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전근이 잦은 임명직 공무원을 위한 관치시대의 산물인 전국 자치단체장 관사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 세금 낭비라는 지적이다.
특히 97년 IMF체제 직후 정부가 군살빼기 일환으로 각 자치 단체장이나 기관장이 사용하는 관사 중 필요없는 곳은 매각하거나 타용도로 전환하고 규모를 40평 이하로 줄이도록 했음에도 인천시, 경북도, 창원시 등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한 경남도와 마산시 등 전국 대부분의 광역·기초자치단체들이 여전히 수백평에서 최대 수천평에 이르는 초호화판 관사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이들 단체가 내세우는 관사 유지 명분은 단체장의 공무 연장과 외빈 모시기로 요약된다. 과연 초호화판 관사가 없이는 단체장의 직분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까. 경남도지사 관사를 중심으로 그 실태를 해부해본다.
화보에서나 봄직한 중세유럽의 성같은 관사
경남도지사의 관사는 창원시 용호동의 작은 민둥산의 2/3 가량을 점유하고 있으며, 대나무와 향나무 등 울창한 각종 조경림에 파묻혀 외부에선 거의 관망할 수 없는 중세 유럽의 성을 연상케 한다. 이곳엔 본관과 관리사 경비실 등 3동의 건물이 있다.
시커먼 페인트로 칠해진 육중한 철문을 통과해 15도 가량의 경사진 포장길을 약 20여 미터 지나면 비로소 마치 구청와대 형태의 빨간색 지붕 단층건물을 볼 수 있다. 이 건물은 도청이 부산에서 창원으로 옮겨오던 때와 맞춰 지난 84년 4월 신축된 것으로 이곳에는 김혁규 지사와 부인 단둘이 거주하고 있다. 본관 서쪽의 단층 주택은 관리인이 거주하는 관리사가 있다.
이 관리사에는 김 지사 수행비서와 가족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가 거주하는 본관에는 방과 거실, 서재, 회의실 등이 있다.
도지사 관사 관리비 연간 1억원 상회 수준
한 방송사는 전국 15개 광역자치단체장 관사 유지비가 매년 2억 원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한 지역당 1300만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계산은 건물감가상각비와 유지 보수비에 국한 된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는 관사 경비 인력의 인건비만도 연간 1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것이다. 현재 경남도지사 관사에는 청원경찰 4명이 상주하면서 철통같은 경비업무에 임하고 있다.
도 청원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관사에는 근무경력이 풍부한 베테랑 반장 1명과 비슷한 경력의 청원경찰 3명이 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급여수준은 일반 경찰과 동일한 수준으로 20년 근속 경찰이 월 평균 200만원을 약간 넘는 보수액인 점을 감안할 때, 연간 9천만원 가량의 인건비가 지출된다. 여기에다 전기세나 상하수도료 등 제반 공과금과 조경수 관리, 건물 관리 유지비 등을 합할 경우, 연간 1억원을 휠씬 상회하는 비용이 지출된다는 계산이다. 물론 이러한 비용은 김 지사 개인재산이 아닌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도 예산에서 지원된다.
경남도의 관사 유지 논리, 설득력 없다(?)
이처럼 관사를 보유함으로써 낭비되는 세금이 어지간한 샐러리맨 10명의 연봉과 맞먹는 수준임에도 담당 공무원은 '내빈 접대와 업무'를 이유로 폐지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도 총무담당 공무원은 "시·군의회 의장단과 도의원 초청 연찬회의, 외부 손님이나 외국 바이어 접대와 상담 등을 위해 공관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논리를 제기했다. 그러나 그의 주장과 논리는 '눈가리고 아웅'에 불과했다.
최근 들어 관사에서 공식·비공식 행사를 거의 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관사 경비관계자는 "내 기억으로는 외부 바이어나 내빈 접대를 한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하고 "기껏해야 도청 실·국장 몇 명만이 관사를 방문한 적이 있을 뿐이다"라며 도청 총무담당 공무원의 주장과 논리를 뒤집었다.
관사 경비관계자의 말이 사실일 경우, 경남도의 관사 유지 명분이나 논리는 설득력을 잃게 된다. 특히 한해 수억원에 달하는 판공비가 내빈 접대를 위해 책정된 점을 감안한다면 굳이 관사에서 접대를 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사실 경남도는 외국 귀빈이나 바이어의 방문을 받으면 거의 대부분을 도민홀이나 인근 호텔에서 만찬행사를 가져왔다.
또한 광역단체장이 경호대상인 정부 요인도 아니면서 청원경찰 4명의 밤낮없는 경호를 받으며 중세 유럽의 성주 정도 되어야 누림직한 초 호화판 관사에서 더 이상 버틸 이유가 없다는 게 시민단체나 대다수 국민들의 견해다. 얼마 전엔 마산시장 관사에서 황시장 고교 동기생들이 모임을 가지면서 모일간지에 광고를 냈다가 혹독한 비난에 처하기도 했다.
인천시·경북도 관사 매각, 아파트 임대해 사용
경남도를 비롯해 전국 대다수 광역·기초단체가 초호화판 대저택의 관사를 고집하면서 세금을 낭비해 빈축을 사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선 2-3년 전에 일찌감치 관사를 해당 지역민들에게 돌려주고 적은 평수의 아파트를 임대해 관사로 사용하고 있어 호평을 받고 있다.
경남도보다 인구면이나 재정자립도 등 여러 방면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인천시는 최기선 시장의 공약에 따라 99년 11월 대지 688평, 건물 110평 규모의 관사를 전시실, 소규모 공연장, 전통예식장으로 용도를 변경해 시민들에게 반환하고, 연수지역의 중형 아파트를 임대받아 관사로 사용해 시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받고 있다.
또 경북도는 이의근 지사시절, 인천시보다 4년 앞선 95년, 대구 도심지에 있던 관사를 매각하고 시 외곽지역에 아파트를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창원, 양산, 경기 안성, 광명, 의왕 등 기초자치단체등은 관사를 매각하거나 주민 공공시설로 전환해 사용해오고 있는 실정이다.
5공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 지방 순회시 사용 위해 건립
일본은 자치단체장이 관사를 사용하면 임대료를 개인이 부담하도록 정하고 있다. 반면 전국 15개 광역단체의 관사는 과거 5공시절, 전두환 전대통령의 지방순회시 머물기 위한 일환으로 설계·건축된 것으로 부산시장 관사의 2층은 시장도 사용하지 못하고 일년 내내 비워둔 적도 있었다.
이같은 전국 광역자치 단체의 관사는 평균 1400평, 건평 160여 평에 달하는 작은 청와대 수준이며 외형도 옛 청와대 건물과 유사한 점이 많다. 정부가 군살빼기 차원에서 불필요한 공관을 매각하거나 축소토록 방침을 정하고 각 자치단체에 권고한지 여러 해가 지났지만, 일부지역을 제외하곤 대다수 자치단체들이 여전히 버티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재정자립도가 40%에 지나지 않는 광역·기초단체가 관사를 고집하는 것은 재정악화를 초래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드높다. 외부인사 접대나 단체장의 업무를 위한다는 관사 필요성 논리는 설득력이 거의 없다. 시장 관사가 동기회 모임 장소로 전락하고 도지사 관사가 부부 단둘만을 위한 공관이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국민들에게 반납해도 무방할 것이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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