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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딸꾹!" 카메라 테스트는 응시생의 외모와 목소리가 방송 아나운서에 적합한지 평가하는 첫 관문이다. ⓒ 오마이뉴스 김시연 |
"OOO번, 뉴스 유형 1번을 읽어보세요."
"네. 지난 11일 발생한 미국 연쇄 테러의 여파로..."
카메라는 지금 막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선 '예비 아나운서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클로즈업하기 시작한다. 잔뜩 긴장한 응시생들의 시선이 자꾸 심사위원들을 향하자 보다 못한 이윤철 MBC 아나운서부장의 한 마디.
"여기 말고 카메라를 보세요. 우린 실물이 아니라 모니터보고 심사하는 거니까."
 | 떨리고 불안한 마음으로... / 김정훈 기자 |
"내 딸은 '초짜'처럼 보이네"
10월7일 여의도 MBC 본사는 일요일인데도 아침부터 긴장이 감돌았다. 바로 이날 2002년도 MBC 신입사원 공채의 시작을 알리는 아나운서 카메라 테스트가 실시됐기 때문이다.
사상 처음으로 여자 아나운서만을 선발하는 올해 MBC 공채에 도전하는 '예비 아나운서'들은 모두 1300여명. 하지만 이중 카메라테스트를 통과한 40명만이 필기시험을 볼 자격을 얻게 되고 이들 중 단 2명 정도가 정식 아나운서의 길을 걷게 된다. 예비 전형이긴 하지만 수험생들이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는 것도 노련한 선배 아나운서들이 이 단계부터 일찌감치 '될 성싶은 후배'를 점찍어 놓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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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장 고치랴, 멘트 연습하랴' 카메라 테스트를 앞둔 대기실 표정 ⓒ 오마이뉴스 김시연 |
이날 긴장감은 10층 회의실에 마련된 대기실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아침부터 모인 수십명의 수험생들은 저마다 목소리를 가다듬거나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치느라 분주했다.
"카메라테스트는 아무래도 오후가 유리해요. 아침에는 얼굴도 붓고 목소리가 잠기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원서를 늦게 내는 경우도 있어요."
공채 응시 경험이 있는 한 수험생은 순서가 오전에 걸린 게 못내 불안한 표정이다. 하지만 대기실 밖을 서성이던 한 수험생 어머니의 눈에 비친 응시생들의 모습은 기성 아나운서 뺨치고 있었다.
"다들 벌써 아나운서 다 된 것 같애. 내 딸은 대학 3학년이라 시험 삼아 나왔는데 완전히 '초짜'처럼 보이네."
이름이 불려진 수험생들은 안내요원을 따라 5층 스튜디오로 이동했다. 스튜디오 입구에도 이미 10여명의 수험생이 앉아 나눠준 방송 멘트를 연습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TV 모니터를 통해 심사한다는 것만 제외하면 카메라테스트 광경은 여느 면접시험장과 다를 게 없다. 수험생은 사전에 주어진 뉴스나 MC 멘트 가운데 하나를 낭독하면 된다. 프로 뺨치는 예비 아나운서들의 멘트에 따라 스튜디오는 엄숙한 보도본부가 됐다가 순간 현란한 쇼 프로그램 녹화장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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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디 끼 있는 후배 없나" 노련한 선배 아나운서들은 카메라테스트 과정에서 이미 가능성 있는 후보를 한 눈에 알아본다. ⓒ 오마이뉴스 김시연 |
수백대 일의 경쟁률...'재수'도 불사
'방송의 꽃'으로 불리는 아나운서는 여대생들 사이에 늘 선망의 대상이다. 하지만 매년 가을 KBS MBC SBS 등 방송 3사의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서는 보통 수백대 1의 좁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재학생 때부터 연습 삼아 공채에 응시하기 때문에 경쟁률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매년 선발되는 여자 아나운서는 방송 3사를 모두 합해도 10여명 남짓. 결국 나머지 수천명의 탈락자들 가운데 일부는 이듬해 재수, 삼수까지 해가며 방송사 아나운서실 문을 두드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스튜디오에 나와 테스트 진행을 도운 김성주 아나운서는 "매년 아나운서 응시생은 수천명이나 되지만 가능권에 있는 후보는 50여명 정도로 압축된다"고 말한다.
타 방송사 최종 면접에서 몇 차례 떨어진 끝에 2년전 MBC에 입사한 김성주 아나운서지만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단호하다.
"이젠 저도 수험생들의 얼굴과 목소리만 대충 들어봐도 어떤 사람이 될 지 감이 와요. 하지만 자신의 한계도 모르고 무작정 아나운서가 되겠다고 매달리는 모습은 안타까워요. 만약 카메라 테스트에서 떨어졌다면 스스로 아나운서 꿈을 다시 생각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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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메라테스트에 앞서 방송 멘트를 준비중인 '예비 아나운서'들. 하지만 방송 아나운서의 관문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시연 |
<현장 인터뷰> '예비 아나운서' 서정숙·박운정 양
"아나운서는 꿈이 아닌 현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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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칠 때까지 도전할래요" 토론 전문 아나운서가 목표인 서정숙(왼쪽) 양과 <뽀뽀뽀> 진행자가 되고 싶다는 박운정 양 ⓒ 오마이뉴스 김시연 |
"몇 번 해보니까 이젠 안 떨리네요."
7일 나란히 카메라테스트를 끝마친 서정숙(23) 양과 박운정(21) 양은 방송아카데미에서 이미 '카메라 경험'을 거친 탓인지 부담이 적은 듯 했다.
"아나운서는 카메라 앞에서 얼마나 침착하고 대담한 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외모지상주의는 문제지만 시청자 입장을 감안해서라도 호감 가는 이미지가 좋은 건 사실이잖아요."
하지만 이들 예비 아나운서들에게 오늘 일은 아직 주변엔 비밀이다.
"아나운서에 대한 이미지가 현실과 많이 괴리된 것 같아요. 아나운서 준비한다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거나 '완벽주의자'로 아는 이들이 많아 친구들한테도 잘 얘기 안하게 돼요."
얼굴만 보고 아나운서를 뽑는 시절은 이미 오래 전에 끝났다. 아나운서 역시 기자나 PD지망생들과 마찬가지로 토익, 일반상식 등 이른바 '언론고시' 준비는 필수다. 여기에 수백만원에 이르는 방송아카데미 수강료와 수십만원대의 메이크업 비용까지 감당해야 한다. 결국 막연하게 아나운서를 꿈꾸던 여대생들은 시간과 돈이란 현실의 벽 앞에 포기하고 마는 게 보통이다.
대학 방송국 아나운서로 활약하기도 했지만 비용 문제로 잠시 꿈을 잠시 접고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서정숙 양에겐 이번이 '늦깎이' 도전이다.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금전적인 이유로 도전하지 못했지만 꿈을 그냥 포기하는 건 적극적인 삶이 아니잖아요."
아나운서가 되는 과정도 험난하지만 목표를 이룬 뒤에도 숙제는 남아 있다. 새로운 얼굴을 선호하는 국내 방송사들의 속성 때문에 10년 이상 활동하는 여자 아나운서는 손에 꼽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박운정 양은 나름대로 어린이를 위한 '스피치교실'을 열겠다는 사업 계획까지 갖고 잇다.
"방송 아나운서도 자기계발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말하는 것도 하나의 기술이기 때문에 말하는 직업은 정체될 수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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