 가능성을 제기했었다.
이러한 전문가들의 사고분석을 토대로 6일 오후 2시경 유가족 일행과 현장을 확인한 결과, 전날 취재기자가 확인했던 쇠삽은 자취를 감추고 플라스틱 삽 1자루, 나무삽 1자루와 3개의 방폭전등과 방폭전선이 새롭게 발견돼 안전관리 및 감독 책임을 면하기위해 사고 현장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갖게 했다.
또한 유해가스(VOC)제거를 위한 '강제송풍장치'를 새롭게 연결시키고 고압 에어콤푸레셔 설치는 물론 전날 백열전등 플라그를 연결시킨 발전기를 현장에서 치워져 있음이 확인됐다.
이같은 현장 조작에 대해 전문가들은 "회사측이 외주 하청업체가 청소작업에 들어가기전에 탱크 속에 남아있는 나프타를 전량 배출시킨후 질소를 불어넣어 인화성 유해가스를 전량 배출시키고 다시 산소를 주입하여 안전작업이 가능한 조건(납사 탱크내 산소 21% 유지)을 만들어 줬다는 것을 입증하기위해 조작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또 "회사측은 하청업체인 유일에게 책임을 전가시키고 있지만 근본적인 잘못은 작업안전에 관한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호남석유측에 있다"고 덧붙혔다.
결국 안전작업 조건을 사전에 전혀 만들어 놓지 않은 회사가 사고가 난 후 뒤늦게 사고 현장을 '안전작업 조건을 갖추어 놓은 것'처럼 사고 현장을 조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호남석유화학 사장, 공장장 종적 감춰
5일 오후 2시 52분경에 폭발사고가 발생된 지 22시간이 흐른 뒤 회사관계자들이 유가족 대표들을 만나 사고 수습에도 늑장 대처한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6일 오후 1시경 호남석유화학 임원실을 찾은 유가족 일행들은 " 사고가 난 후 6시간이나 지난 후에 가족에게 통보하는 것도 모자라 22시간만에 대화창구가 열린다는 것에 분개한다"며 협상테이블에 나선 김귀연 부공장장을 성토했다.
유가족 일행은 이 날 회사내 합동분향소를 즉각 설치할 것 등 10개항을 요구하고 이의 시행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사고처리 대책회의에 임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에 대해 김귀연 부공장장은 "선례가 없는 합동분양소 설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유가족 대표 3인, 하청업체 유일회사 대표와 호남석유측 3자가 모여 협상을 하자"고 팽팽히 맞서 유가족들과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회사측 한 관계자는 "도급계약상 환경전문업체인 유일이 전적으로 책임지고 공사를 한 만큼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다"고 밝혀 사고 책임을 하청업체에 전가시킨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고등어를 기름에 튀겨 놓은 것 같았다"
구 여천 전남병원에 안치된 사망자 가족들은 회사측이 유가족을 단 한번도 찾아오지 않은 것에 분개하고 있었다.
유가족 대표 일행이 6일 오전 호남석유측을 방문했으나 회사 간부들이 모두 자리를 비워 만날 수 없다는 사실에 이들은 분노했다.
95년부터 하청업체 유일의 반장으로 일하다 사망한 허권(64) 씨의 가족들은 "2년전 호남정유에서도 사고가 나 한달간 병원신세를 지더니 결국 사망했다"며 고 허권 씨의 월급봉투를 비통한 심정으로 매만졌다.
허 씨의 자녀들은 "아버님은 35년간 가족들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용직 반장생활을 해 표창장까지 받았다"며 영정을 붙들고 비통해 했다.
43세의 나이로 사망한 박남석 씨는 한가위 명절 연후가 끝난후 인력시장에 나갔다가 연휴 직후인 지난 4일부터 유일에서 일을 하다 봉변을 당했다며 그의 가족들은 전했다.
고 박남석 씨의 친동생 박석희 씨는 "고위 관리자들이 모두 자리를 비워버리고 유가족들에게 한번도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이 말이 되냐"며 "전문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에게 그런 일을 시켰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5일 부검을 하면서 시체를 본 가족들은 "마치 고등어를 튀겨 놓은 것처럼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었다"며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부상자 김종호(43) 씨는 광주 전남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서울 모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생명이 위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수시, 관계기관 비상대책회의 소집 예정
6일 오전 11시, 사망자 3명이 안치된 전남병원 영안실을 방문한 주승용 여수시장은 유가족들에 조의를 표하고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주 시장은 유기족들과 만난 자리에서 장례절차와 보상 협의 과정 등을 묻고 비상근무 체제를 가동해 유가족의 어려움을 돕겠다고 약속했다.
주 시장은 이번 사고에 대해 "현장 감독자 한명도 없이 그토록 위험한 일을 하게한 것은 안전불감증에 다름아니다"며 "오는 8일 관계기관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해 대책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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