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모임 '성우회'의 납득못할 6.25 광고

말 같잖은 말로 파괴를 선동말라

등록 2001.10.08 16:21수정 2001.10.0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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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대통령의 통일관련 발언에 대해 스스로 '국가의 안보를 근심하는 대한민국 육·해·공군·해병대 예비역장성들의 모임'이라고 자처하는 성우회(星友會) 회원일동이 조선일보에 "김대중 대통령의 6.25인식에 대한 공개질의서"란 제목의 5단 광고를 냈다.

이들의 질의를 두고 '말 같지 않다'고 표현한 것은 질문의 내용이 정말 말 같지 않아서다.

성우회는 이 광고에서 세 가지 질의를 하고 있다.

첫째, '6.25전쟁은 구 소련의 사주를 받은 김일성 일당이 남한의 '적화통일'을 위하여 일으킨 무력남침이었으며, 이에 맞서 싸운 참담했던 자유수호 전쟁을 실패한 통일시도라고 인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내용이다.

그들 스스로도 '적화통일'이라고 말했듯, 김대통령의 말이 '북한이 적화통일을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했다'는 사실을 말했다는 것쯤은 초등학교만 나와도 알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되지도 않을 말꼬리를 잡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둘째, '북한의 반민족적 무력남침이 한반도의 통일시도였다면 이를 저지하기 위해 목숨걸고 싸웠던 우리 6.25참전용사와 호국영령들은 反통일세력이란 말인가? 그리고 북한주도의 공산화 통일도 평화적이라면 수용한다는 말인가?' 라는 것이다.

이 질문 역시 유치하기 짝이 없다. 북한의 무력통일 시도를 막아낸 참전용사들과 호국영령들이 反무력통일세력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참전용사와 호국영령들이 북이 주장하는 통일세력이 되었다면 남한은 이미 공산화되었어야 하지 않겠는가. 더구나 공산화 통일을 '평화적' 운운하는 것은 이들이 과연 장성출신이 맞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우리가 공산화 통일을 수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재론할 여지가 없는 명백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꿰어 맞추려다 보니 궤변이 나올 수밖에 없다.


셋째, '국군의 최고통수권자로서 또다시 북한이 무력도발을 했을 때 그것도 한반도 통일시도로 간주하고 우리 장병들은 수수방관해도 된다는 말인가?' 하는 내용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은 취임선서에도 나오지만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헌법을 수호할 책임과 의무를 갖는다. 더욱이 무력도발에 대해 수수방관한다는 게 씨가 먹힐 소리인가. 도대체 말이 되질 않는 내용을 공개질의라며 드러내놓고 대중에게 무지와 무식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김대통령의 지극히 상식 수준의 이야기를 두고 생트집을 잡는 사람들이 어디 이들 뿐이겠는가.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가며 정권을 칭찬하고, 공동정권의 한 축으로서 자부심을 피력하던 자민련 김종필 총재도 공동정권이 와해되자 말자 "의심스럽다"느니 "저의가 궁금하다"는 식으로 예의 그 사상(思想) 공세에 나섰고, 한나라당도 저질스런 말꼬리 잡기에 빠지질 않았다.

10월8일자 중앙일보에 송복 교수가 쓴 '이름, 잘못 쓰고 있다'는 내용도 그가 과연 학자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유치하고 비열하다.

그는 이 글에서 "남쪽사람들의 입장에선 자유민주주의에 의한 통일이 아닌 그 어떤 통일도 통일이라는 이름을 붙이려하지 않을 것이다. 온전한 국민이라면 어느 한사람도 쓰지 않을 그 이름을 오직 대통령이 나서서, 그것도 한 두 번이 아니고 몇 달에 걸쳐서 몇 번이고 되풀이해 쓴다면 그 대통령은 남북 어느 입장에 서서 말하는 대통령인가"라고 했다.

송 교수의 말대로라면 '적화통일'이니, '무력통일'이라는 단어를 수십 년 동안 들어왔던 소리는 모두 온전치 못한 사람들이 지껄인 헛소리였단 말인가. 이른바 386세대인 나도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적화통일 야욕 분쇄하자", "무력에 의한 통일은 절대 안된다"는 말을 들어왔고, 6.25웅변대회라도 할라치면 두 주먹 불끈 쥐고 "우리는 공산당이 싫어요. 적화통일은 절대 용납할 수 없어요"라고 외쳤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렇다면 나도 온전치 못한 국민인가?

송 교수는 나아가 "6.25는 통일시도가 아니라 명백히 자유민주주의 파괴의 시도다. 그 파괴의 시도에 어떻게 통일이라는 이름을 끄집어 넣을 수 있는가"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6.25가 무력에 의한 통일시도였기에 자유민주주의 파괴시도란 비유는 옳다. 당연하다. 그러나 또한 그건 분명히 무력에 의한 통일시도다.

나 역시 송 교수의 방법처럼 말꼬리를 잡고 현상을 뒤틀어서 본다면, 박정희에 의한 군사쿠데타야 말로 진정한 민주주의 파괴가 아니었는지 되묻고 싶다. 송 교수가 그토록 혐오하는 '민주주의 파괴' 행위에 대해 그 자신은 무엇을 해왔으며, 박정희가 파괴시도도 아닌 파괴 자체를 일삼았음에도 조선일보를 비롯한 비대언론들이 그를 찬양하고, 송 교수와 같은 분들이 박정희를 찬양하는 것 자체가 진정 우리를 헷갈리게 하는 행위가 아닌가 말이다.

송 교수는 또 "도덕이 황폐화하는 것도 이 이름을 함부로 바꿔 쓰고 그릇 쓰는 데서 온다"고 일침을 놓고 있다. 그러나 나는 바로 송 교수와 같은 분들이 '교수'라는 이름을 '폴리페서'로 바꿔 쓰고 행동하기 때문에 도덕이 황폐화되고 신뢰가 붕괴하며 사람간에 적의(敵意)가 샘솟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일부에서는 나의 주장을 놓고 또다시 "김대중 광신도"이니 "빨갱이"니 하며 폭언을 해올 것이 분명하지만 나는 분명 김대중 광신도도 아니거니와 물론 그네들이 원하는 빨갱이도 아니다. 굳이 그런 식으로 몰아 붙인다면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바라는 소시민"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김대통령의 말이 무력에 의한 통일시도는 분명히 실패했다며, 평화적 통일을 이뤄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발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놓고 되지도 않는 유치한 말로 트집을 잡는 일부 세력들의 억지는 흔히 말하는 '다양성의 한 측면'이라고 이해하기엔 너무도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구시대적 행태다.

당연히 6.25는 북한의 무력에 의한 통일시도였다. 그리고 우리 참천용사와 호국영령들은 그 무력에 의한 북의 통일시도를 당당하게 막아내 오늘의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도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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